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선수들. KOVO 제공
프로배구 남자부 한국전력은 1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팀이 사라질 위기에 조마조마했다.
모기업인 한국전력이 조 단위의 부채로 심각한 운영난에 빠지면서 지분을 정리할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자구책 중 하나로 배구단 매각설이 흘러나왔다.
구단을 둘러싼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좋은 경기력이 나올리 없었다. 한국전력은 1라운드 6경기에서 1승5패로 부진했다. 1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지난 5일 삼성화재전에서는 세트스코어 0-3으로 졌다.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은 위기 앞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고참급 선수들을 불러모아 합숙에 대한 의사가 있는지를 물었다. 미혼 선수들은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선수단 숙소에서 합숙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기혼 선수들은 출퇴근하면서 시즌을 치르고 있던 중이었다.
한국전력은 ‘합숙’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었다. 지난 시즌 9연패의 사슬을 합숙 훈련을 통해 끊어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의 기억을 잘 알기에 고참 선수들은 흔쾌히 합숙에 동의했다. 모든 선수들이 함께 한솥밥을 먹고 동고동락하며 똘똘 뭉친 한국전력은 조금씩 도약했다.
지난 14일 2라운드 두 번째 경기인 OK금융그룹전부터 28일 삼성화재전까지 파죽의 5연승을 이어갔다. 그 사이 매각설도 수그러들었다.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지난 8일 재차 발표한 자구책에는 배구단 매각이 빠졌다. 한국전력으로서는 더할나위 없는 결과다.
1라운드 최하위에 머물렀던 한국전력의 순위도 어느새 상위권을 바라보고 있다. 28일 삼성화재를 꺾은 한국전력(6승6패 승점 18)은 3위 삼성화재(7승4패 승점 19)와 격차를 승점 1점으로 좁혔다.
권영민 감독은 함께 합숙을 하지 못했지만 5경기 연속 같은 정장을 입는 것으로 마음을 함께 했다. 권 감독은 “다음 경기에도 똑같은 옷을 입고 나올 것”이라고 거듭 의지를 밝혔다.
선수들도 결과가 나오니 뿌듯함이 크다. 최고참 미들 블로커 신영석은 “팀을 위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연패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어떤 거라도 잡는 심정을 가지고 있었던 상황이었다”라며 “계속 경기력이 올라갈 때까지 합숙을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표했다.
이번 시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아웃사이드 히터 임성진도 “감독님이 코트 안에서만큼은 강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전쟁터에 나간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라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