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순식간에 부상 병동이 된 토트넘을 바라보는 팬들은 착잡하기만 하다.
그런데 아직 끝이 아니다. 내년 1월 토트넘은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 특히 팀의 주장이자 핵심 공격수인 손흥민이 없다.
토트넘은 29일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지난 2월 다쳐 8개월간 수술 및 재활에 전념해야 했던 우루과이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토트넘 선발 복귀전에서 다쳐 다시 재활 신세를 지게 됐기 때문이다.
'풋볼 런던' 등 영국 매체들은 29일(한국시간) "벤탄쿠르는 약 9개월 만에 토트넘에서 치르는 첫 선발 경기에서 발목 인대가 찢어져 2개월 반 정도 더 출전하지 못할 예정이다"라고 보도했다. '스카이스포츠'는 벤탄쿠르가 내년 2월까지는 돌아오지 못한다고 못 박았다.
벤탄쿠르는 27일(한국시간) 잉글랜드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애스턴 빌라와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 홈 경기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벤탄쿠르가 선발로 토트넘 홋스퍼 경기장에 선 것이다. 앞서 지난달 27일 크리스털 팰리스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교체투입으로 토트넘 복귀전을 치른 그는 이후 첼시전과 울버햄프턴전에서 30분 남짓 뛰면서 경기 시간을 늘려나갔다.
이어 A매치 휴식기 뒤 첫 경기인 애스턴 빌라전에서 중앙 미드필더 선발로 나서 팬들에게 기쁨을 안겼다.
벤탄쿠르는 모처럼 토트넘 셔츠를 입고 스타팅부터 나섰으나 많은 공간 패스와 볼 운반을 담당하며 공격형 미드필더 제임스 매디슨이 부상으로 빠진 토트넘 중원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지오반니 로셀소와의 궁합 역시 잘 맞아 공격진을 충분히 지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벤탄쿠르는 전반 22분 로셀소의 골이 터진 뒤 보복성에 가까운 살인 태클을 당하고 전반 도중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전반 24분 돌파 과정에서 거칠기로 소문난 원정팀 수비수 매티 캐시의 거친 발목 태클에 걸려 넘어진 뒤 통증을 호소한 것이다. 심판은 위험한 반칙을 가한 캐시한테 경고를 꺼냈다.
옐로카드 한 장으로 끝날 반칙이 아니었다. 벤탄쿠르 입장에선 간신히 벗어난 병원 신세를 다시 지게 만드는 치명적인 반칙이었다. 벤탄쿠르는 약간의 치료를 받고 다시 경기를 뛰기 시작했지만, 전반 30분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뛸 수 없다는 표시혔다.
벤탄쿠르는 지난 2월 레스터 시티와의 원정 경기에서 선제골을 터트리며 웃었으나 후반 15분 갑자기 무릎을 부여잡으며 쓰러졌다. 상대 공격 차단 뒤 발을 디디는 과정에서 무릎이 뒤틀린 것이다. 고통을 참지 못해 소리를 지르며 울부짖을 정도였다.
진단 결과 십자인대 부상 판정을 받았고 수술대에 올랐다. 올시즌 시작 전에 복귀하려고 했으나 의료진은 만류했다. 11월에나 복귀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 말은 들어맞았고 벤탄쿠르는 지난 달 말 후반 교체 멤버로 복귀한 뒤 조국 우루과이의 2026 월드컵 남미 예선을 거쳐 애스턴 빌라전에서 선발로 복귀했다. 하지만 복귀전이 끝이었다.
벤탄쿠르의 부상이 토트넘에 치명타인 이유는 기존에 다친 선수들을 대체할 거의 유일한 희망이었다는 점에 있다.
토트넘은 부상자들로만 베스트11을 꾸려도 문제 없을 만큼 다친 선수들이 너무 많고 상당수는 주전급이다.
부상자들에 지난 7일 첼시전에서 퇴장을 받아 3경기를 나설 수 없게 된 수비수 크리스티안 로메로까지 더하면 '결장 멤버 베스트11'이 나돌 정도다. 그 만큼 포지션별로 다양하게 부상자들이 퍼져 있다.
공격수 중엔 히샤를리송과 라이언 세세뇽, 마노르 솔로몬이 장기 부상 중이다. 그나마 히샤를리송은 다음달 크리스마스 전에 돌아올 수도 있다. 미드필더에 전력의 절반 이상이라는 제임스 매디슨을 비롯해 벤탄쿠르와 파페 사르가 부상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수비수 중에서도 큰 부상 당한 선수들이 여럿이다. 십자인대를 다쳐 수술대에 오른 이반 페리시치는 시즌 아웃이다. 내년 6월 토트넘과의 계약 기간이 끝나 이미 토트넘에서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햄스트링이 고장난 미키 판더펜, 신인 수비수 애슐리 필립스도 부상 중이다. 로메로는 지난 7월 첼시전 퇴장으로 다음달 4일 맨시티전까지 결장한다.
다친 골키퍼도 있다. 백업인 알피 화이트먼이 다쳤다.
손흥민과 데얀 쿨루세브스키, 굴리에모 비카리오(GK) 등이 포함된 정산 컨디션 선수들의 베스트11과 비교해 어느 전력이 더 낫다고 하기 힘들 만큼 부상 공백이 크다. 3명 마저 빠져나간다면 당장 1월 초에 있을 이적시장에서 선수는 재빠르게 수혈하지 않는 한 벤치에 앉을 9명을 다 채워넣기도 힘든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벤탄쿠르 부상 여파가 이렇게 큰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정상적인 몸 상태를 갖고 있는 선수마저 3명이 내년 1월에 이탈한다는 것이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벤탄쿠르가 약 2~3개월 부상으로 빠지게 되자 토트넘의 2024년 1월 일정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2024년 1월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과 아시아축구연맹(AFC)이 개최하는 아시안컵이 열린다.
이때 토트넘 선수들 중 손흥민(대한민국), 사르(세네갈), 이브 비수마(말리)가 대표팀의 부름을 받아 클럽을 잠시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대회 모두 국제축구연맹(FIFA)가 공인한 대륙컵이라 소속팀은 대표팀의 자출 요청을 거절할 수 없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만약 2024년 1월 12일부터 시작하는 아시안컵에서 2월 11일에 열리는 결승전까지 진출한다면, 토트넘은 리그 21~24라운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브렌트퍼드→에버턴→브라이턴)까지 최소 4경기를 손흥민 없이 치러야 한다. FA컵 일정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 입장에선 1월1일 겨울이적시장이 열리자마자 선수를 수급해 후반기를 대비하고 손흥민 없는 토트넘을 꾸려야 하는데 돈이 넉넉하지 않다.
토트넘은 지난 2019년 신축한 구장 건설 등에 투자를 많이 했다. 지난여름 해리 케인을 독일 바이에른 뮌헨에 팔아 받은 이적료도, 실은 해당 자금을 미리 당겨써 구단에 돈이 남아 있지 않다는 후문이다.
벤탄쿠르의 부상으로 토트넘에 비상이 걸였다. 손흥민마저 빠지는 내년 1월에 와르르 무너지지 않을까 팬들의 우려가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