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 서형권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남자 축구대표팀의 위험부담 큰 대표팀 운영이 현실로 다가온 첫 번째 돌발변수를 맞았다. 황의조가 국가대표팀 자격을 잠정 박탈당했다. 대체 선수를 뽑을지 고민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는 28일 이윤남 윤리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불법촬영 혐의를 받고 있는 황의조의 문제를 논의하고, '사실관계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나올 때까지 국가대표팀에 선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황의조는 지난 6월 시작된 온라인 사생활 폭로가 최근 본인의 불법촬영 혐의로 이어지면서 경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축구협회의 논의에 앞서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은 최근 대표팀 명단을 매우 좁은 범위에서만 구성하고 운용했다. 부임 직후인 3월과 6월에는 어느 정도 선수 테스트를 하는 듯싶었지만, 9월 소집을 통해 6경기 만에 첫승을 거두자 이때부터 변화를 거의 주지 않았다. 10월과 11월 대표팀 소집명단은 9월과 거의 같았다. 친선경기 소집 인원에 별다른 제한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클린스만 감독은 23명만 선발해 더 관찰할 선수는 없다는 뜻을 드러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서형권 기자
내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을 준비하기에도 바쁘므로 매 A매치마다 주전 선수들을 투입해 1군 완성도부터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은 납득할 만했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서 두 가지 우려가 일었다. 첫 번째는 평가전조차 손흥민, 김민재 등 피로가 쌓인 유럽파들을 풀타임 기용한 점이었다. 김민재가 소속팀 바이에른뮌헨의 사정상 매주 2경기에 가까운 일정을 풀타임으로 소화하고 있어 우려가 더 컸다. 두 번째는 선수풀이 너무 좁다는 점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구상한 23명 중 내년 1월까지 부상이나 예상치 못한 사태로 빠지는 선수가 발생하면 그 자리를 누구로 메울지 제3의 대안을 세우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우려는 황의조의 자리부터 현실이 됐다. 꾸준히 경기에 투입됐던 황의조는 클린스만 감독 부임 이후 3골을 넣어 팀내 득점 상위권이었다. 교체 출장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걸 감안하면 더 쏠쏠한 활약이었고, 페널티킥 기회를 동료들에게서 양보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아시안컵에 활용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관이 내년 1월 아시안컵보다 앞서 결론을 내야 하고, 그 결론이 불기소 처분이어야 한다는 여러 겹의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대표팀 복귀를 논의할 수 있다.
그동안 클린스만 감독은 스트라이커를 3명 선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늘 조규성, 오현규, 황의조였다. 지난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 대표팀 스파링 파트너로 합류했던 오현규를 A대표의 일원으로 받아들인 걸 빼면 더이상 선수를 확충하지 않았다.
황의조(왼쪽). 서형권 기자
대표팀의 다가오는 첫 일정이 아시안컵 대비 소집이다. 스트라이커 한두 명을 1차로 소집해 테스트하고 아시안컵 본선 동행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지만 관찰할 시간이 부족하다. 그동안 외면했던 K리그1 득점 선두 주민규를 비롯해 다른 스트라이커들을 미리 관찰하고 대표팀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작업을 해두지 않아서다.
클린스만 감독의 최근 선발 경향을 볼 때 스트라이커를 더 뽑지 않고 아시안컵에 갈 것이 유력하다. 클린스만 감독은 11월 치른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 2연전도 미드필더를 2배수보다 한 명 더 뽑았다. 특히 2선 자원으로 분류할 수 있는 선수를 이강인, 정우영, 문선민, 황희찬, 이재성, 손흥민까지 6명이나 뽑아 유독 힘을 실었다. 이들 중 스트라이커까지 소화할 수 있는 황희찬, 이재성이 유사시 최전방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최근 대표팀에서도 투톱 중 한 명처럼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아시안컵 선수선발을 기준으로 본다면, 황의조는 첫 번째로 발생한 변수에 불과하다. 대표 선수가 범죄 혐의로 자격을 박탈당하는 건 예상치 못한 일이라 할지라도, 더 흔한 변수인 부상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중앙수비, 측면수비, 수비형 미드필더 등 후방 포지션은 모두 선수층이 얇기 때문에 주요 선수 한 명이 빠지면 어느 선수로 대체해야 할지 탐색과 검증이 잘 되어 있지 않다. 클린스만 감독은 국내선수들을 관찰할 수 있는 일정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미국 자택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12월 3일 열리는 울산현대 대 전북현대 경기부터 국내 업무를 재개할 거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