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투수들 사이에 스위퍼 열풍이 일었지만, 스승을 뛰어넘은 제자는 없었다.
페디는 슬라이더보다 구속은 느리지만, 좌우 변화가 큰 스위퍼를 무기로 2023년 한국프로야구를 지배했다.
27일 서울시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2023 KBO 시상식에서 페디는 빛나는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트로피를 번쩍 들었다. 페디의 득표율은 91.9%(111표 중 102표)였다.
지난 8일 미국으로 출국한 페디는 26일 오후에 입국해 '주인공'으로 KBO 시상식을 빛냈다.
페디는 올해 정규시즌에서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0, 209탈삼진으로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부문을 석권하는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KBO리그 역사에 남을 호투였다.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건 해태 타이거즈 선동열(1986, 1989, 1990, 1991년), 한화 이글스 류현진(2006년), KIA 타이거즈 윤석민(2011년)에 이어 페디가 역대 4번째다.
페디는 1983년 삼미 슈퍼스타즈 장명부(30승·탈삼진 220개), 1984년 롯데 자이언츠 고(故) 최동원(27승·탈삼진 223개), 1985년 삼성 라이온즈 김시진(25승·탈삼진 201개), 1986년 해태 선동열(24승·탈삼진 214개) 등 전설적인 투수들만 달성한 20승·200탈삼진 기록도 세웠다.
올해 마지막 등판이었던 SSG 랜더스와의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는 6이닝(3피안타 1실점) 동안 삼진 12개를 잡아 1989년 2차전 선동열(해태)과 2020년 1차전 크리스 플렉센(두산 베어스)의 11탈삼진을 1개 넘어선 PO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도 작성했다.
NC 타선과의 합도 좋았다.
페디는 평균 4.33점으로 리그 평균 3.23점보다 1.1점이나 높은 득점 지원을 받으며, KBO리그 최소 경기 10승 타이기록(12경기), 최소경기 15승 타이기록(19경기)을 연거푸 달성했다.
페디는 2020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에릭 테임즈와 함께 뛰었다.
페디는 "테임즈가 KBO리그를 내게 소개하며, 매우 수준 높은 리그라고 말했다. 테임즈에게 KBO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자신의 한국행에 테임즈가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테임즈는 NC가 배출한 첫 정규시즌 MVP(2015년)였다.
페디는 NC 소속 투수로는 처음 정규시즌 MVP에 올랐고, 테임즈에 이은 역대 두 번째 NC 소속 MVP로 기록됐다.
시상식 무대에 오른 페디는 "NC 동료들은 내게 형제와도 같다. 또한, 창원 팬들의 도움을 받았다"며 "올해 2월 스프링캠프에서 NC에 처음 합류했을 때는 두려움을 느꼈는데, 동료들 덕에 잘 넘겼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NC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하고 가을 무대에서 탈락하자 페디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당시 상황이 화두에 오르자 페디는 "또 눈물이 나려고 한다"며 "(팔뚝 통증 탓에) 포스트시즌에서 NC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래서 눈물이 나왔다"고 떠올렸다.
페디는 아버지와 함께 시상식에 참석했다.
NC 동료들을 떠올리며 한 번 눈시울을 붉힌 페디는 함께 입국해 시상식에 온 아버지를 바라보며 "이 트로피는 아버지의 것이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며 또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