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리그1를 뜨겁게 달구는 이슈 중 하나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영건’들이 보이는 놀라운 활약이다. 2000년대에 태어난 젊은 선수들이 예상 외 뛰어난 경기력을 보이며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24일 울산 현대와 리그 37라운드 경기에서 팀의 3-1 완승을 이끌었던 이들은 28일 일본 J리그의 강호 요코하마 F. 마리노스와의 2023~2024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G조 5차전에서도 좋은 활약으로 2-1 승리에 큰 기여를 했다.
많은 선수들이 주목을 받지만, 박승호(20)는 그 중에서도 가장 빛나고 있다. 올 여름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보여준 활약과 끔찍했던 부상, 그리고 화려한 재기까지. 그를 향한 주위의 시선도 기대에 가득차 있다.
박승호는 29일 기자와 통화에서 전날 열린 요코하마전을 복기하며 “홈에서 어렵고 힘든 경기를 했는데, 그래도 이겼다. 울산전을 치르면서 체력적인 부담감도 있었는데 그래도 다같이 힘을 내서 승리라는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인천은 최근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스쿼드를 꾸리기가 벅차다. 무고사, 제르소, 델브리지, 이명주, 신진호 등 주전의 절반이 올해 복귀가 힘들다. 이에 조성환 인천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 기회를 많이 주고 있다. 요코하마전에서도 선발 11명 중 5명, 교체 명단까지 포함한 23명 중 12명이 2000년대에 태어난 선수들이었다.
박승호는 “그동안 젊은 선수들이 경기를 많이 뛰지는 못했지만, 준비는 철저하게 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결과가 이렇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자만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좋은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박승호의 이름이 세간에 알려지게 된 것은 올 여름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U-20 월드컵이다. 부상을 당한 성진영(고려대)을 대신할 자원으로 합류한 박승호는 조별리그 2차전이었던 온두라스전에서 후반에 교체 투입된 뒤 1-2로 끌려가던 후반 17분 ‘절친’ 이승원(강원)의 코너킥을 헤딩슛으로 연결, 귀중한 동점골을 뽑았다.
그런데 불과 3분 뒤, 급작스러운 방향 전환을 하던 도중 오른쪽 발목이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고 쓰러졌고, 결국 조기 귀국했다. 박승호는 “올해 가장 목표로 삼았던 것이 리그에 데뷔하는 것과 월드컵 출전이었다. 일단 목표는 달성했는데 중도에 귀국하게 돼 슬펐고 절망감도 많이 들었다”며 “그래도 또다른 동기부여가 됐다.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꼭 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당초 ‘시즌 아웃’으로 여겨졌던 평가를 뒤집고 3개월 만에 복귀할 수 있었던 것은 특유의 오기 덕분이었다. 박승호는 “정말 심각한 부상이긴 했다. 사실 주위에서 올해 복귀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던 사람들도 있었다”며 “그래도 그 사람들 덕분에 나도 ‘꼭 복귀하겠다’는 동기부여를 얻어 빨리 복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복귀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던 사람들보다, 복귀할 수 있다며 응원을 해주신 분들이 더 많았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박승호는 24일 울산전에서 리그 데뷔골을 넣어 K리그1 37라운드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온다’는 자신의 믿음이 현실이 됐다. 박승호는 “좋은 일이 한꺼번에 오는구나 싶었다”며 껄껄 웃은 뒤 “우리 팀에 좋은 형들이 정말 많다. 같이 훈련하고 경기를 뛰면서 성장을 많이 한 것 같다. 정말 많이 배웠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인천은 12월3일 대구FC전을 끝으로 리그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다. 다음 시즌에도 아시아 무대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일단 대구전 승리가 무조건 필요하다. 박승호는 “우리가 무조건 승점 3점을 얻어야 하는 상황이다. 짧은 기간 2경기를 했기에 체력 회복이 중요하다. 회복을 잘해서 대구전에 또 100%를 쏟겠다”고 당찬 각오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