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대표 골잡이로 자리매김한 주민규(33·울산 현대·사진)가 늦깎이 국가대표에 오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그는 선수로는 꽤나 늦은 30대에 전성기를 맞았지만 최근 3년 연속 리그 최다골을 기록하며 기량을 입증하고 있다.
주민규는 올 시즌 리그 득점상(17골)을 받았다. 22골을 넣은 2021년 제주 유나이티드 시절에 이어 생애 두 번째 수상이었다. 토종 선수가 두 차례 득점왕에 오른 건 김도훈(2000·2003년) 이후 20년 만이었다. 주민규는 출전시간이 많아 득점왕을 놓치긴 했지만 지난해에도 당시 전북 현대 조규성(미트윌란)과 함께 가장 많은 17골을 터뜨렸다.
대기만성형 선수로 꼽히는 주민규는 마음 한 켠에 국가대표의 꿈을 간직하고 있다. 지난 4일 K리그 대상 시상식을 앞두고 만난 그는 “누구나 태극마크를 꿈꾸는 건 사실이다. 부족한 면을 채우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적잖은 나이에 국가대표로 데뷔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주민규는 “국가대표에 연연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팀도 선수 구성이나 상황에 따라 필요한 유형의 선수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충분히 기량을 갖추고 필요한 선수가 된다면 언젠가 뽑아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국가대표 합류가 마냥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7일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역대 A대표팀에 만 30세 이후 데뷔한 선수는 7명이 있다. 고(故) 한창화 전 감독이 1954 스위스월드컵에 32세168일의 나이로 출전해 최고령 데뷔 기록을 썼다.
주민규는 2013년 K리그 드래프트 탈락 후 연습생으로 2부 리그(K리그2)에 데뷔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9년 K리그1 무대를 밟았다. 다른 선수들은 은퇴를 고민할 법한 시기에 축구 인생의 전성기를 열고 있다. 주민규는 “매일 겸손하고 노력하는 자세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다음 달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정상을 겨냥한다. 최근 불법촬영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황의조가 국가대표 선발에서 제외돼 공격진의 공백도 예상된다. 다만 최전방에 설 수 있는 자원들의 활약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오현규(셀틱)는 이날 하이버니언과의 스코티시 리그 경기에서 멀티골로 활약, 팀의 4대 1 승리에 기여했다. 셀틱은 16경기 무패 행진(13승3무·승점 42)을 벌이며 단독 1위에 올라 있다. 지난 5일에는 조규성이 덴마크 리그 진출 후 처음으로 멀티골을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