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경기에서 김정은은 14점을 올리며 하나원큐의 63-54 승리를 이끌었다.
김정은의 정규리그 통산 득점도 7천874점으로 올랐다.
공교롭게도 이 부문 3위로 밀린 인물이 상대 벤치에 있었다. BNK의 변연하 코치(7천863점)다.
승리와 기록을 동시에 챙긴 김정은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기록에 대해서는) 딱히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인들이 많이 이야기하더라. (BNK의) 변 코치님, 박정은 감독님은 어릴 때부터 내가 항상 동경하던 선배님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하 언니 앞에서 이렇게 기록을 깼다는 게 의미가 있다. 그 부분은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고 웃었다.
2006년 프로 무대에 입성한 김정은도 벌써 36세의 노장이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을 정말 누가했을까"라고 웃은 김정은은 "확실히 (경기 뛰는 게) 버거운 게 사실이다. (체력이) 많이 떨어진 걸 스스로 느껴진다. 4쿼터에 힘내고 싶지만, 마음처럼 안 된다"고 말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하나원큐의 전신 신세계에 지명된 김정은은 2017년까지 한 팀에서만 뛴 바 있다. 지난 시즌까지 아산 우리은행에 몸담았던 김정은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김정은이 합류한 하나원큐는 지난 시즌 성적이 6승 24패로 꼴찌팀이었다.
지난 시즌 2승을 올리기 전까지 16번이나 졌다. 올 시즌 성적(2승 5패)은 그보다는 좋다.
김정은은 "다들 꼴찌로 끝난 지난 시즌의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다른 팀에서 지난 시즌 하나원큐만 만나면 '1승 제물'이라고 했는데, 올 시즌에는 상대가 그렇게 느끼지 않도록 하자고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며 "지금 그 목표의 절반 정도는 해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은행에 있을 때, 김단비 선수가 (우리은행에) 합류한 후로 20분간 땀 한 방울 나지 않은 채로 뛸 정도로 수월한 경기도 있었다"며 "(여기서) 힘들지만 내가 해야 할 몫이 있다. 이렇게 이기는 경기가 많아져 선수들이 '이기는 맛'을 알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은 하나원큐의 주축인 신지현과 양인영의 분발도 촉구했다.
김정은은 "이제 내가 이런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하는 것 자체가 식상하지 않나. (하나원큐는) 내가 주축이 되면 안 된다"며 "신지현, 양인영 등 후배 선수들이 (이 자리에)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두 선수가 무게감을 키워야 한다. 팀에서 그 정도 대우를 받으면 해줘야 하는 게 프로 선수"라며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다른 팀 1, 2 옵션 선수들을 생각해서 자존심을 세워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하나원큐의 김도완 감독은 "김정은 선수는 힘든 과정을 거쳐 일부러 어려운 팀을 골라 여기에 왔다"며 "그런 기록을 세웠다는 게 정말 축하할 일이다. 감독 입장에서 미안하고 고마운 선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팀이 한 계단씩 올라가기 위한 발판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