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영국 현지 매체들은 노리치시티가 퀸즈 파크 레인저스와 펼칠 경기에 황의조가 아닌 아담 이다를 최전방 공격수로 내세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담 이다는 이번 시즌 15경기에서 5골 1도움으로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골을 넣은 공격수. A매치 휴식기에 아일랜드 대표팀에 소집되어 뉴질랜드와 경기에서 골맛까지 봤다.
그런데 다비드 바그너 노리치시티 감독은 이다를 벤치에 두고 황의조를 선발로 내세웠다.
26일(한국시간) 잉글랜드 노리치 캐로 로드에서 열린 2023-24 잉글랜드 챔피언십 17라운드 퀸즈 파크 레인저스와 경기에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황의조는 전반 21분 긴 패스를 받아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황의조가 넣은 선제골은 1-0 승리 결승 득점으로 이어졌다. 경기가 끝나고 노리치시티는 팬 투표로 진행한 경기 최우수선수로 황의조가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황의조는 지난해 8월 지로댕 보르도를 떠나 프리미어리그 노팅엄 포레스트로 이적했다. 프리미어리그에 도전하고 싶다는 열망이 담긴 뜻이었다.
하지만 노팅엄 포레스트엔 자리가 없었고 황의조는 이적하자마자 그리스 올림피아코스로 임대됐다. 출전 시간을 얻기 위한 임대 이적이었다.
그러나 올림피아코스에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고 황의조는 떨어진 경기 감각을 살리기 위해 국내로 돌아와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FC서울에서 뛰었다.
FC서울은 황의조와 동행을 이어가기를 희망했으나, 황의조는 도전하겠다며 다시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이번엔 프리미어리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잉글랜드 챔피언십 노팅엄 포레스트로 다시 팀을 옮겼다.
이 선택은 내림세였던 황의조의 축구 인생을 다시 끌어올렸다. 입단 초기에 주로 교체로 적응기를 거쳤던 황의조는 훈련에서 성실한 자세로 다비드 바그너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었고, 지난달 29일 선덜랜드와 경기부터 퀸즈 파크 레인저스와 경기까지 4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다.
바그너 감독은 퀸즈 파크 레인저스와 경기까 끝나고 "황의조는 기술과 직업 윤리, 경기 이해도 면에서 매우 훌륭한 축구 선수다. 한국 국가대표로 50경기 이상 출전한 데엔 이유가 있다"며 "황의조는 잘 적응 했고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이해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국가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 올림피아코스 시절과 달리 소속팀에서 꾸준히 출전하면서 소집 명분을 쌓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이달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에 변함없이 황의조를 불렀다. 황의조와 함께 조규성과 오현규까지 최전방 공격수 세 명이 소집된 이번 대표팀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싱가포르와 중국전 모두 선발 공격수 조규성에 이어 황의조를 투입했고, 황의조는 중국과 경기에선 페널티킥으로 득점까지 했다. 현재로선 대표팀 최전방 공격수 중 두 번째 옵션으로 입지를 굳힌 셈. 다음 소집이 아시안컵 본선이라는 점에서 부상 등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소집이 확실시됐다.
그러나 오랫동안 이어왔던 국가대표 경력이 경기장 밖 일로 멈출 위기에 놓였다.
황의조는 지난 6월 불법 촬영된 성관계 영상이 SNS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불거졌고 지난 17일 서울경찰청으로부터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이에 대한축구협회(KFA)는 28일 오후 윤리위원회, 공정위원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위원 등으로 논의기구를 구성해 최근 '성관계 불법 촬영 혐의'를 받는 황의조 사태와 관련해 논의하고, "사실관계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나올 때까지 황의조 선수를 국가대표팀에 선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의를 주재한 이윤남 윤리위원장은 "아직 범죄 사실 여부에 대한 다툼이 지속되고 있고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협회가 예단하고 결론 내릴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국가대표는 고도의 도덕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자기관리를 해야 하며, 국가대표팀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할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축구단 운영규정 제6조(성실의무 및 품위유지)에 따르면 '각급 대표팀원은 국가를 대표하는 신분으로서 스스로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삼가며, 사회적 책임감과 도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황의조의 현 논란을 두고 결격 사유로 바라보는 시선도 외면할 수 없다. 타 종목에서도 품위 유지 위반이 종종 징계의 근거로 활용됐다.
황의조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중국과 경기에서 황의조를 출전 시킨 것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자 클린스만 감독은 내년 1월 아시안컵에서도 황의조가 필요하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이날 회의 상황과 결론을 전해 들은 클린스만 감독은 "재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며, 협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아시안컵 출전 명단 제출은 내년 1월 초로 예정되어 있다. 황의조가 아시안컵에 나가기 위해선 그 전까지 수사 기관으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