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목 기자]
▲ KCC 허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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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패를 탈출한 KCC는 4승7패로 8위를 유지했다. 5할 승률이 무너진 현대모비스는 7승8패로 6위를 지켰다. KCC는 올시즌 현대 모비스와 두 번의 대결에서 모두 승리했다.
KCC의 라인업 변화가 통했다. 전창진 KCC 감독은 이날 올시즌 처음으로 이호현-허웅-송교창-최준용-알리제 드숀 존슨을 베스트5로 가동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송교창은 2경기만에 선발로 투입되며 함께 출전한 최준용과의 조합을 점검했다.
KCC는 이날 1, 3쿼터는 선발멤버 위주로, 2, 4쿼터는 벤치에서 출격한 라건아-이승현-정창영 등을 활용하여 더블스쿼드에 가까운 경기운영을 펼쳤다. 주축 선수들의 경기력과 조직력을 끌어올리고 최선의 조합을 찾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효과는 나쁘지 않았다. 속공과 헬프수비, 리바운드가 살아난 KCC는 졸전을 펼쳤던 지난 가스공사전에 비하여 경기력이 많이 달라졌다. 허웅이 팀 내 최다인 21점을 올리면서 경기 조율 역할에도 기여했다. 최근 주춤했던 존슨도 19점 8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활약했다. 최준용은 17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 송교창이 9점 3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팀 승리에 기여하며 두 포워드의 공생 가능성을 확인한 것도 성과다.
현대모비스는 게이지 프림(22점 5리바운드)과 케베 알루마(19점 6리바운드)를 앞세워 막판 질긴 추격전으로 KCC를 괴롭혔다. 하지만 KCC가 고질적인 약점이던 외곽수비에서 현대모비스의 3점슛 성공률 21%(6/28)로 막아내며 승리의 추가 기울었다.
KCC는 시즌 개막 전 막강한 전력을 구축하여 컵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정규리그에서도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막상 시즌에 접어들자 경기력이 급락하며 부진에 빠졌다. 선수들의 네임밸류는 쟁쟁했지만 서로 손발이 맞지 않았고 부상과 컨디션 난조까지 겹쳤다.
KCC는 판타스틱 6(허웅-최준용-이승현-송교창-라건아-존슨)로 불리우는 화려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5명이 대한민국 국가대표 출신이고 존슨은 올시즌 외국인 선수중에서도 손꼽히는 득점력을 보유했다.
하지만 아무리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였다. 주축 선수들의 비시즌 국가대표 차출과 군복무, 부상 등의 문제로 선수들이 제대로 호흡을 맞춘 기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시즌 중에 실전을 통하여 상호간의 확실한 역할분담과 최상의 조합을 맞춰가야하는 상황이다.
현재 KCC의 가장 큰 고민은 공수밸런스의 불균형이다. 1옵션 외국인 선수인 존슨은 득점력에 비하여 기복이 심하고 공격 대비 수비에서의 약점이 뚜렷하다. 어린 선수이고 개인 욕심이 강하다보니 동료들을 믿지 못하고 무리한 플레이를 하는 게 문제로 지적됐다. 존슨이 흔들리면 수비 전체가 불안해지고, 덩달아 허웅까지 집중견제를 당하여 무너지는 경기가 많았다.
정통 빅맨 라건아는 최근 기량이 노쇠해 존슨에 이어 2옵션으로 밀려났다. 이승현 역시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아 출전시간이 줄어들었다. 현재로서는 다재다능한 빅포워드인 최준용-송교창이 수비와 높이에서 존슨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것이 이상적인 그림이다. 그런데 두 선수 역시 부상 후유증으로 아직은 많은 시간을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다. 그나마 경기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손발이 맞아나가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현대모비스전에서도 이기기는 했지만 마지막 4쿼터에 마무리가 매우 좋지 않았다는 점은 찜찜함으로 남았다. KCC는 3쿼터에서 74-58으로 크게 앞서며 낙승을 거두는 듯 했으나, 마지막 쿼터들어 존슨이 4반칙에 몰리고 현대모비스의 추격전에 17-26으로 크게 밀리며 5점차까지 쫓기기도 했다.
서명진과 론 제이 아바리엔토스가 건재하던 지난 시즌에 비하여 앞선이 약화된 현대모비스는 3점슛 기록과 관련하여 성공횟수(5.3개)와 성공률(25.2%) 모두 리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팀이다. KCC와의 경기도 외곽슛이 좀더 터졌더라면 상황은 전혀 달라질 수도 있었다. 승리에도 불구하고 이날 KCC의 팀 수비에 있어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던 이유다.
KCC는 지난 시즌까지 세트 오펜스에서 골밑 위주의 확률 높은 농구를 펼쳤다. 전창진 감독이 선호하는 농구스타일 역시 보수적이었다. 그런데 현재 KCC의 선수구성은 빠른 공수전환을 통한 얼리 오펜스에 더 최적화되어있다. 존슨-최준용-송교창은 모두 장신이면서 기술과 운동능력, 다재다능함으로 승부하는 선수들이다. 허웅은 단신슈터이지만 상황에서 보조리딩과 메인 핸들러의 역할도 얼마든지 수행 가능하다.
이론적으로는 각기 다른 능력치을 가진 선수들의 조합을 통하여 상황에 따라 다양한 농구가 모두 가능할 것 같지만, 현실은 게임과 다르다. 제 아무리 능력치가 좋은 선수들을 모아놔도 팀 전술에 맞지 않거나 함께 뛰었을 때 시너지가 나지 않은 선수들도 존재한다. 누군가는 출전시간이나 팀 내 비중이 줄어드는 희생도 감수해야한다.
현재 KCC에서 전 경기에 평균 30분 이상을 안정적으로 소화해주고 있는 주전 선수는 허웅 뿐이다. '주인공'에 익숙한 선수들이 많은 KCC는 아직 서로를 살려주기 위한 플레이와 확실하게 자리잡지 못한 팀 컬러 사이에서 적응하느라 혼란을 느끼고 있는 모습이다. 선수들의 역할 분담에 대한 확실한 교통정리가 먼저 이루어져야, 이름값에 걸맞는 '슈퍼팀'으로서의 위용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