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책 하나 없이도 30점을 폭발하며 가드로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샘조세프 벨란겔(한국가스공사)은 30득점보다는 '실책 0개'에 더 가치를 뒀다.
대구 한국가스공사는 25일 오후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서 부산 KCC를 96-81로 대파했다.
벨란겔이 전반에만 24점 5어시스트로 맹폭하면서 한국가스공사가 초반부터 주도권을 쥐었고, 한때 점수 차를 27점까지 벌릴 정도로 손쉽게 승리를 따냈다.
30점 6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동안 실책을 하나도 저지르지 않은 벨란겔은 경기 후 '30점'과 '무실책' 중 무엇을 고를 것이냐는 취재진 질의에 "팀에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무실책이 더 값지다"고 말했다.
30득점은 지난 시즌 한국 무대를 밟은 벨란겔의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이다.
벨란겔은 "감독님께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 감독님께서 안 계셨다면 기록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며 "특히 감독님께서 어제 훈련 중 슈팅을 미세하게 교정해주셨다"고 말했다.
강혁 감독대행은 전날 벨란겔이 슛 자세를 보고, 정점 높이까지 도약한 뒤에야 팔을 휘두르는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공중으로 올라오는 도중에 슛을 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후자의 방식은 힘 전달이 쉬워 슛 비거리 등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원 포인트' 교습을 받은 벨란겔은 이날 3점 5방을 터뜨렸다. 필드골 성공률은 무려 63%를 기록했다.
필리핀 농구 명문 아테네오 대학 졸업 후 곧장 아시아쿼터 제도를 통해 KBL로 향한 벨란겔은 데뷔 시즌 평균 7점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유도훈 전 감독에서 현역 시절 명 가드로 이름을 떨친 강 대행으로 사령탑이 바뀐 올 시즌에는 평균 13.1점 3.2어시스트로 기록이 크게 뛰었다.
벨란겔은 "비시즌 때부터 감독님과 동료들이 날 많이 신뢰해줬다. 마치 그런 믿음에 보답하는 것처럼 지금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고 기뻐했다.
벨란겔은 특히 필리핀에서 뛰던 대학 시절보다 스스로 수비 측면에서 발전한 게 고무적이라고 짚었다.
그는 "필리핀은 1대1 수비가 수비 전술의 핵심인데, KBL은 서로로 돕는 수비가 중요하다"며 "공을 잡고 있지 않은 선수에 대한 수비부터 도움 수비까지 각종 팀 수비가 내 취약점이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발전하는 모습이 느껴져 만족스럽다"고 웃었다.
지난달 말 서울 삼성전(80-84)을 시작으로 구단 최다 연패 신기록인 10연패를 당한 한국가스공사는 약 한 달에 귀중한 승리를 따냈다.
이는 한국가스공사(10위·12패)의 올 시즌 두 번째 승리다.
"행복하다"고 웃은 벨란겔은 "모두가 최선을 다한 덕에 결과물이 나왔다. 내 플레이를 평가하기보다는 팀 승리를 먼저 축하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