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저한테는 굉장히 의미 있는 골이었습니다."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2 우승이 유력하던 부산 아이파크를 마지막 순간 절망에 빠뜨린 선수는 충북청주FC의 조르지였다.
부산은 26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3 최종 39라운드 홈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1분여 전까지만 해도 충북청주를 1-0으로 꺾는 듯했다.
아울러 우승과 동시에 강등된 지 세 시즌 만에 1부리그 승격을 이루는 듯했다.
부산의 우승이 확정적으로 보이던 후반 추가시간 충북청주의 마지막 공격에서 김명순이 오른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가 한참 수비와 경합 중인 조르지 쪽으로 향했다.
부산 수비수들을 밀어내며 공을 쫓은 조르지는 넘어지면서 가까스로 발끝을 공에 맞춰 슈팅을 만들었다.
조르지의 발끝을 떠난 공은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부산 골키퍼 구상민이 손쓸 수 없는 반대편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부산으로서는 우승의 꿈이 물거품이 된 절망스러운 순간이지만, 골잡이인 조르지에게는 시즌 마지막 순간 포기하지 않은 덕에 얻어낸 값진 득점이다.
이로써 조르지는 13골로 득점 5위를 차지하고 올 시즌을 마쳤다.
김천상무에서 뛴 조영욱, 글레이손(경남)과 골 수는 같지만 출전 경기가 가장 많아 5위가 됐다.
조르지는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난 공격수다. 골을 넣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며 "득점의 의미를 생각하니까 더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올 시즌 개막 전 신생팀 충북청주에 '임대생' 신분으로 합류한 조르지는 34경기에 출전, 팀 내 최다인 13골을 넣었다.
조르지가 맹활약한 덕에 충북청주는 신생팀인데도 시즌 막판까지 준플레이오프(PO) 진출을 노릴 정도로 순항했고, 13개 팀 가운데 최종 8위(13승 13무 10패)를 기록했다.
조르지는 "이번 시즌을 치르면서 우리는 한 팀이 됐다. 돌아보면 좋은 날들이 많았고, 행복한 기억이 많다"며 "난 여기 남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포르투갈의 원소속팀으로 돌아가서도 열심히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겸 충북청주 감독 역시 기자회견에서 조르지의 거취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못 잡는다"고 딱 잘라 말했다.
최 감독은 "(여기서) 너무 잘해서 우리가 데려왔을 때 금액과 (현재 몸값이) 차이가 있다. 아무래도 외국 선수가 잘하면 값어치가 높게 뛰게 된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