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드래프트 후 일주일의 시간이 지났지만 '23년 원클럽맨' 김강민과 이별해야 하는 SSG 랜더스 팬들의 성난 팬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팀에 대한 믿음이 무너진 팬들은 급기야 인천SSG랜더스필드 앞으로 근조화환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뼈아픈 건, 이렇게 하더라도 되돌릴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팬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열린 2차드래프트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1라운드에서 SSG 최주환이 키움 히어로즈의, 삼성 라이온즈 우규민은 KT 위즈의 지명을 받았고, 2라운드에서는 한화 이글스 오선진이 롯데 자이언츠의 선택을 받았는데, 무엇보다 관심을 모은 건 한화의 4라운드 김강민 지명이었다.
김강민이 '보호되지 않은' 이상 한화로서는 베테랑 김강민을 지명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김강민은 마흔이 넘는 나이에도 충분히 젊은 선수들과 경쟁이 가능했고, 그라운드 안팎에서 선수들을 이끌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리더십이 있는 베테랑이었다. 한화의 외야는 여러 선수가 기회를 받고도 그 자리를 꿰차는 선수가 없었고, 김강민만큼 한화 외야에 꼭 들어맞는 카드도 없었다.문제는 그 과정에서 선수가, 그것도 김강민이라는 선수가 전혀 존중을 받지 못했다는 데 있었다. 20년이 넘는 세월을 선수로 뛴 김강민은 자신의 마지막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힘이 닿는 데까지 선수 생활을 잇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팀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가 이런 고민을 하는데,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25일 보류선수 명단 제출을 앞두고, 김강민은 단 사흘 안에 '원클럽맨으로 떠밀리듯 은퇴' 아니면 '23년을 뛴 팀이 아닌 낯선 팀으로 이적해 마지막 선수생활을 하기'라는 말도 안 되는 밸런스 게임 앞에 놓여 하나의 선택을 해야만 했다. 김강민이 필요했던 한화는 손혁 단장을 필두로 김강민이 현역을 더 이어갈 수 있도록 설득했고, 결국 김강민은 한화 이적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이미 우승 감독인 김원형 감독이 갑작스럽게 경질을 당하며 팀을 떠난 상황에서, 김강민까지 좋지 못한 모양새로 이적을 하게 되자 SSG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할 수밖에 없었다. SSG는 이후 이번 사태의 책임자인 김성용 단장을 육성팀인 R&D센터장으로 보직을 변경했으나, 이 조치가 사태의 해결책이 될리는 만무했고, 김성용 센터장은 아예 팀을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른바 '김강민 사태'에 뿔이 난 SSG 팬들은 29일 오전 11시경 랜더스필드 인근에 근조화환 50여 개를 발송했다. SSG 팬들의 자료에 따르면 이날 경기장 인근에 전시된 근조화환에는 "삼가 인천 야구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조의 문구와 더불어 "굴러들어온 2년이 먹칠한 23년", "정말 세상에 없어야 할 야구단" 등 SSG 랜더스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문구가 많았다. "책임자 전원 사퇴하라", "김강민 영구결번/쓱런트 영구제명" 등 책임자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는 메시지도 있었다.근조화환 발송을 제안하고 팬들을 모은 A씨는 "구단 레전드가 이해할 수 없는 과정을 거쳐 팀을 옮기는 모습에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핵심 책임자인 김성용 전 단장을 해임하지 않고 보여주기식 인사 이동 조치로 끝내는 것을 보고 구단이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팬 B씨는 "일이 커지자 김강민에게 은퇴를 종용했다는 기사를 보고 분노했을 뿐 아니라 가만히 있으면 최정, 김광현 등 SK 와이번스와 SSG 랜더스에서 오래 활약한 다른 선수들도 홀대를 받을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어 화환 발송에 참여했다"며 "구단이 프로답지 않은 일처리에 대해 선수와 팬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성난 팬심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들은 이날부터 12월 1일 금요일 저녁까지 사흘간 SSG랜더스필드가 위치한 문학경기장 북문 인근의 대로변(버스정류장 37144 앞)에 구단에 항의하는 내용의 근조 화환 50여 개를 전시할 예정이다. 또한 팬카페, SNS 등을 통해 소식을 접한 팬들이 현장에 자발적으로 모여 돌아가며 화환을 지키는 등 행동을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