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스포츠계에서 내려져오는 격언이다. 5연패의 정관장은 남들보다 더 많은 땀을 흘렸고, 그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지난 11월 9일 현대건설과의 2라운드 첫 경기를 패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정관장의 패배는 일시적일 뿐이라는 반응들이 대부분이었다. 1라운드 MVP에 선정된 메가와 지아의 파워가 강력했고, 정호영-박은진으로 이어지는 미들 블로커 라인 역시 탄탄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패배는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대건설전을 시작으로 GS칼텍스, 도로공사, 흥국생명, 기업은행전을 연달아 졌다. 5연패, 1라운드 고공행진을 펼치던 정관장의 날개없는 추락이었다.
경기 내용면에서도 좋지 않았다. 세트를 앞서나가다 16점 이후 결정적인 범실이 나오며 세트를 내주고, 그 여파가 이어져 경기를 그르치는 경기들이 대부분이었다.
1라운드 가공할 만한 공격력을 보여주었던 메가와 지아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범실로 경기의 흐름을 끊었고 수비부터 블로킹, 서브, 심지어 2단 연결까지 제대로 된 플레이가 나오지 않아 고희진 감독과 정관장의 속을 타들어가게 만들었다.
고희진 감독은 연패 기간 동안 선수들의 사기를 올리는 데 중점을 두었다. 알게 모르게 마음 고생을 하던 메가를 개인적으로 불러 밥을 사주기도 했고, 최대한 선수들을 다그치지 않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경기력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기업은행전이 끝난 후 고희진 감독은 특단의 선택을 했다. 바로 훈련의 양을 더욱 늘리는 것이었다. 이미 비시즌 많은 훈련을 했지만, 감각에 대한 훈련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수비부터 블로킹, 연결, 공격까지 강도높은 훈련이 이어졌다. 휴식일은 없었다. 반복 또 반복이었고, 선수들은 훈련이 끝난 후 잠깐의 휴식마저 잠으로 채웠을 정도로 고강도의 훈련이 이어졌다.
훈련의 시간은 경기 전과 후를 가리지 않았다. 기업은행전 패배 이후 휴식없이 훈련을 진행한 정관장은 AI 페퍼스와의 경기 당일 오전까지 블로킹 훈련을 진행했을 정도로 고희진 감독은 강력하게 선수들의 훈련을 이끌어나갔다.
이 때문이었을까. 정관장은 AI 페퍼스와의 경기에서 12대8의 블로킹 우위를 앞세워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1세트에는 지난 경기들과 마찬가지로 앞서나가다 역전패를 당하며 백약이 무효한 듯 했지만, 2세트부터 점차 안정을 찾아나갔고, 내리 세 세트를 따내며 값진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메가와 지아 역시 혹독했던 훈련이 빛을 발했다고 이야기했다. 메가는 "2라운드에 좋지 못했던 이유는 집중력 부족이라고 생각했다. 5연패 이후에 볼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는데 실력이 향상되었다."라고 그간 훈련의 성과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아 역시 "5연패 이후에 훈련양이 많아졌다. 훈련양이 많아졌기 때문에 힘들었다. 특히 공격과 수비를 위주로 훈련을 했는데 시합 다음날에도 훈련을 했다. 휴식시간이 부족했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5연패를 했기 때문에 무언가를 찾아야하고 바꿀 것을 찾아야했다. 훈련 후에 힘들어서 쉬는시간에 전부 잠을 잤다."라고 설명했다.
선수단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진 과제는 공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는 것이었다. 지아는 "감독님이 공을 왜이렇게 두려워 하냐고 이야기를 했다. 훈련을 통해 공을 두려워하는 것을 극복했고, 이번 경기를 이길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하며 공에 대한 두려움을 선수단이 어느 정도 극복했음을 이야기했다.
승리를 거뒀지만, 고희진 감독은 아직 부족하다. 1세트나 4세트 막판에 드러났던 집중력과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고 감독은 팀이 정상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훈련양을 강하게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과연 정관장 선수들이 흘릴 땀은 어느 정도일까? 그리고 그 흘린 땀은 또 다시 진실함을 보여줄까? 스파르타 훈련에 돌입한 정관장의 3라운드를 주목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