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우완 투수 문동주(19)가 27일 2023 KBO리그 신인상을 받으며 '한화의 육성 암흑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화는 류현진이 최우수선수상(MVP)과 신인상을 동시 석권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신인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다가 문동주의 수상으로 17년 만에 한을 풀었다.
문동주는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신인상 트로피를 받고 "트로피가 무거운데, 이 무게를 잘 견뎌야 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한화 선수가 신인상을 받은 건 류현진 선배 이후 17년 만인데, 이 영광을 (한화) 팬들께 돌리겠다"고 덧붙였다.
사실 한화는 그동안 신인상 수상자를 배출할 기회가 많았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8번이나 최하위를 기록하며 신인드래프트 상위 순번 지명 기회를 많이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화는 번번이 육성에 실패했다. 대다수 신인 선수들은 프로 무대에 안착하지 못하고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2018년엔 1차 지명선수 투수 성시헌을 입단 1년 만에 방출하기도 했다.
육성 문제 못지않게 운도 나빴다. 한화는 연고 지역에서 우선 선발하는 1차 지명 제도 탓에 전국구의 우수한 선수를 선발할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아울러 NC 다이노스와 kt wiz가 연이어 창단하면서 상위 순번 지명 기회를 여러 차례 넘겨줬다.
한화의 암흑기가 길어진 배경엔 유망주 수급 실패도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문동주의 신인상 수상은 그래서 더 의미 있다.
한화 팬들은 문동주를 암흑기의 마침표를 찍는 '종결자'로 여긴다.
문동주는 2021년 8월에 열린 2022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을 통해 한화에 입단한 뒤 무럭무럭 성장했다.
당시 한화는 KIA 타이거즈가 광주 동성고 내야수 김도영을 뽑자 변경된 신인드래프트 규정에 따라 전국구 선발 방식으로 광주진흥고에 재학 중이던 문동주를 지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특급 기대주를 품은 한화는 전사적으로 문동주 키우기에 집중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2군 감독으로 활동하던 2022년 문동주에게 직접 체인지업을 전수하기도 했다.
올해는 개막을 앞두고 문동주의 개인 최대 투구 이닝을 120이닝으로 제한했다. 부상을 염두에 둔 선수 보호 차원이었다.
문동주는 기대에 부응하며 한화의 차세대 에이스 투수로 우뚝 섰다.
그는 올해 정규시즌 23경기에 등판해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의 훌륭한 성적을 거뒀고, KBO리그 사상 처음으로 160㎞대 강속구를 던지는 등 수많은 화제를 뿌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문동주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 에이스 역할을 맡아 국제 경쟁력까지 확인했다.
그는 대만과 결승전에서 6이닝 3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2-0 승리를 이끌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지난 16일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호주와 대회 첫 경기에서도 선발 등판해 5⅔이닝 102구 5피안타(1홈런) 4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나쁘지 않은 투구 내용을 펼쳤다.
문동주는 한화를 넘어 한국 야구의 미래로 성장하고 있다.
팬들은 문동주의 가파른 성장세를 바라보며 밝은 청사진을 그린다.
사실 문동주가 투수로 활동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는 고교 2학년 때 본격적인 투수 활동을 시작했고, 고교 3학년이 되어서야 커브 등 변화구를 익히기 시작했다.
문동주는 그동안 기교에 매달리지 않았다. 아버지인 문준흠 장흥군청 육상팀 감독의 영향을 받아 투구폼과 하체 근육 단련 등 기본기 훈련에 충실했다.
한 계단씩 차분하게 성장한 문동주는 마침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문동주의 시대가 열리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