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26, 바이에른 뮌헨)에게 휴식이 필요하다. 챔피언스리그는 축구 선수들에겐 꿈의 무대지만, 아니러니하게도 이번이 유일한 휴식 기회다. 하지만 토마스 투헬 감독은 로테이션에 확답을 아꼈다.
바이에른 뮌헨은 30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홈 구장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코펜하겐과 '2023-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A조 5차전을 치른다.
챔피언스리그 일정이지만, 바이에른 뮌헨에 큰 부담은 없다. 조별리그 남은 두 경기 일정에 관계 없이 16강 녹아웃 스테이지(토너먼트)에 진출하게 됐다. 독일 분데스리가 거함이자 유럽 제패를 노리는 팀 답게 조별리그 4라운드까지 모두 이기며 A조 1위를 확정했다.
현지에선 로테이션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바이에른 뮌헨은 올해 여름 나폴리 33년 만에 우승 주역 김민재와 프리미어리그 톱 클래스 공격수 해리 케인을 영입해 탄탄한 코어 라인을 완성했다.
하지만 스쿼드를 뜯어보면 수비 쪽에 뎁스가 얇다. 특히 중앙 수비는 김민재, 다요 우파메카노, 마티아스 더 리흐트가 유일하다. 여름 이적 시장 기간에 벵자밍 파바르, 요시프 스타니시치를 완전 이적, 임대 이적으로 보내면서 중앙 수비 스쿼드 깊이는 더 얇아졌다.
2023-24시즌에 들어가면서 우파메카노, 더 리흐트가 번갈아 부상을 당하면서 김민재에게 과부하가 걸렸다. 김민재는 라이프치히와 DFB 슈퍼컵에서 교체를 제외하면 공식전에서 모두 풀타임(15경기)을 뛰었다. 현재까지 뛴 시간만 1544분이다. 여기에 한국 대표팀 일정까지 더하면 플레이 시간은 더 길어진다. 총 25경기 연속 풀타임으로 혹사에 가까운 수준이다.
독일 현지에선 여유가 있는 코펜하겐전 로테이션 가능성을 알렸다. 독일 '스포엑스'는 29일 "투헬 감독이 코펜하겐전을 준비하고 있다. 수비 구성을 고민하고 있다. 김민재는 27일, 28일 두 차례 훈련에 참가하지 않았다. 최근 많은 경기에 출전해 A매치까지 뛰었다. 직전 쾰른 원정길에선 꽤 피곤한 모습이었다. 아마도 출전하지 못할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다른 매체들도 마찬가지다. 독일 유력지 '빌트'도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코펜하겐전 예상 명단에 김민재를 제외했다. '바바리안 풋볼'도 "투헬 감독이 챔피언스리그 홈 경기에서 일부 로테이션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고 알렸다.
매체들이 로테이션을 주장하고 있지만, 모든 결정은 투헬 감독이 내린다. 투헬 감독은 코펜하겐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미 16강 녹아웃 스테이지 진출을 결정했지만, 그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걸 말하고 싶다. 그런 인상을 주고 싶지 않다. 만약 우리가 어떤 변화를 가져온다면 경쟁 수준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다.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올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또 "로테이션이 가능하지만 여기는 챔피언스리그다. 우리 흐름을 억지로 바꾸고 싶지 않다. 팀 전체 컨디션이 좋다. 선수단 피로도 관리는 어렵지 않다. 금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쉬었다"라고 말했다.
모든 예상을 뒤엎고 로테이션을 결정하지 않을 가능성은 있다. 투헬 감독은 25일 열렸던 쾰른 원정길에서 선발 베스트를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경기 전 "김민재, 알폰소 데이비스는 이제 국가대표팀 일정을 끝내고 돌아왔다. 김민재는 지금 어디서 일어나는지 모를 것 같다. 체력적으로 힘든 시기다. 우리는 주말도 아닌 금요일에 원정 경기가 있다. 김민재, 알폰소 데이비스 체력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거나, 한계를 넘었을 수도 있다. 물론 이 같은 일정은 중계권 때문일 것이다. 변명이 될 순 없지만 매우 안타까운 일정이다. 선수들이 집에서 쉴 수 있도록 금요일 아침 짧은 이동을 선택했다"라고 토로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축구통계업체 '옵타'도 깜짝 놀란 반응이었다. 이들은 "바이에른 뮌헨이 교체 카드를 꺼내지 않은 건 2010년 12월 이후 처음"이라면서, "루이스 판 할 감독 시절 상파울리와 만났던 이들은 교체를 하지 않고, 선발 선수 11명으로 3-0으로 이겼다"며 13년 전 기록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