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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짝4 0 284 2023.11.3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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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LG는 50프로" 차명석 "가장 고마운 분은 김용일 코치"


LG 트윈스를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주역은 한 손으로 꼽기 어려울 만큼 여럿이다. 어디에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기준으로 꼽더라도 차명석 단장을 빼놓고 말할 수는 없다.

우승 다음 날부터 실무에 복귀해 '단장의 시간'에 접어들었다는 차명석 단장이 2018년 10월 취임 후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정상에 서기까지의 5년을 돌아봤다.

Q. 이번이 다섯 번째 '단장의 시간'이다. 우승에 도전하는 방향이 아닌, 정상을 지키는 방향으로 오프시즌에 접어든 것은 처음이다.

A. 제가 단장된 이후 늘 하는 얘기다. 단장은 두 마리 토끼 잡으려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게 된다고 그런다. 성적과 육성을 같이 봐야 된다. (우승을 목표로 하는) '윈나우' 모드일 때와 달리, 지금은 전력을 지켜야 하는 점에서 추가적인 육성 결과물도 하나씩 만들어야 한다. 실제로 지금 육성에 방점 찍을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LG 차명석 단장
Q. 2차 드래프트에서 1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선수층이 달라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 같다.

A. 이번 2차 드래프트에서 두산의 김태룡 단장님을 만났다. 다 끝나고 나서 "예전같으면 우리가 10억씩 벌었는데 이제 엘지가 확실히 벌어간다"고 농담 하시더라. 그만큼 저희 뎁스가 좋아졌다.

제가 처음 와서 (2019년) 2차 드래프트 때 부끄럽더라. 왜 우리 선수들은 인기가 없을까. 왜 우리는 선수들 데려오기만 해야 하나. 그때 두산이 '올 패스(미지명)'을 하더라. 안 잡아도 자신있다는 뜻이다. 그때 내가 저런 팀 만들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됐다. 이번에 보니 좀 이뤄지지 않았나 싶다.

Q. 야구단의 우승에 필요한 조건을 주장하는 의견들이 과거부터 다양했다. 주위에서 우승 비결을 묻는 질문도 많이 받으실 것 같다. 어쨌거나 우승하신 입장에서 우승 비결을 묻는 어리석은 질문에 답변을 하신다면.

A. 우승 비결은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추면 된다. 5년간 해왔다. 단장은 선수단을 구성시켜주는 사람이고, 그 구성을 활용하는 건 오로지 감독의 몫이다. 염경엽 감독이 오셔서 맞아 떨어진 것이다. 우승 전력이 아닌데 우승을 강요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우승 가능한 팀을 우승하게 해줘야 맞다. 그러려면 단장이 그런 전력을 갖춰 놓아야 한다. 1~2년 안에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이른바 S급 FA 선수를 매년 2명씩 잡는 게 아니라면 보통 5년은 걸린다고 본다. 그 상태에서 우승할 감독을 데려오면 최상이다.

올해 메이저리그의 텍사스가 바로 그런 경우다. 제가 크리스 영 단장을 만나 물어봤다. 왜 브루스 보치라는 감독을 선택했는지. 크리스 영 단장은 '이미 전력은 갖췄는데, 이 스타들을 이끌고 갈 만한 감독을 찾으니 브루스 보치'라고 했다. 메이저리그나 우리나 전력을 갖추는 게 먼저다.

Q. 2018년 취임 당시 '명문 구단은 우승만 많이 하는 구단이 아니라 우승도 많이 하면서 문화적인 영향력까지 하는 구단'이라는 소신을 밝힌 적이 있다.

A. 명문 구단이 되려면 성적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성적이 뒷받침 돼야 한다. 거기에 선수단과 구단 전체에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들어가야 한다. 사회적 봉사나 헌신이 없으면 결코 사람들은 명문 구단이라고 불러주지 않는다. 제가 생각하는 명문 구단은 지속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올라가고, 3~4년에 한 번씩 우승을 하면서 비시즌에는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활동으로 인정받아는 구단이다.

LG 차명석 단장
Q. 처음 단장이 되면서 '쉬우면 재미없다'고 하셨다. 어려워서 재미있는 생활이 5년 정도 흘렀다.

A.
사실 너무 힘들었다. 다시 하라고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그 정도로 힘들었다. 그래도 저는 보람을 느꼈잖나. 우승이라는 결과가 나왔으니까. 그래서 잘 버텼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

Q. 지난 이야기지만 김진성을 영입하면서 '네가 김진성인데 무슨 테스트가 필요해'라고 하신 말씀이 수차례 회자가 됐다.

A. 김진성 선수가 힘들 때였다. 다만 제가 계약에 대한 답을 바로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저는 하던 대로 한 것인데 김진성 선수가 많이 힘이 됐다고 하더라. 김진성의 투구 데이터를 분석한 뒤, 신체 검사만 하고 영입했다. 그 얘기를 그렇게 아름답게 해준 김진성에게 고맙다.

