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인천 김동헌, ACL서 인천 승리 견인…16강 희망 살리는 데 앞장
인천 김동헌
[촬영 설하은]
(서울=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입대 연기는 감독님의 희망 사항인 것 같아요. 생각해 볼게요. 하하."
신들린 선방 쇼로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의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 진출 가능성을 키운 골키퍼 김동헌이 조성환 감독의 '간청'에 이같이 화답했다.
인천은 지난 2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23-2024 AFC ACL 조별리그 G조 5차전 홈 경기에서 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를 2-1로 꺾었다.
창단 20년 만에 처음으로 ACL 무대에 나선 인천은 2위(승점 9·3승 2패)로 올라서며 16강 가능성을 키웠다.
승리의 일등 공신은 골키퍼 김동헌이었다.
김동헌은 전반 7분 요코하마 이우베르의 헤더에 동물적인 반사신경으로 반응하며 손으로 쳐낸 것을 시작으로 전반에만 서너 차례 선방 쇼를 뽐냈다.
전반 34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나온 요코하마 에두아르도의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다시 한번 막아냈고, 2분 뒤에는 미즈누마 고타를 일대일로 맞닥뜨려 그의 왼발 슈팅을 발끝으로 선방해 골문을 단단히 지켰다.
김동헌의 원맨쇼에 요코하마는 전반전 유효슈팅을 5개나 쏟아내면서도 무득점에 그쳐야 했다.
인천 김동헌의 선방
[인천 유나이티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성환 감독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내달 4일 김천 상무에 입대하는 김동헌에게 "입대 시기를 좀 늦추라고 했다. ACL 조별리그 최종전인 카야(필리핀)전까지 팀에 보탬을 주고 군에 입대했으면 좋겠다"며 고마운 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앞서 병무청은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와 AFC ACL 조별리그 최종전 등 일정을 고려해 선수 본인의 요청에 한해 국군체육부대 김천 상무 신병의 입영일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상무 입대 예정 선수들은 각 소속팀의 경기 일정에 따라 입영 연기를 신청할 수 있고, 경기를 최대한 소화한 뒤 12월 중으로 입대하면 된다.
조 감독의 '미련'에 손목을 잡힌 김동헌은 "감독님의 희망 사항을 말씀하신 것 같다"고 한 뒤 "아직 입대 연기 여부를 말씀드리지 않았다. 감독님과 '밀당'을 좀 해보겠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군대라는 곳이 적응이 중요한 만큼 훈련소 동기들과 어느 정도 입대 시기를 맞추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며 "같이 들어갈 수 있는 선수가 있다면 입대를 연기할 생각은 있다"고 귀띔했다.
인천 골키퍼 김동헌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동헌은 "감독님의 신뢰 덕분에 좋은 퍼포먼스가 나오고 있는데, 감독님께서 만족해하시는 결과를 만들고 가고 싶다"며 "(만약 입대를 연기한다면 내달 13일) 카야전이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다. 지금과 똑같은 마음으로 편하게, 오늘보다는 좀 더 집중해서 막아 내겠다"고 다짐했다.
요코하마의 케빈 머스캣 감독도 김동헌을 언급하며 "전반전 상대 골키퍼가 매우 잘 막아낸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그가 선방하지 않았다면 전반에만 2∼3점을 냈을 것"이라며 "우리는 결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다만 상대 골키퍼가 잘 막아냈을 뿐"이라고 칭찬했다.
이에 김동헌은 "감사하다. 입대까지 얼마 남지 않아 편하게 한 것도 있고, 파이팅이 넘치는 어린 선수들이 단합도 잘 되면서 팀 분위기도 좋았던 것 같다"며 자신의 활약을 팀의 공로로 돌렸다.
그러면서 "리그 4라운드 광주FC와의 원정 경기에서 5골을 내주고 좀 처져 있었는데, 상무 합격 소식 이후 좀 마음이 편해졌다"며 "부상 없이 편하게 해보자는 마음가짐이 잘 유지된 것 같다"고 선방 비결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