지난 11월 19일 열린 ‘ 2023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대한민국 선수단 T1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동시 접속 시청자 1억명. 누적 접속 시청자 4억명.’
롤드컵의 열기는 전 세계적이다. 지난 11월 19일 ‘2023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이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최되었다. 한국의 T1팀과 중국의 WBG팀 간 대결은 한국 T1팀의 승리와 우승으로 마무리되었다. 코로나19로 참아왔던 E-스포츠 내지 리그오브레전드 팬들의 열기가 이번 대회를 계기로 한꺼번에 터져나온 것 같았다. 이러한 엄청난 관심과 열기가 그동안 침체되었던 국내 E-스포츠 산업을 회복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침체된 E-스포츠 산업
1990년대 후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PC방, 민속놀이라 불리는 스타크래프트의 열풍, 2000년 온게임넷의 개국 등으로 태동하기 시작한 국내 E-스포츠 산업은 승부조작 사태 등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9년까지 꾸준히 성장해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의하면, 2014년 602억원 정도에 불과하던 산업이 2019년에는 1398억원 규모로 2배 이상 성장했다.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매년 꾸준히 20~30%씩 성장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은 모든 상황을 바꿔버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020년부터 산업규모가 급격히 축소되기 시작했는데, 2020년에는 1204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약 13.9% 축소되었고, 2021년에는 1048억원으로 약 12.9% 축소되었다.
산업의 세부 현황을 살펴보면 국내 E-스포츠 게임단의 운영이 상당히 영세하다는 점도 알 수 있다. 2021년 기준 전체 산업규모 1048억원 중 상금이 190억8000억원, 스트리밍이 251억원이었고, 게임단 예산은 606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같은 자료에서 2022년 게임단 예산 현황을 보면 연간 예산이 50억원 이상인 게임단은 4곳, 연간 예산 11억~50억원 미만인 게임단은 5곳, 연간 예산 6억~11억원 미만인 곳은 2곳, 연간 예산 5억원 이하인 곳은 2곳으로 나타났다.
국내 프로야구 구단의 운영비가 약 300억원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E-스포츠 게임단의 규모가 얼마나 영세한 것인지 잘 알 수 있다. 전체 게임단의 예산을 다 합하더라도 국내 프로야구 구단 2개 정도의 운영비에 불과하다. 시청자 내지 팬들의 연령이나 재력을 감안해보았을 때 프로야구와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시청자의 수나 관심도를 감안해보았을 때 국내 E-스포츠 산업 및 게임단의 규모가 상당히 영세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대회 및 상금규모가 상당한 것도 아닌데, 2021년 E-스포츠 대회 수는 전년 대비 40개가 감소한 128개로 집계되었고, 상금규모는 190억8000만원으로 나타났다. 190억8000만원 중 배틀그라운드가 143억7000만원, 리그 오브 레전드가 11억3000만원, 오버워치가 4억4000만원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게임 대회의 경우 상금 규모가 1000만원에서 2억원 내외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게임단의 규모나 예산이 영세한 상황에서 대회 상금마저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E-스포츠 산업의 미래가 과연 밝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E-스포츠 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기성세대의 인식 전환과 더불어, 법제도적인 지원이 아울러 이루어져야 한다. 그 방안 중 하나로 E-스포츠 산업에의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세제 혜택을 생각해볼 수 있다. 지난 2021년 조세특례제한법이 개정되어 2022년 1월 1일부터는 E-스포츠 산업에 투자하는 기업들에 대한 세제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은 E-스포츠(전자스포츠) 경기부를 설치·운영하는 기업에 대하여 법인세를 감면하는 조세특례를 두어 E-스포츠 경기부를 설치한 후 3년간 운영비용의 10%를 법인세에서 공제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혜택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법안도 현재 국회에 발의되어 계류 중인데, 유경준 의원이 지난해 7월 대표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6355)은 이러한 특례를 보다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E-스포츠 경기부 운영비용의 20%를 5년간 공제하도록 하고, E-스포츠대회를 운영하는 기업에 대하여는 소요 비용의 20%를 5년간 법인세에서 공제하도록 한다.(안 제104조의22제3항 및 제104조의27 신설 등) 해당 개정안에서 ‘국내 E-스포츠는 전 세계적으로 두각을 보이고 있고, E-스포츠와 관련된 게임의 경우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신성장·원천기술이 집약된 고부가가치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현실은 E-스포츠 관련 전문종목의 다양성 부족과 재정적 부담으로 E-스포츠 구단이 자주 해체되는 등 E-스포츠 산업생태계가 매우 낙후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조세특례를 강화하여 E-스포츠산업을 활성화하려는 목적에서 법안이 발의된 것이라 설명한다.
기업 투자 확대 위한 세제 혜택이 핵심
위와 같은 개정안은 E-스포츠 산업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후원(스폰서십 내지 파트너십 참여)이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E-스포츠 산업의 초창기에는 전자, 통신, PC 등 IT 기업들 위주로 스폰서십 내지 파트너십 참여가 이루어졌다면 2020년대에는 금융사, 스포츠 의류, 음료제조업체, 자동차 업체, 명품 시계업체 등의 참여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게임과 E-스포츠를 즐기는 세대가 우리 사회의 주류 세대로 편입되었다는 점을 나타내는 징표로 보이기도 한다. 2022년 기준 게임단의 평균 후원 기업수는 6.3개로 조사되었는데, 위와 같이 세제 혜택이 확대된다면, 후원 기업수의 증가는 물론, 금액의 증대 또한 기대해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세제 혜택만으로는 E-스포츠 산업 활성화가 원활히 이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세제 혜택에 더불어 E-스포츠 전문 인력의 양성, 롤드컵 유치와 같은 국제대회 유치 노력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단국대학교 오산대학교 등 일부 학교의 E-스포츠학과 신설은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아울러 무엇보다도 게임, E-스포츠 산업에 대한 인식의 전환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게임은 질병이라는 시각, 셧다운제 폐지 논란 등 기성세대의 게임에 대한 편견이나 부정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E-스포츠 산업은 꾸준히 성장해왔는데, 이번 롤드컵 열풍이 이러한 편견과 부정적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 E-스포츠 산업에 대한 법제도를 정비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