사실 기본적으로 제가 하기 싫은 건 남한테도 안 시킨다. 뻔한 얘기 같지만 존중받고 싶으면 존중해야 한다. 제가 직책이 여기서 수장이잖나. 높은 직급인데, 평소 직급이 낮은 것처럼 행동하면 된다. 그러면 직원도 저도 모두가 편해진다. 저 혼자 조금 불편하면 같이 있는 직원이 다 편해진다. 그런 의미로 살다 보니 상대를 존중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다.

Q. 단장 취임하면서 나름의 이상적인 목표를 말한 적이 있다. 우승까지 한 상황에서 어느 정도 이상에 접근했다고 생각하나.

A.
절반 됐다고 본다. 뎁스는 처음 올 때보다 좋아졌고 지속적인 강팀은 됐는데 아직까지는 완벽해지지가 않은 것 같다. 좀 더 잘하게 되면 외국인 투수 없이 토종 선발 5명으로 리그를 우승해보고 싶다. 그런 꿈도 있고‥ 실질적으로 아까 말한 명문 구단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해야하는 부분은 아직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자평하자면 50프로 정도. 앞으로의 5년은 그것을 채워나가는 행보를 했으면 한다. 불가능하다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어려우니까 재미있다.

Q. 시즌 초반, 말 많았던 '뛰는 야구'에 대한 부분은 어디까지 의견을 조율한 것인가.

A. 저는 전쟁에 들어가기 전까지 엄청는 부딪히는 편이다. 이렇게 해야 맞을까, 저렇게 해야 될까. 하지만 전쟁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무조건 감독 편이다. 저 혼자 두들겨 맞는 한이 있어도 외부 압력은 차단한다. 비판도 많았고 팬도 안 뛰면 안 되냐고 하지만 전쟁 나가는 장수를 뒤에서 뒤에서 흔드는 건 아니라고 본다. 설령 뛰는 야구를 하다 선수들이 다치는 상황이 오면, 단장은 그 흐름을 끊기지 않도록 선수들을 계속 올려주고 지원해야 한다.

한 번도 뛰는 야구를 하지 말하고 한 적 없다. 소신껏 하시고 나머지는 제가 막겠다고 했는데 우승해줘서 감사할 뿐이다. 물론 지금부터 감독과 치열한 논쟁을 해야 하는 시기이다. 그렇게 겨울을 보내고 내년 3월 들어가면 저는 다시 보호막이 될 것이다.

Q. 단장 생활 5년 동안 많은 결정을 했다. 가장 기억나는 결단의 순간이 있을 것 같다.

A. 단장 5년 하면서 가장 기억나는 결정은‥ 정말 목을 걸고 한 게 최원태 트레이드였다. 저는 여태껏 트레이드는 현장에서 요청하면 성사시키는 쪽이었다. 하지만 최원태 트레이드는 염경엽 감독에게 한 마디도 안 하고 제가 한 것이다. 그것도 제가 가장 아끼는 이주형 선수를 줘야 하고, 게다가 거기에 1차 지명권까지. 윗분에게 허락받으려 했는데 '1차 지명은 안 되는 것 아니냐'며 반대했다.

'우승하겠습니다. 제가 목 걸겠습니다.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했더니 '단장이 그 정도로 자신있으면 해라' 해서 허락받은 것이다. 하지 않고 후회하느니 하고 나서 후회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무모하다 생각할 수도 있었다. 아직도 내가 왜 그때 그런 무모한 결정을 했는지 생각하기도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잘 했다.

Q. 한국시리즈 2차전의 '선발 0.1이닝' 때 여러 생각이 들었겠다.

A. 보통 트레이드 후 이 선수가 와서 거둔 성적만 보는데, 저는 이 선수가 온 뒤 팀이 좋아졌는지를 본다. 본인이 와서 잘하면 좋겠지만, 최원태가 온 뒤 8경기차까지 앞서면서 정규리그 1위를 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에 절대 유리한 상황이 됐다. 최원태는 내년에 반등할 것으로 본다. 후회를 하고 있지는 않다.

