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에 막힌 듯했던 인천 유나이티드의 16강 항로가 다시 뚜렷해졌다. 인천이 위기 속에서 기막힌 승리를 일궜다. J리그 2위를 상대로 더블까지 기록했다.
28일 오후 7시, 인천에 위치한 인천 축구전용구장에서 2023-2024 AFC 챔피언스리그 G조 5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요코하마 F 마리노스전이 킥오프했다. 경기 결과는 2-1, 인천의 쾌승이었다. 인천은 전반 11분 홍시후, 후반 22분 에르난데스의 연속골로 후반 38분 에우베르가 한 골을 만회한 일본의 강호 요코하마를 침몰시켰다. 이로써 3승 2패를 기록하게 된 인천은 다음 라운드에서 카야를 잡을 시 4승 2패로 챔피언스리그 16강행 티켓을 얻는다.
경기를 앞둔 인천 축구전용구장은 상당히 추웠다. 온도는 영상과 영하를 오르락내리락 했고, 체감 온도는 훨씬 아래였다. 그러나 두 팀 팬들의 열기는 용광로처럼 뜨거웠다. 2023℃였다. 홈팀 인천의 팬들은 멈추지 않고 팀을 향한 노래를 불러댔다. 거기서 열기가 뿜어졌다. 원정팀 요코하마의 팬들도 대단했다. 인천에 따르면 대략 1,000명의 팬이 인천으로 넘어왔는데 그들 역시 인천팬들에게 밀리지 않으려 열띤 응원전을 이어갔다. 요코하마팬들 중 일부는 웃통을 벗고 열정을 표출하는 이들도 보였다. 경기 도중 전광판을 통해 발표된 이날 인천 축구전용구장 방문 관객 수는 5,712명이었다.
조성환 인천 감독은 요코하마전을 앞두고 고민이 컸다. 부상자 명단의 이름을 올린 선수들이 부지기수였고, 심지어 팀에 핵심이 되는 외국인 선수들이 다수였다. 요코하마전에 출전할 수 없는 선수의 명단은 이명주·문지환·신진호·델브리지·무고사·음포쿠·제르소 등이었다. 인천이 현장에 전파한 자료에 따르면 요코하마전에 나서는 인천 스타팅 중 4명이 U-22 이하 자원이었고, 교체 자원에서는 무려 7명이 U-22 이하였다. 그만큼 현재 인천이 제대로 된 전력을 표출할 수 없는 상태라는 뜻이었다.
이런 와중에도 인천은 어떻게든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김보섭-천성훈-박승호를 최전방에 두고, 최우진-김도혁-박현빈-홍시후로 2선을 추렸다. 수비 라인은 좌측부터 오반석-김동민-김연수였고, 골키퍼는 김동헌이었다. 대형은 사실상 5-4-1에 가까워 보였다. 카운터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으나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했다. 상대 요코하마는 이번 시즌 일본 J1리그에서 18개 클럽 중 2위를 차지한 강팀이었다.
인천은 초반부터 위기를 맞았다. 전반 7분, 요코하마의 7번 에우베르가 헤더로 인천의 골문을 공략했다. 인천은 김동헌 골키퍼의 선방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위기 뒤엔 기회였다. 인천은 기회를 살려냈다. 전반 11분, 인천이 선제골을 터뜨렸다. 좌 측면에서 시작한 역습이 요코하마의 빈 공간을 헤집었다. 박승호는 쇄도하는 김보섭을 향해 정확하게 볼을 띄워줬고, 김보섭은 열심히 공간으로 달려 패스를 내줬다. 천성훈의 슛은 골키퍼에게 막혀 요코하마의 골망을 흔들지 못했으나 세컨 볼이 홍시후에게 향했다. 홍시후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을 터뜨렸다. 인천이 최상의 상황을 만든 순간이었다.
이때부터 경기 양상은 더 뚜렷하게 굳어졌다. 요코하마는 두드렸고, 인천은 막아섰다. 그러나 김동헌 골키퍼를 중심으로 뭉친 인천은 쉽게 골을 허용하지 않았다. 전반 34분엔 요코하마의 에우베르가 무회전 중거리슛으로 골망을 노렸으나 김동헌 골키퍼가 또 막았다. '김동헌 쇼'는 계속됐다. 전반 36분엔 요코하마의 측면 크로스가 페널티박스 안으로 날카롭게 들어왔다. 요코하마의 미즈누마 코타가 좋은 침투로 공에 발을 댔다. 그러나 바로 앞에서 시도한 슛을 김동헌이 또 쳐냈다.
골대도 인천을 도왔다. 전반 38분, 요코하마 요시오 카이나의 왼발 프리킥이 인천 골문을 겨냥했다. 볼을 골대를 맞고 튀어나왔다. 인천에 운도 따르는 장면이었다. 전반 45분엔 인천도 코너킥 시퀀스에서 멋진 장면을 만들었다. 김도혁이 코너킥으로 볼을 빠르게 방출했고, 통통 튀면서 어렵게 넘어온 볼을 박승호가 원터치로 처리했다. 볼은 요코하마 골문을 살짝 빗겨갔다.
전반전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인천은 점유율 34%로 한 골을 만들었다. 유효슛에 있어선 인천이 2개, 요코하마가 5개였다. 인천이 1-0 스코어로 효율성 가득한 게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갈 길 바쁜 요코하마는 교체 카드를 활용하며 공격적으로 전술을 바꿨다. 인천 또한 박현빈을 빼고 에르난데스를 넣으며 역습을 가다듬었다. 이후엔 홍시후와 천성훈을 빼고 민경현과 김민석을 넣으며 다시금 전열을 정비했다. 양 팀의 교체 카드는 계속됐다. 요코하마는 안데르손·남태희·마테우스를 동시에 투입했다.
이러던 도중 인천이 추가골을 넣었다. 또 카운터였다. 후반 22분, 인천이 요코하마 진영에서 볼을 따냈다. 김도혁이 압박으로 소유권을 가져왔고 하프스페이스 깊숙한 곳으로 침투하는 김보섭에게 볼을 내줬다. 김보섭은 전방으로 쇄도하는 에르난데스를 향해 정확하게 볼을 깔아줬다. 에르난데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추가골을 만들었다. 이후 에르난데스는 유니폼을 벗는 셀레브레이션으로 현장의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인천은 이후 정동윤과 김건희를 넣고 김보섭과 김연수를 뺐다. 그라운드의 기동력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했다. 후반 30분엔 인천의 77번 박승호가 탱크 같은 역습으로 요코하마 문전까지 도달하는 에너지를 보여줬다. 후반 37분엔 마테우스의 슛을 센터백 오반석이 몸을 던져 막아냈다. 후반 38분엔 인천이 코너킦에서 실점했다. 몇 번의 헤더를 거쳐 넘어온 볼이 에우베르의 머리를 경유해 골망을 흔들었다. 남은 시간이 인천에 쉽지 않을 게 예고되는 장면이었다.
후반 추가 시간은 6분이었다. 인천은 버티고 또 버텼다. 그런 와중 요코하마를 거슬리게 할 역습을 지속했다. 결국 인천이 이겼다. 인천은 산둥 타이산과 카야의 경기가 아직 열리지 않은 사이 G조 1위로 올라섰다. 아시아를 향한 인천의 비상은 계속될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