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제발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해버지'라 불린 박지성을 비롯해 이영표, 설기현, 이을용, 이천수, 안정환 등이 유럽을 누빌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반응이다. 2002 한일월드컵을 기점으로 유럽에 진출한 태극전사들이 늘어났다. 한국 선수들이 경기에 나오길 간절히 바라며 새벽잠을 포기했던 팬들에게는 어색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축구팬들이 '수비 괴물' 김민재의 결장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김민재는 한국, 중국, 튀르키예, 이탈리아 팀들을 거쳐 올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 명문클럽 바이에른 뮌헨에 입성했다.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와 함께 유럽 내에서도 최강팀으로 꼽히며 '레바뮌'으로 불리는 팀에 한국 선수, 그것도 수비수가 새 둥지를 튼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이적 후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휴식은 잊은 지 오래다. 라이프치히와 슈퍼컵 교체 출전 이후에 바이에른 뮌헨이 치른 공식전 19경기에서 18경기에 선발 출전해 대부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혹사 논란'이 고개를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대표팀 A매치까지 6번이나 소화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한국 대표팀에서도 절대 빠질 수 없는 수비의 중심으로 자리를 확실히 잡았다. 문제는 아무리 '괴물 수비수'라고 해도 엄청난 경기 일정이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김민재 본인은 경기에 나서는 것 자체를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최근 경기력을 보면 체력과 집중력에서 문제가 엿보였다. 아직 올 시즌의 3분의 1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걱정은 더 커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회를 드디어 잡았다. 30일(이하 한국 시각) 홈에서 치르는 코펜하겐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5차전에 드디어 '결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에른 뮌헨은 이미 4연승 승점 12로 A조 선두를 확정해 힘을 뺄 필요가 없다. 승점 4로 2위에 랭크된 코펜하겐에 추월을 허용하지 않는다. 조별리그 5차전과 6차전은 패해도 그리 치명적이지 않다.
물론, 바이에른 뮌헨 정도 되는 팀이 홈에서 힘을 완전히 빼고 경기를 치르는 건 자존심 상할 일이다. 하지만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해 현명하게 시즌을 소화하는 게 강팀의 또 다른 숙명이기에 이번 코펜하겐전 출전 명단에 눈길이 쏠린다. 독일 현지 언론들도 김민재를 비롯해 주전들의 결장 가능성에 주목한다. '빌트', '스포르트' 등은 김민재가 30일 코펜하겐전 대비 훈련에 김민재가 불참했다고 전하며 결장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현재로선 김민재가 한두 번 쉬어갈 공산이 크다. DFB 포칼에서 조기 탈락한 바이에른 뮌헨으로서는 독일 분데스리가와 챔피언스리그에 집중해야한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서는 적절한 로테이션 시스템을 활용하는 게 현명하다. 부상자 등이 생겨 지금까지 거의 쉬지 못했던 김민재에게 숨 쉴 여유를 주고, 전열을 재정비해 두 마리 토끼를 잘 쫓기를 많은 팬들이 기대하고 있다.
빅리그 빅클럽에서 뛰는 태극전사의 결장을 간절히 바라는 국내 팬들. 어색하지만 현실이 그렇다. 돌려서 보면, '월드클래스' 김민재의 출중한 실력과 팀 내 위상을 방증하는 부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