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딩하오 9단이 2023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먼저 웃었다.
25일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 캠퍼스에서 열린 202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1국에서 딩하오가 중국 셰얼하오 9단에게 흑 187수 만에 불계승했다. 결승 3번기에서 1승을 선취한 딩하오는 한 번만 더 이기면 생애 최초로 삼성화재배 우승컵을 안게 된다. 결승 2국은 27일 열리며, 이날 승부가 동률이 되면 이튿날인 28일 결승 최종전에서 우승자를 가린다.
딩하오의 완승이었다. 딩하오의 결승 상대 셰얼하오는 이번 대회 8강에서 신진서 9단의 대마를 잡아 버린 괴력의 소유자다. 그러나 딩하오는 셰얼하오의 파상공세를 현명하고 영리하게 받아치면서 한 번도 우세를 빼앗기지 않았다. 초반 우하귀 진행에서 우하귀 흑 대마를 내주고 선수를 잡아 좌하귀 백 대마와 바꿔치기를 감행할 때는 날렵하고 세련된 바둑을 보여줬고, 중후반 상변 전투에서 버티기에 들어간 셰얼하오의 대마를 공격할 때는 끝까지 사활을 추궁하는 치밀한 수읽기와 섬뜩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바둑 막바지, 유리한 형세를 확인한 딩하오가 탄탄하게 걸어 잠글 때는 전성기의 이창호를 보는 것처럼 빈틈이 없었다. 초반 포석부터 중반 전투, 그리고 마무리 운영까지 어느 것 하나 나무랄 게 없는 완벽한 바둑이었다.
딩하오는 2000년생으로 신진서와 동갑내기다. 두각을 나타낸 건 최근 들어서다. 2021년 중국 국내 기전 3개를 잇달아 우승하며 중국에서 주목을 받았고, 올 2월 LG배를 들어 올리며 생애 최초로 메이저 세계 대회에서 우승했다. 올해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한 삼성화재배에서 내처 결승까지 올라왔고, 이제 우승까지 1승만 남겨뒀다. 인공지능과 4000번 대국하며 훈련했다는 일화가 전해오는 노력파 기사로, 현재 중국 랭킹은 4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