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로만 아브라모비치 전 첼시 구단주가 첼시 매각 자금을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자 지원금으로 쓸 뜻을 밝혔지만 아직도 계좌는 동결 상태로 남아있다.
28일(한국시간) 영국 '텔레그래프'는 "아브라모비치가 '모든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자'에게 판매 수익금을 지원하기로 약속했지만 아직도 이는 실현되지 않았다. 데이비드 캐머런 신임 외무장관은 23억 4,000만 파운드(약 3조 8,250억 원)를 동결 계좌에서 꺼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브라모비치는 21세기 첼시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러시아 신흥 재벌이었던 그는 2003년 첼시를 인수해 세계적인 빅클럽으로 성장시켰다. 공격적인 투자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일대 변혁을 불러일으켰고, 첼시는 아브라모비치와 함께 EPL 우승 5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2회 등 황금기를 누렸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급작스럽게 아브라모비치 시대가 끝났다. 영국 내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시작됐고, 아브라모비치 역시 푸틴의 측근으로 지목돼 EPL 사무국 차원에서 구단주 자격을 박탈당했다.
아브라모비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었으나 달리 방도가 없었다. 아브라모비치가 푸틴을 등에 업고 재벌로 성장한 건 사실이나 첼시를 맡은 이후 꾸준히 관계가 옅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브라모비치는 첼시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 첼시 매각을 결정했고, 구단 관련 빚까지 끌어안고 나가며 첼시에 대한 애정을 마지막까지 보여줬다.
또한 아브라모비치는 지난해 3월 첼시를 매물로 내놓은 뒤 모든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자들에게 판매 수익금을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역시 자신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음을 밝히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첼시가 토드 볼리 구단주에게 매각된 5월 이후 18개월이 지나도록 판매금은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동결 계좌에 남아있는 해당 기금은 영국 정부와 유럽연합 사이의 관료적 문제로 인해 우크라이나 내에서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선언됐는데, 영국 일부 정치인들은 이를 모든 우크라이나 안팎의 전쟁 피해자가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첼시 매각 자금을 우크라이나 내에서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고수할 계획이다. '텔레그래프'는 이러한 조건으로 판매금이 사용되기 위해서는 아브라모비치의 승인이 필요할 것이라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