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슈퍼루키’ 한화 문동주
프로 2년차 AG 금메달 견인 맹활약
류현진 이후 17년 만의 한화 신인왕
팀 지원 덕분… 트로피 부담되기도
2024년 피치클록 적응 큰 걱정 없어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2023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신인으로 인정받은 한화 문동주(20·사진)는 신인왕의 기쁨보다 부담이 큰 눈치였다. 문동주 전까지 전신인 빙그레 시절을 포함해 한화에서 배출한 신인왕은 모두 골든글러브를 차지하는 등 프로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기 때문이다. 네 차례 황금장갑을 낀 1989년 신인왕 이정훈 두산 2군 감독은 1991년과 1992년 타격왕을 거머쥘 정도로 뛰어난 선수다. 2001년 신인왕 김태균은 세 차례의 골든글러브와 한 차례 타격왕과 홈런왕을 경험했다. 2006년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한 류현진은 말이 필요 없는 한국 최고의 투수로 꼽힌다.
문동주는 “먼저 신인왕을 타셨던 팀 선배님들이 워낙 훌륭하신 분들”이라며 “트로피가 정말 무거운데 그만큼 부담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신인왕은 우여곡절 끝에 얻었다. 2022시즌 큰 기대를 받고 입단한 문동주는 부상과 부상이 반복되며 28.2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덕분에 문동주는 2023시즌에도 신인왕 자격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한화의 철저한 관리 속에 한발 한발 성장한 문동주는 올 시즌 23경기에서 118.2이닝을 소화하며 8승8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했다. 홈런은 6개를 내줬고, 볼넷은 43개를 허용했다. 삼진은 95개를 빼앗았다. 특히 문동주는 지난 4월 KIA전에서 시속 160.1㎞의 직구를 뿌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문동주는 “팀에서 제가 무리하지 않게 관리를 해주셨고, 저를 위한 일정을 가져가면서 배려해 주신 덕분이다.
신인왕이라는 결과로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웃었다.
올 시즌 문동주는 리그뿐만 아니라 국제대회에서도 빛이 났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선 대만을 상대로 6이닝 무실점으로 한국의 금메달에 앞장서기도 했다. 문동주는 “사실 마음속으로 올해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신인왕을 목표로 세워 놨었는데 둘 다 모두 이룰 수 있어서 기쁘다”며 “모두 혼자의 힘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것들이어서 구단과 선배들, 지도자들, 팬들 등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뿐”이라고 강조했다.
문동주는 2003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났지만 한화에 입단하면서 대전에서 생활하게 됐고 ‘대전 왕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문동주는 “별명도 과분해서 문제이지 너무 마음에 든다”며 “앞으로 더 잘하라는 뜻으로 알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프로 3년차를 맞는 문동주 앞에는 다시 적응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내년부터 리그에 제한된 시간에 공을 던져야 하는 ‘피치클록’과 일명 ‘로봇심판’이라고 불리는 ‘자동 볼판정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이 도입된다. 문동주는 “투구 템포가 빠른 편”이라며 “피치클록은 적응하는 데 큰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ABS다. 문동주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열린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대표팀과 상무의 연습경기에서 로봇심판을 경험했다”며 “생각보다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다음 시즌 개인적인 목표를 공개하기엔 부담스럽다. 문동주는 “어느 정도 성적을 내겠다는 목표는 설정하지 않았지만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며 “한화도 가을야구에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 시즌 가을야구를 중계로 지켜보면서 미디어와 팬들의 관심이 남달랐다는 게 느껴졌다”며 “열정적으로 응원해 주시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반드시 가을야구를 할 수 있는 곳까지 올라가야 한다. 한화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