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에 실패한 후 팬들 앞에 선 부산아이파크 선수단.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하늘이 우리 편이 아니었던 것 같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박진섭 감독은 이 말을 꺼낸 뒤 입을 굳게 다물었다.
26일 부산아이파크와 충북청주 경기가 열린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은 95분 동안 축제 분위기였다. 이기고 있지 않을 때에도 부산이 공세를 펼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경기장은 부산 팬들의 기대감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마침내 후반 24분 페신이 선제골을 터뜨리자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은 광란의 도가니가 됐고, 가변석에 앉은 부산 팬들은 열렬한 응원으로 K리그2 우승에 가까워진 선수단을 지지했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다. 차갑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정도였다. 후반 추가시간 5분 충북청주의 코너킥 상황에서 김명신이 올린 크로스를 조르지가 환상적인 바이시클킥으로 마무리했다. 선수 경력을 통틀어 하이라이트 영상에 담길 만한 득점이었다.
감탄을 자아낼 만한 득점에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은 침묵에 휩싸였다. 이미 김천상무가 서울이랜드를 1-0으로 잡은 상황이었다. 우승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야만 했다. 조르지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부산은 다 잡은 승리와 승격, 우승을 모두 놓쳐버렸다.
우승에 실패하고 좌절한 부산아이파크 선수단.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경기가 종료되기 전부터 벤치에 있던 부산 선수들을 머리를 감싸쥔 채 슬픔에 휩싸였다. 부산팬들도 할 말을 잃은 듯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경기 후 일부 부산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오는 부산 선수들에게 부산 팬들이 위로의 응원을 보냈지만, 선수와 팬 모두에게 위로가 되지는 못했다.
경기 후 라커룸으로 가는 복도는 적막했다. 부산 라커룸에는 선수들이 씻는 물소리밖에 나지 않았다. 원정팀 라커룸에서라도 소리가 날 법했지만 이날은 충북청주 선수들도 말을 아꼈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도 무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극적인 무승부로 기쁠 법한 최윤겸 감독조차 경기 소감으로 "비기고도 죄송한 마음"이라며 "개인적으로는 부산을 많이 응원했는데 고춧가루 부대가 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말할 정도였다. 부산을 지도한 적도 있는 최 감독이기에 그 아픔을 더 깊이 느낄 수밖에 없었다.
박진섭 부산아이파크 감독. 김희준 기자
박 감독은 어두운 얼굴로 기자회견장에 나왔다. 열심히 뛰었음에도 결과를 얻지 못한 부산 선수들을 위로하는 말을 한 뒤 "하늘이 우리 편이 아니었던 것 같다"며 고개를 숙였다. 경기 막판 센터백을 추가로 투입했음에도 실점을 허용한 데 대해 자책하기도 했다.
침울함이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을 짓눌렀다. 보통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면 양 팀 선수 모두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를 진행하곤 한다. 그러나 이날 부산 선수들은 팀 차원에서 인터뷰를 고사했고, 충북청주 선수들도 기존 믹스트존보다 더 들어간 복도에서 조용히 대화를 나눴다.
아직 부산의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K리그1 11위팀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승격을 노려볼 수 있다. 부산은 12월 6일 오후 7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1차전을, 12월 9일 오후 2시 K리그1 11위팀 홈 경기장에서 2차전을 치른다.
박 감독도 빠르게 팀 분위기를 추슬러야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승격할 가능성이 높음을 강조했다. 아직까지는 슬픔이 부산을 뒤덮고 있지만 이를 극복해야만 승격을 위한 발걸음을 다시금 내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