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다저스 유망주' 최현일이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대치중-서울고를 다니며 한국에서 학교를 다닌 우완투수 최현일은 2018년 8월 LA 다저스와 계약한 뒤 이듬해부터 미국 무대에서 뛰었다. 첫 해 14경기 65이닝 5승 1패 평균자책점 2.63으로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2020년에는 개인 훈련에 집중해야 했다.
최현일은 2021년부터 다시 마이너리그를 소화했고, 싱글A와 상위 싱글A(싱글A+)에서 경험을 쌓았다. 올 시즌에는 다저스 산하 싱글A+ 그레이트 레이크스 소속으로 16경기 60이닝 4승 5패 평균자책점 3.75를 기록했다.
최현일은 2021년 다저스 구단이 선정한 브랜치 리키 마이너리그 최우수 투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시즌에는 팔꿈치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으나 여전히 그에 대한 팀의 기대가 크다.
최현일은 '빅리그 선배' 최지만의 초청 덕분에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양준혁야구재단 2023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에 참가했다.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최현일은 "최지만 선배님이 추천하지 않으셨으면 올 수 없었을 것 같은데, 이렇게 오게 돼 매우 영광으로 생각한다. 마이너리거라 팬분들께서 잘 모르실 수도 있는데, 이런 기회를 통해서 팬분들과 소통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한 시즌을 돌아본 최현일은 "나름 잘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부상 때문에 올해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좀 있었는데, 그런 걸 감안하면 잘 끝낸 것 같다. 그래도 내 기대치, 많은 분들의 기대치에 비해 조금 늦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급한 마음도 없진 않다. 최대한 그런 마음을 갖지 않고 잘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며 "희망사항은 더블A인데, 열심히 잘해서 그 레벨에 걸맞는 뭔가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당연히 더블A로 올라가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또 그는 "2년 전에 잘해서 상을 받기도 했고, 그러면서 기대치가 올라가다 보니까 그걸 부담스럽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보니까 혼자 조급해져서 할 수 있는 것도 못했는데, 올핸 좀 나았던 것 같다"며 "내년이 계약 마지막 해인 걸로 아는데, 불태워야 한다. 집중해서 할 수 있는 걸 다 불태워야 후회가 안 남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미국으로 향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최현일은 "(미국 생활을 한 지) 6년 정도 지났는데, 영어도 어느 정도 다 할 줄 알고 문화적인 차이도 이해한다. 또 친구들을 사귀며 그 친구들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또 관념적인 부분은 무엇인지 등을 잘 배웠다. 가장 큰 부분은 영어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것 같다"며 "타지 생활이라는 게 외롭기도 하지만,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자취를 하는 것처럼 혼자 살아가는 방법도 비교적 남들보다 빠르게 알아간 것 같아서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최현일은 "KBO리그 팀에 가보지 않아서 완벽하게 비교하긴 어려운데,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운동을 할 때나 그 이외의 시간들을 보더라도 새롭게 친구를 사귀어야 하고, 언어를 새로 배워야 하기 때문에 처음엔 좀 힘들었다. 음식, 언어가 가장 어려운 것 같다"며 "선배나 후배를 따지지 않고 여기까지 온 선수들이면 알아서 잘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보니까 조언을 하는 것 같진 않다. 세세한 것까지 얘기해주지 않기 때문에 자기만의 루틴을 찾아오면 좋다"고 조언했다.
가족들의 연락도 큰 원동력이다. 최현일은 "무슨 말을 들어서 용기를 얻는 게 아니라 그냥 타지에 있다 보니까 한 번씩 전화가 오기만 해도 기쁜 것 같다. 가끔 어머니께 전화가 많이 오기도 하는데, 전화가 온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고 웃었다.
한국에서 운동했을 때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최현일은 "스태프가 엄청 많다. 독단적으로 알려주시는 코치님도 안 계시고, 야구를 가장 잘 안다는 코치님들이 모여 소통하고 선수에 대해 알려주고 하는 것들이 좀 다른 것 같다. 마이너리그 투수들을 보면 구속도 그렇고 다들 잘 던지는데, 확실히 선수들도 모르는 게 있는 것 같더라. 코치님들이 잘 안 알려준다. 어떻게 운동을 알려주는 건지 이유를 알려주긴 하지만, 그걸 어떻게 만들었는지 등에 대해서 잘 물어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 8월 다저스와 계약금 90만 달러에 계약한 장현석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최현일은 "아직 만나보진 못했고 12월에 한 번 만날 것 같다. 스프링 트레이닝에 가면 최소한 한 달 반 정도는 매일 봐야 한다. 하기 싫어도 같이 해야 할 것도 많다.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후배가 들어왔다는 게 매우 기쁘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미국에 온 이후) 한 팀에 한국 선수가 두 명이나 있는 건 처음이라서 설레기도 한다. 중간에 한국말도 섞고 한국과 관련한 얘기도 하고, 또 한국 음식도 같이 먹을 수 있지 않나. (장현석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끔 잘 도와주려고 하고 있다"며 "다저스 스카우트 형이 보내준 장현석의 투구 영상을 통해서 몇 번 봤는데, 야구 쪽으로는 알려줄 게 없더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도와주지 않더라도 알아서 잘할 것 같다. 나는 영어, 미국 생활, 동료들과 친해지는 것 등 야구 외적인 부분을 많이 도와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현석과 더불어 또 한 명의 투수 유망주, 이찬솔(서울고)도 지난 7월 말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을 맺었다. 현재 보스턴 구단에서 제공한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고, 내년 1월 미국 플로리다로 출국할 예정이다.
최현일은 "장현석 선수는 사인 전에 연락이 안 왔는데, 이찬솔 선수는 사인 전에 연락해서 '미국에서 게임 '롤(리그 오브 레전드)'을 할 수 있냐고 물어보더라(웃음). 어려운 결정이었는데, 잘했다고 생각한다. 꼭 메이저리그에 가지 못하더라도 지금 이렇게 배우는 것 자체가 살면서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본인이 원해서 온 거라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며 후배들의 도전을 응원했다.
끝으로 최현일은 "더 열심히 하겠다는 말은 진부한 것 같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고는 하는데, 나이가 적은 편도 아니고 진짜 잘해야 하는 시즌이라고 생각한다"며 "(팬들의 기억 속에서) 살짝 잊혀졌을 수도 있는데, 응원해 주시면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