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DB 김종규. 사진=KBL 제공
2023~24 프로농구 선두를 질주하는 원주 DB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른다.
DB는 29일 기준 14승 2패로 1위를 지키고 있다. 1라운드 8승 1패로 독주하더니 2라운드에서도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시즌 7위(22승 32패)에 그쳤던 DB는 올 시즌 완전히 다른 팀이다. 지금 페이스라면 3라운드 안에 지난 시즌 승수를 돌파할 기세다.
DB 김종규(15번)이 로슨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KBL
변화가 많았다. 지난 시즌 대행이었던 팀의 레전드 출신 김주성 감독이 올 시즌 정식 선임됐다. 1옵션 외국인 선수로 고양 데이원(현 소노)에서 뛰던 디드릭 로슨이 가세했다. 영리하고 다재다능한 빅맨인 로슨은 기존 전력을 모두 살리는 플레이를 하고 있다. 로슨과 호흡을 맞추게 된 2년 차 아시아쿼터 가드 이선 알바노는 15.4득점 8.1어시스트로 지난 시즌(13.3득점 5.1 어시스트)과 비교해 괄목성장했다.
DB의 높이를 담당하던 두 빅맨 강상재와 김종규의 존재감도 눈에 띈다. 득점을 맡아줄 선수가 많아지면서 두 사람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 김주성 감독이 둘을 전술에 맞춰 번갈아 쓸 정도로 현재 DB 선수층이 두터워졌다.
DB 김종규가 코트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KBL
DB는 지난 시즌 득점 8위(78.1점) 3점 슛 성공률 10위(30.8%) 등 공격 지표가 하위권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최상위권이다. 득점(93.6점) 어시스트(22.1개) 블록 슛(4.5개) 야투 성공률(52%) 3점 슛 성공률(38.7%) 자유투 성공률(80.9%)이 모두 1위다.
김종규는 DB가 달라진 이유로 효율적인 분담과 상호 보완을 꼽았다.
김종규는 본지와 통화에서 "선수들 각자가 잘하고 자신 있는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는 팀 시스템이 형성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재다능한 로슨과 알바노의 역할이 크다. 선수들이 서로 어려운 부분이 있을 때는 상호 보완도 가능하다"며 "나도 대표팀에 다녀온 후 팀에 어떻게 기여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팀에 공격이 좋은 선수들은 많다. 난 수비에서 더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로슨도 공격적인 부분에 더 신경 쓸 수 있게 됐다. 좋은 선수들과 함께 뛰니 좋은 시너지가 커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안양 정관장과 원주 DB가 26일 오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경기를 펼쳤다. DB 김종규가 정관장 수비를 제치고 슛하고있다. 안양=정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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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규의 경우는 강점이 덜한 외곽 슛 대신 골 밑 플레이에 집중한 게 효과를 봤다. 최근 4시즌 동안 평균 1.4개를 시도했던 3점 슛이 올해는 0.3개로 대폭 줄었으나 득점력은 평균 11.1점에서 11.6점으로 소폭 늘었다.
김종규는 "아무래도 로슨은 외곽 플레이를 좋아하는 선수다. (강)상재도 마찬가지다. 팀에 3점 슛을 쏠 수 있는 선수가 많으니 난 안쪽에서 나는 기회를 조금 더 많이 노렸다. 그런 부분들이 서로 잘 맞아떨어진다"고 했다.
김종규는 김주성 감독의 강점으로 디테일과 카리스마를 꼽았다. 김종규는 "감독님은 굉장히 디테일에 강한 분"이라며 "동작 하나, 말 하나까지도 섬세하게 짚고 이야기하신다. 분위기를 잡아야 할 때는 또 강하게 이야기하신다. 선수단도 감독님에 맞춰 적응해 가는 중"이라고 했다.
울산동천체욱관에서 열린 울산 현대모비스와 원주 DB의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경기. 경기 중 대화를 나누고 있는 DB 로슨(오른쪽)과 김종규의 모습. 사진=KBL
DB는 28일 기준 리그에서 가장 많은 16경기를 소화했다. 김종규는 "계속 이기니 팀 분위기도 좋다. 경기 일정은 타이트하지만, 분위기와 성적이 좋으니 피로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더라"며 "좋은 내용의 경기가 몇 번씩 나오니 선수들의 자신감도 커졌다. 앞으로 힘든 상황이 오더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형성된 것 같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제 2라운드일 뿐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며 "팀이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건 굉장히 좋은 일이나 앞으로 해야 할 게 더 많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고, 부상 등 개인적인 부분도 더 신경 쓸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