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강릉] 강동훈 기자 = “장인어른께서 생전에 강원FC를 응원하고 사랑하셨던 만큼 제가 이 팀에 몸을 담고 있는 한 절대 강등당하지 않도록 하겠다.”
이정협(32·강원FC)은 25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37라운드(파이널B 4라운드) 홈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한 직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돌아가신 장인어른을 떠올리면서 이번 시즌 반드시 강원FC를 잔류시키겠다고 굳은 다짐을 전했다.
이날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격한 이정협은 킥오프 19분 만에 골망을 흔들었다. 페널티 아크서클 부근으로 침투하던 이정협은 넘어지면서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몸을 날리면서 슈팅을 때렸다. 그의 발을 떠난 공은 골키퍼 노동건(32·수원FC)의 힘껏 뻗은 팔을 지나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정협은 지난 6월 25일 수원FC전 이후 무려 153일 만에 골 맛을 본 만큼 기뻐할 법도 했지만, 득점 후 격한 포효가 아닌 곧바로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이후 동료들의 위로를 받았다. 경기 당일 새벽에 장인어른이 돌아가셨다는 부고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동료들의 위로를 받은 이정협은 눈물을 쏟아냈다.
이정협은 “오늘 힘든 경기가 될 거로 예상했다. 2주 동안 훈련하면서 동료들과 준비했던 것들이 잘 나왔고, 그래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며 “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팬분들이 찾아주셔서 열렬한 성원과 응원을 보내주셨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승리를 거둔 소감을 전했다.
이후 “많이 힘드냐”라는 질문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이정협은 “어제저녁에 장인어른께서 고비를 넘기기 힘들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보니깐 부고 연락이 왔다”며 “아내가 ‘아버지도 경기에 출전 안 하는 걸 원하지 않으실 거다. 경기하고 와도 되니깐 마음 단단히 먹어’라고 말을 해줬다. 아내의 말을 듣고 마음을 다시 잡아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고 출전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정협은 “장인어른께선 생전에 강원FC를 정말 많이 사랑하셨다. 제가 뛰는 경기는 항상 빠지지 않으시고 다 챙겨보셨고, 하루 시작이 스포츠 뉴스 시청하실 정도였다. 그 정도로 저한테 애정을 많이 쏟으셨다”며 “심지어 제가 경기에 다쳐서 못 나가도 홀로 경기장에 오셔서 응원하셨다. 강원FC를 정말 많이 사랑하셨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장인어른과 항상 문자를 주고받았는데, 알게 모르게 힘이 많이 됐다. 그런 부분에서 정말 존경했고 사랑했다”며 “(문자는) 너무 많아서 하나만 꼽기가 힘들다. 얼마 전에 장인어른을 뵀을 때 ‘내가 잘한 일이 딸, 아들 낳은 이후로 자네를 사위로 맞이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아직도 그 말씀이 귀에 맴돌고 있다”고 말한 뒤 눈물을 흘렸다.
이정협은 돌아가신 장인어른이 강원FC를 사랑했던 만큼 올 시즌 잔류시켜야 하는 동기부여가 더 생겼다. “당연히 강원FC라는 팀은 강등되면 안 된다”는 그는 “장인어른께서 생전에 강원FC를 응원하고 사랑하셨던 만큼 제가 이 팀에 몸을 담고 있는 한 절대 강등당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남은 경기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끝으로 이정협은 “장인어른께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지만, 또 하면 눈물이 날 것 같다”며 울먹거리면서 잠시 말을 잃더니 “다음 생에 태어난다면 꼭 장인어른의 사위가 다시 한번 되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기자회견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