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2022년 시즌을 앞두고 우완 알버트 수아레즈(34)와 계약했다. 데이비드 뷰캐넌의 성공으로 일본프로야구 출신 외국인 투수에 확신을 가진 삼성은 역시 일본 경험이 있는 수아레즈를 영입해 또 하나의 성공을 꿈꿨다.
일장일단이 있었다. 아시아 야구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적응은 수월했다. 일본 구단이 스카우트했다는 것은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는 투수라는 것을 방증하고 있었다. 실제 수아레즈는 시속 150㎞를 쉽게 때리는 강속구 투수였다. 다만 부상 전력이 많은 것이 걸렸고, 일본에서 실패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는 인식도 여전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삼성의 선택은 옳았다. 포심패스트볼 평균 150㎞를 찍는 강속구는 듣던 대로였다. 그냥 구위에만 의존하는 투수도 아니었다. 경기 운영도 할 줄 알고,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며 완급 조절도 할 줄 알았다. 중요한 순간 구속을 계속 높여가며 타자를 윽박지르는 야수의 면모도 가지고 있었다. 2022년 30경기에서 173⅔이닝을 던지며 6승8패 평균자책점 2.49를 기록하며 재계약에 골인했다. 외국인 2선발로 이만한 투수가 없었다.
올해는 작년에 비하면 부진했다. 19경기에서 4승7패에 머물렀다. 승운이 없었던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었지만, 평균자책점도 3.92로 꽤 많이 올랐다. 구위가 전년에 비해 다소 무뎌지면서 피안타율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래도 폭발력을 갖춘 선수였다. 다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8월 왼쪽 종아리가 파열되면서 4주 진단을 받았다. 삼성은 탈꼴찌를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었고, 외국인 선수 없는 한 달은 너무 잔인했다. 결국 수아레즈를 방출했다.
당시 삼성이 수아레즈를 어쩔 수 없이 방출하면서 보류권도 사라졌다. 즉, 수아레즈는 자유의 몸이다. KBO리그 어떤 팀과도 계약할 수 있다. 2023년 성적이 다소 떨어졌고, 내년 35세의 나이는 부담이다. 하지만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능력은 여전했다. 팀 상성이 조금 더 잘 맞는다면 외국인 2선발로는 검증된 선수일 수도 있다. 이에 몇몇 KBO리그 구단들이 시즌이 끝난 뒤 수아레즈의 몸 상태를 직간접적으로 체크했다. 영입을 고려한 움직임이었다.
이들 팀들의 공통점은 외국인 투수 교체가 필요했다는 점이다. 수아레즈를 외국인 에이스로 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2선발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하지만 11월 초, 대다수 구단들이 손을 뗐다. 수아레즈의 에이전시는 "수아레즈는 미국 복귀를 원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현재까지도 별다른 생각의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가 미국에 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리스트에서는 지웠다고 말했다.수아레즈로서는 미국 복귀의 마지막 기회일 수는 있다. 내년 35살의 적지 않은 나이다. 더 늦으면 미국 복귀 자체가 막힐 수 있다. KBO리그에서 뛰던 선수들이 미국으로 가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희망도 생겼다.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은 어렵겠지만, 마이너리그 계약을 통해 메이저리그 복귀를 하는 사례도 있다. 역시 삼성에서 뛰었던 벤 라이블리 또한 그런 케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