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파리 올림픽에선 우리 단체 구기 종목을 볼 기회가 대폭 줄어든다. 그렇잖아도 점점 대표팀 기량이 하락하는 바람에 메달 전선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인데, 아예 출전권조차 못 딴 종목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남녀 농구는 일찌감치 탈락했고, 남자 핸드볼과 여자 축구가 최근 파리행 티켓을 놓쳤다. 남녀 배구도 사실상 출전이 어려운 처지고, 확정된 건 여자 핸드볼 1종목뿐. 야구는 아예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빠졌고, 남자 축구가 내년 4월 최종 예선을 앞두고 있다. 9개 주요 구기 종목 중 잘해야 2개만 올림픽 무대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항상 비교 대상이 되는 일본은 남자 핸드볼에서 한국을 제치고 올림픽 본선 티켓을 챙겼고, 이 외에도 남자 농구·배구가 본선행을 확정했다. 여자 축구·농구·핸드볼은 예선이나 대륙 간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는데 역시 전망이 밝다. 여자 배구도 세계 9위로 출전이 유력하다. 9개 중 7~8종목에서 올림픽 출전을 기대하고 있다.
◇“엘리트 스포츠 침체 장기화”
콜린 벨(62·영국)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 대표팀은 이달 초 중국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2차 예선 조별 리그 B조 최종전에서 홈팀 중국에 후반 막판 동점 골을 내주며 1대1로 비겼다. 조 2위(1승 2무)를 기록한 한국은 파리행 티켓이 걸린 아시아 최종 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그동안 월드컵(32팀)에 4차례 올랐던 여자 축구는 한 번도 올림픽(12팀) 무대를 밟은 적이 없다.
농구는 더 심각하다. 여자 농구는 지난 6월 아시아컵에서 4강에도 들지 못했다. 4강에 오른 나라에 주는 올림픽 최종 예선 진출 티켓도 놓쳤다. 한국이 이 대회 4강에 들지 못한 건 1965년 대회 창설 이후 처음이었다. 남자 농구는 지난 8월 올림픽 사전 예선 대회가 진행된 시리아가 여행 금지 국가라는 이유로 출전을 포기했다. 1996 애틀랜타 대회 이후 20년 넘게 올림픽 구경도 못 하고 있다.
지난 도쿄 올림픽 4강 신화를 이룬 여자 배구 역시 세대교체 실패 후유증으로 예선에서 7전 전패 수모를 겪었다. 앞으로 세계 랭킹 상위권 국가 중 예선에서 출전권을 못 딴 나라에 올림픽 출전 기회를 주는데 한국은 40위라 사실상 불가능하다. 2008 베이징 대회 이후 16년 만에 다시 구경꾼 신세로 전락하기 일보 직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