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생존한 미국 메이저리그(MLB) 명예의 전당 입성 투수 가운데 최고령인 샌디 쿠팩스(88)의 '햇병아리' 시절 글러브가 경매에 나왔다.
미국 CBS스포츠는 26일(한국시간) 쿠팩스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전신 브루클린 다저스 시절인 1956년에 쓴 글러브가 경매에 부쳐졌다고 전했다.
글러브 전문 제조사인 롤링스사 제품인 글러브에는 쿠팩스의 등번호 32번과 별명 '쿠푸'(KOO FOO)가 새겨져 있다.
또한 지금은 '반칙 투구' 우려로 금지 물질로 지정된 송진의 흔적도 있다.
입찰 시작가는 2만5천달러(약 3천265만원)이며, 현재는 약 5만달러(약 6천500만원)까지 올랐다.
CBS스포츠는 "입찰 만료일인 12월 10일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덧붙였다.
쿠팩스는 통산 165승 87패 2천324⅓이닝 2천396탈삼진 평균자책점 2.76을 남긴 전설적인 투수다.
사이영상만 세 차례 수상했고, 1963년에는 25승 5패 평균자책점 1.88로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그해 다저스와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어 패했던 뉴욕 양키스의 전설 요기 베라가 시리즈에 들어가기에 앞서 "저런 애송이에게 25승이나 헌납한 내셔널리그 타자는 바보냐"고 비웃었다가 우승 트로피를 넘겨주고 "25승은 어떻게 한 건지 이제 알겠다. 대체 5패는 왜 당한 거냐?"고 말한 건 유명한 일화다.
이번에 경매로 나온 글러브를 사용한 1956년은 쿠팩스의 프로 입단 2년 차 시즌으로 16경기 2승 4패 평균자책점 4.91을 남긴 '미완의 대기' 시절이다.
당시 MLB에는 계약금 4천달러를 넘긴 선수는 반드시 입단 후 2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만 뛰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신인 드래프트가 없던 시절 부자 구단의 선수 싹쓸이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해당 규정의 적용을 받는 선수는 '보너스 베이비'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계약금 1만4천달러를 받은 쿠팩스는 곧바로 메이저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터라 기량을 갈고닦을 기회를 얻지 못했고, 본격적으로 선수로 빛을 보기 시작한 건 20대 중반에 접어든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