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상을 당한 당일 슬픔을 견디면서 ‘눈물의 결승골’을 뽑아낸 강원FC 공격수 이정협(32)은 발인 다음 날인 28일 재개한 팀 훈련에 복귀했다. 피곤해 보였지만 팀이 1부 잔류를 운명의 한판 대결을 앞둔 만큼 전혀 내색 없이 구슬땀을 흘렸다. 무엇보다 ‘평생 강원 팬’ 장인어른을 위해서라도 강등을 막겠다는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이정협은 이날 강원도 강릉에 있는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본지와 만나 “아버님께서 강릉 토박이셔서 내가 강원에 왔을 때 정말 기뻐하셨다. 그래서 나 역시 이 팀에 있는 게 어느 곳보다 편했다”며 “이제 (정규리그) 한 경기가 남았는데 모든 것을 쏟아붓고 싶다”고 다짐했다.
제공 | 강원FC
이정협은 지난 25일 수원FC와 K리그1 37라운드 홈경기 당일 오전에 장인이 별세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경기 전 점심 식사 이후 팀이 산책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윤정환 감독은 이정협을 호출했다. 윤 감독은 A매치 브레이크 기간 이정협을 중심으로 수원FC전을 대비했는데, 그가 심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고 “경기에 뛰는 게 괜찮겠냐”며 배려할 뜻을 보였다. 그러나 이정협은 정상적으로 선발 출전했고 전반 19분 선제 결승골을 넣으며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내내 목이 메었다는 그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하늘로 떠난 장인을 추모했다.
이정협은 “(수원FC전을 앞두고) 2주간 열심히 팀이 준비했는데 나 때문에 흐트러지는 건 옳지 않다고 여겼다. 감독께 집중해서 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아내와 처남, 어머님(장모)께서도 내게 좋은 말만 해주셨다. 아버님의 임종을 못 지킨 것에 죄책감이 컸는데 오히려 ‘고맙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 말했다.
고인이 된 이정협의 장인은 평소에도 강원 구단 지지자였는데, 사위가 입단한 뒤 구단 엠블럼이 새겨진 옷을 평소에도 입고 다녔다고 한다. 그에겐 “내가 인생에서 잘한 것으로 딸과 아들을 낳은 것 다음으로 자네를 사위로 맞이한 것”이라고 했단다. 사위는 곧 자부심이었다. 이정협이 올 시즌 부상으로 마음고생할 때도 든든한 버팀목이자 때론 정신적 지주였다. 그가 경기가 끝난 뒤에도 펑펑 눈물을 쏟으며 장인을 그리워한 이유다.
강원은 오는 주말인 내달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 삼성과 K리그1 잔류를 향한 운명의 정규리그 최종전(38라운드)을 치른다. 승점 33으로 10위인 강원은 11위 수원FC(43골), 최하위(12위) 수원(35골·이상 승점 32)과 승점 1 차이에 불과하다. 수원에 패배 시 수원FC의 경기 결과에 따라 다이렉트 2부 강등에 해당하는 최하위로 미끄러질 수도 있다.
이정협은 “벼랑 끝까지 왔다. 우리도 수원도 물러설 곳이 없지 않느냐. 누가 더 간절하냐의 싸움일 것 같은데, 난 누구보다 간절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원의 1부 잔류를 이끈 뒤 당당하게 장인을 다시 만나는 꿈을 꾼다. “아버님 유골 모시고 다음에 (잔류 확정하고) 맛있는 거 들고 찾아뵙겠다고 약속했다. 꼭 지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