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황인범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별들의 무대'에서 그야말로 '개처럼' 뛰고 있다.
세르비아 최고 명문 즈베즈다에서 활약 중인 황인범은 29일 열린 2023/2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5차전 영 보이스(스위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4-3-1-2 포메이션의 3선 미드필더를 맡아 후반 44분 교체될 때까지 89분을 충실히 뛰었다.
비록 즈베즈다는 전반에만 자책골 하나 포함 2골을 내주면서 0-2로 패하고 G조 최하위를 확정지어 각 조 3위에 주어지는 이번 시즌 유로파리그 24강 플레이오프 티켓도 놓쳤으나 황인범 만큼은 즈베즈다 선수들 중 홀로 빛났다.
축구통계매체 '풋몹'에 따르면 황인범은 이날 49개의 패스를 뿌려 39개를 성공시키고 기회 창출도 2번 기록했다. 골 욕심도 있어 슈팅을 4개 시도했는데 하나가 골대를 맞는 등 불운까지 겹쳤다.
그래도 풋몹은 즈베즈다 선수들 중 유일하게 7점대 평점을 황인범에게 매겼다.
황인범은 이날 7.5점을 기록했다. 황인범 다음으로 높은 평점을 찍은 선수가 1.0점 뒤진 공격수 오스만 부카리(6.5점)였다.
황인범의 이날 활약을 나타내는 지표가 하나 더 있다.
황인범은 영 보이스 원정까지 챔피언스리그 5경기를 치르는 동안 60110m를 이동했다. 1차전 맨시티전에서 81분 뛰고는 교체아웃된 것, 그리고 이번 영 보이스 원정에서 후반 44분 뛴 것을 제외하면 2~4차전에선 90분을 다 뛰었는데 60km를 이동했으니 경기당 12km를 이동한 것이다.
대개 90분 경기 기준으로 12km를 뛰면 굉장히 왕성한 활동량을 드러낸 것으로 간주되며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해버지' 박지성이 12~13km를 오갔다. 황인범도 유럽 최고의 클럽대항전에서 수준급 활동량을 과시한 것이다.
챔피언스리그 전체 선수를 따져봐도 황인범의 활동량을 최상위권이다.
챔피언스리그 홈페이지에 따르면 황인범은 이동거리가 전체 4위다. FC포르투의 캐나다 국가대표 스테펜 유스타퀴토가 63.2km로 1위에 오른 가운데 영 보이스 스위스 대표팀 미드필더 필립 우그리니치가 61.8km로 2위다. 그 다음이 네덜란드 명문 페예노르트에서 뛰고 있는 필립 비퍼로 60.5km다.
황인범도 경기당 12km를 오가는 엄청난 활동량을 통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A~D조가 아직 5차전을 치르지 않아 30일엔 순위가 조금 더 내려갈 순 있지만 헌신적인 플레이 만큼은 유럽 정상권 선수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는 점이 입증했다.
황인범은 지난 9월 그리스 올림피아코스에서 즈베즈다로 이적할 때 맨시티 등과 챔피언스리그 경기하는 것을 이적의 동기부여로 꼽은 뒤 "개처럼 뛰겠다"고 세계 최고 구단에 선전포고해 화제가 됐다.
비록 즈베즈다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조기 퇴장하지만 황인범 만큼은 "개처럼 뛰겠다"는 약속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