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주(20·한화 이글스)는 시상식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간절한 표정으로 "무대에 오르니 머릿속이 백지가 됐다"며 "감사 인사를 하지 못한 분이 많아서 죄송하다. 대신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어 "(포수) 최재훈 선배님께 감사 인사를 하지 못했다. 최재훈 선배 덕에 신인왕에 올랐다"며 "최재훈 선배님과 함께 꼭 15승을 합작하겠다"고 2024년 목표도 공개했다.
27일 서울시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한국프로야구 KBO 시상식에서 문동주는 신인왕 트로피를 번쩍 들었다.
문동주는 일찌감치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혔고, 기자단 투표 111표 중 85표(득표율 76.6%)를 휩쓸었다.
그는 올해 23경기에 등판해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로 호투했고, 지난 4월 12일 KBO리그 국내 선수 최초로 시속 160㎞대 빠른공(시속 160.1㎞)을 던지며 화제를 모았다.
올해 KBO리그에 데뷔한 윤영철(19·KIA 타이거즈)도 8승 7패 평균자책점 4.04로 잘 던졌지만, 문동주를 넘지는 못했다. 윤영철은 15표를 받았다.
문동주 자신도 신인왕 수상을 기대했고, 무대에 오른 뒤에는 최원호 현 감독은 물론이고, 팀을 떠난 카를로스 수베로 전 감독을 향한 감사 인사도 했다.
"한화 선수가 신인왕에 오른 건, 2006년 류현진 선배 이후 17년 만이란 걸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애 단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신인상을 받는 순간 긴장감이 번지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문동주는 "최재훈 선배님 덕에 신인상을 받았는데, 너무 긴장해서 수상 소감에서 선배 이름을 빼먹었다"며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문자 메시지를 드리려고 했는데, 선배가 먼저 축하 인사를 하셨다. 최재훈 선배가 '내년에 15승 가자'고 하셨다. 함께 15승을 향해 달리겠다"고 밝혔다.
문동주는 2022년 1차 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했다.
입단 첫 해 문동주는 1군에서 28⅔이닝만 던져, '신인왕 후보 자격'을 지켰다.
KBO리그는 입단 5년 이하, 누적 기록 투수 30이닝, 타자 60타석을 넘지 않는 선수를 신인왕 후보 선정 대상자로 본다.
문동주는 "한화에 입단하면서 구단 유튜브를 통해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신인왕이 목표'라고 말했다. 1년이 지난 뒤에 두 목표를 달성했다"며 "이렇게 목표를 달성하다니…. 신기하다"고 웃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2022년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돼 올해 개최했다.
문동주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6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한국의 4연패 달성에 공헌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에릭 페디(NC 다이노스)는 문동주에게 "내년에는 네가 MVP에 오를 것"이라고 덕담했다. 문동주는 "노력해보겠다"고 답했다.
문동주는 "당장 내년에 MVP에 오르기는 어렵겠지만, 몇 년 뒤에는 MVP에 도전해보겠다"며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 되는 게 내 목표다. 1년 늦었지만, 신인왕에 오르겠다는 약속을 지켰으니 언젠가는 페디와 한 'MVP 등극 약속'도 꼭 지키고 싶다"고 씩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