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FC 설기현 감독과 부천FC 이영민 감독은 다시 한 번 외나무다리에서 서로를 마주했다. 1년 전 준플레이오프와 같은 매치업. 이번에도 경남이 웃었다.
경남은 29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하나원큐2023 K리그2 준플레이오프에서 부천과 0-0으로 비겼지만, 순위에서 앞선 어드밴티지로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쥐었다. 경남과 부천은 올 정규리그에서 승점이 54점으로 같지만, 경남이 다득점에서 앞서 4위 자리를 차지했다.
2020시즌부터 경남을 이끈 설 감독은 세 번의 준PO 출전(2020·2022·2023)에서 모두 상위 라운드에 진출하는 기록을 이어갔다. 지난해에는 5위로 승리가 필요했던 경남이 2-2로 맞선 후반 추가 시간, 티아고가 부천의 골문을 열면서 3-2의 극적인 승리로 PO 진출에 성공한 바 있다.
경기 초반부터 벤치간 전략 대결이 흥미로웠다. 경남은 팀 내 득점 2위(10골) 원기종을 비롯해 카스트로(6골), 박민서(5골)을 벤치에 앉히며 경기 무게 중심을 뒤에 두는 듯했다. 부천 역시 팀 내 최다 득점자인 안재준(11골)을 선발 라인업에서 빼면서 ‘조커’로 대기시켰다. 교체카드를 통한 승부수를 예고한 것이다.
홈 어드밴티지를 안은 경남이 초반 경기 주도권을 쥐었다. 그러나 두 팀 모두 상대 골문으로 다가서 결정적인 찬스를 잡는데는 어려움이 겪었다. 경남의 공세를 막는데 급급하던 부천의 첫 슈팅 시도는 전반 23분 루페타의 빗맞은 헤더였다. 결국 승리가 필요한 부천은 전반 35분 왼 다리 근육통을 호소한 루페타 대신 안재준을 투입하며 이른 승부수를 던졌다.
안재준의 투입으로 부천이 서서히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후반 들어서면서 부천이 상대 진영에서 강하게 압박하는 시간이 늘었다. 경남은 후반 11분 송홍민의 날카로운 프리킥이 헤더에 연결되지 않으면서 선제골 찬스를 놓쳤다. 부천도 후반 15분 박형식의 코너킥 상황에서 최재영의 골문 앞 헤더가 뜨는 바람에 땅을 쳤다.
경남도 후반 20분 아껴뒀던 박민서, 원기종, 카스트로를 한꺼번에 투입하며 PO행 쐐기골을 노렸다.
경기 후반 부천은 더 공격적으로 상대 골문을 노렸다. 하지만 경남 골키퍼 고동민이 지키는 골문을 쉽게 뚫기 어려웠다. 고동민은 후반 42분 닐손주니어의 프리킥을 몸을 날려 쳐냈고, 추가 시간 정희웅의 결정적인 슈팅 중 하나도 막아냈다.
지난해 PO에서 FC안양을 넘지 못하고 승격 꿈을 접었던 경남은 올해 부천을 다시 한 번 넘어서면서 12월2일 정규리그 3위인 김포FC와 PO에서 격돌한다. 이 경기 승자가 12월9일 K리그1 10위 팀과의 승강 PO(12월 6일·9일, 홈앤드어웨이)를 통해 1부 승격에 도전할 기회를 얻는다.
설 감독은 “쉽지 않은 경기 되겠지만 우리 선수들이 찬스를 만들어내고, 골을 만들어낼 것이라 기대한다. 다년간의 플레이오프 경험도 있으니, 승강 PO까지 꼭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남과 김포는 이달 26일 정규리그 최종 39라운드에서 맞붙은 바 있는데, 당시엔 경남이 1-0으로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