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NC 다이노스의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는 27일 서울시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태평양을 건넜다.
보통 KBO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은 시즌 종료 직후 모국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다. 시상식은 불참하기 일쑤다.
그러나 최우수선수상(MVP) 수상이 유력했던 페디는 지구 반대편으로 돌아와 영광의 순간을 즐겼다.
페디는 혼자 오지 않았다. 부친 스콧 페디와 함께였다.
아버지 스콧 페디는 먼발치에서 트로피를 받고 감격스러워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시상식 후 취재진과 만난 부친 스콧 페디는 "이런 순간은 인생에 단 한 번뿐일 것 같아서 아들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라며 "지난 7월 아들의 플레이를 보려고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번이 두 번째"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버지로서 매우 감격스럽고 자랑스럽다"라며 "미국에 있는 다른 가족들도 인터넷 중계를 통해 아들의 수상 모습을 지켜봤다"라고 했다.
사실 페디의 한국행은 가족으로서 썩 반길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뛰던 페디는 2022시즌 종료 후 마이너리그로 밀려날 처지가 됐고, 이후 러브콜을 보낸 NC의 영입 제의를 받아들였다.
스콧 페디는 '당시 아들의 한국행 결정에 관해 어떤 조언을 했나'라는 질문에 "아들의 선택을 믿고 따랐다"라며 "오히려 해외에서 생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도 했다. 아들이 잘 선택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페디의 선택은 탁월했다. 그는 올해 KBO리그에서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0, 209 탈삼진을 기록하며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부문 1위를 석권하고 MVP까지 거머쥐었다.
실력을 입증한 페디는 좋은 대우를 받고 MLB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 스콧 페디는 이번에도 아들의 결정과 선택을 존중할 계획이다.
그는 "아들은 단 한 번도 말썽을 피우지 않은 자랑스러운 아이"라며 "아들이 어떤 결정을 하든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