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콜린 벨 감독이 굵직한 대회가 없는 2024·2025년에 새판을 짜기 위해 반박자 빠르게 선수들을 소집했다.
벨호는 27일 오후 경기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소집훈련을 시작했다.
내달 3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소집에서 대표팀은 내년 2월 말로 예정된 다음 평가전에 대비하기 위해 별다른 평가전 없이 훈련에만 매진하며 조직력을 가다듬는다.
A매치 기간인 만큼 해외파 선수들도 파주NFC에 입소했다.
벨 감독은 이날 오후 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이번 소집훈련은 내년 초의 훈련을 좀 더 앞당겨서 진행하는 훈련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2024년, 2025년의 더 좋은 성과를 위한 준비 기간"이라고 정의했다.
평가전 대신 훈련으로 전술과 조직력을 다지는 벨 감독은 "평가전을 추진했지만 여러 가지 세부적인 부분 때문에 불발됐다. 그렇지만 소집 기간에 전술은 물론 공수의 디테일과 젊은 선수에 대한 세심한 코칭이 들어갈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이어 "지난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월드컵 이후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 파리 올림픽 2차 예선 등 중요한 대회들이 있었는데, 이렇다할 성취가 없었다"고 아쉬움을 표한 뒤 "올해를 교훈삼아 팀을 더 잘 꾸리는 데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19년 10월 한국 여자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벨 감독은 당분간 굵직한 국제대회가 없는 만큼 A대표팀의 세대교체를 이루고 새 팀을 짤 시간이라고 봤다.
벨 감독은 "현재 주축 선수들은 2027년 월드컵에서는 노쇠화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선수를 많이 소집했다"며 "이들을 내년, 내후년에 계속 소집해 기량을 올리고 좋은 팀과 평가전을 치른다면 다음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한국 여자 축구의 부족한 기반과 시스템에 대해 다시 한번 지적했다.
벨 감독은 "젊은 피가 수혈돼야 하는데, 어린 선수들이 대학을 마치고 여자실업축구 WK리그에 갔을 때 스스로의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여자 축구 강국을 보면 국내 리그가 정말 강한 팀이거나, 주축 선수 대부분이 톱 리그에서 활약하는 팀"이라며 "한국은 그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감독으로서 더 높은 레벨에 대한 욕심이 있는데,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월드컵, 아시안게임, 아시안컵 등 단기적인 대회 외에도 정기적인 소집 훈련 등이 뒷받침되면 좋은 선수들이 계속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자 A대표팀 코치를 맡으면서 20세 이하(U-20) 대표팀을 지휘하는 박윤정 감독과도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유망주를 핵심 선수로 꽃피워낼 생각이다.
벨 감독은 "두 대표팀의 소집 기간이 겹치지 않는다면 U-20 대표팀과 동행할 생각도 있다. 케이시 유진 페어(무소속) 등 어린 친구들은 당연히 연령별 대표팀에도 해당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박 감독과 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선수들이 중간에 행방불명되지 않도록 계속 모니터링하고, 기량을 높일 수 있도록 연구할 것"이라는 벨 감독은 "감독으로서 가장 큰 동기부여는 여자 대표팀의 퀄리티를 최고로 높이고 성적을 내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진행된 훈련의 초반 약 20분 동안은 취재진에 공개됐다.
훈련에 앞서 오전에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려 파주의 체감온도는 더욱 내려갔지만 쌀쌀한 날씨에도 선수들은 밝은 표정으로 첫 소집 훈련을 시작했다.
이날은 지소연(수원FC), 김혜리(현대제철) 등 총 21명의 선수가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영주(마드리드CFF)와 벨 감독이 추가로 부른 임선주(현대제철), 강채림(현대제철)이 우측 무릎 부종으로 하차한 자리에 대신 승선한 이정민(문경상무)은 27∼28일 차례로 입소한다.
선수들은 열을 맞춰 운동장을 두어 바퀴 정도 가볍게 뛰었고 벨 감독도 함께 달리며 선수들과 장난을 치기도 했다.
이어 스트레칭으로 몸을 예열한 선수단은 골키퍼 3명을 제외하고 8명, 10명으로 나뉘어 술래를 가운데에 두고 공을 패스하는 연습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