Q. 그렇다면 지난 5년간 결단을 내리지 않아서 생각이 나는 사례도 있을 것 같다.

A. 외국인 타자 건이다. 저는 외국인 타자에 대해 절대적으로 스카우트 쪽, 국제팀 의견을 듣는다. 저보다 많이 봤으니까. 그런데 (2021년) 저스틴 보어가 실패했을 때, 사실 저는 계약하기 싫었다. 물론 핑계일 수 있지만. 그때도 나보다 많이 현장에서 본 사람을 믿자는 생각이었다. 보어가 못해서라기 보다는 내 눈에 띈 다른 선수가 있어서였다.

결과적으로 보어가 좋지 않았으니 제가 본 선수로 계약을 추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난다. 그 경험으로 오스틴 계약은 제가 밀어붙였다. 국제팀에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했다. 사실 겁이 나기도 하고 노심초사했는데 너무 잘해줬다.

Q. 이제 LG 왕조의 시작을 기대하는 팬이 많다. 반면, 샐러리캡 제도가 지속적인 강팀이 되는 것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A. 샐러리캡은 팬데믹 상황에서 구단 수입이 없다 보니 생겨난 것이다. 아쉬운 것은 보통 연봉 총액 상위 20% 수준으로 기준을 정했어야 하는데 우리는 10개 구단 평균치로 정했다. 그것이 후폭풍으로 돌아올 것은 생각 못한 것이다.

지속적으로 성적이 좋은 팀은 무조건 걸리게 돼 있다. 결국 프랜차이즈 스타를 다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 저희도 그렇고 샐러리캡 여유가 없어진 팀들이 있다. 빨리 개정해주면 좋겠다. 샐러리캡이 없다 해서 함부로 쓸 수도 없는 구조다. 운영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부분은 수정해야 한다.

Q. 내년 시즌 피치 클락이나 AI 심판 등 변화 요소가 많다.

A. AI 심판은 10개 구단이 동일한 조건이니 괜찮은데, 제일 걱정된 것이 피치 클락이었다. 습관이 되어 있지 않으면 큰 변수가 된다. 작년에 미국 가서 올 봄부터 2군에서 준비했는데 1군 선수들도 잘 될지 염려가 된다. 팀 승패 요인에 큰 요소가 될 것 같다. 어쨌든 뛰는 야구를 하는 팀에게 이점이 될 것이다.

Q. 선수층을 두텁게 하는 부분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 편이다.

A. 저는 거기에 대한 명확한 신념이 있다. 좋은 선수를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코치부터 모셔와야 된다. 저는 몇 년 전부터 얘기한 것이, 이제 선수난이 아니라 코치난이 올 것이라고 했다. 스타급 선수들이 은퇴한 뒤 야구계 밖으로 다 나갔다. 코치 구성이 너무 힘들다. 그래서 코치도 육성하자는 생각을 했다. 코치를 키워야 좋은 선수가 좋은 지도자를 만나 성장한다.

선수를 잘못 뽑았다고 말하는 경우의 상당수는 육성을 잘못한 것이다. 흔히 선수를 키우면 좋은 코치라고 하는데, 실제로 좋은 선수를 망가뜨리는 코치가 더 많다. 표시가 나지 않을 뿐이지, 코치 때부터 그런 경우를 봐왔다.

LG 불펜의 새로운 핵, 유영찬
Q. 유영찬이 좋은 육성의 사례가 될까?

A. 유영찬이 와서 잘해줘서 정말 고맙지만 그 선수가 잘하도록 가르친 지도자들이 있다. 그 재능을 보고 염경엽 감독이 기회를 줬고, 유영찬은 기회를 잘 잡은 것이다. 염 감독님에게 다시 감사한 것이, 보통 배짱 없으면 박명근이나 유영찬, 백승현 같은 선수를 기용하기 쉽지 않다. 그 덕에 마지막까지 불펜진이 무너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다른 감독님들은 쓰는 선수만 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즌 초반에 정우영과 고우석이 안 좋았을 때 새로운 선수로 이겨낸 것은 보통의 소신으로는 하지 못한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이번 우승을 하고 나서 가장 감사한 분이 김용일 코치다. 제대로 말씀을 못 드렸는데, 김용일 코치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Q. 어느 때보다 희망적인 겨울을 보내고 있는 팬들에게 할 말이 있을 것 같다.

A. 매년 거짓말했다. 우승하겠다 해놓고 못했는데 올해는 팬들에게 우승 보여드렸니다. 우승하니 저도 좋고, 팬도 좋고, 모두가 좋긴 하더라. 팬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건 누가 뭐라 해도 그런 열정적 응원을 안 보여주셨으면 저희 우승 어려웠을 거라 생각한다. 내년에도 좋은 모습 보이려 노력할테니 팬 여러분도 많이 와서 응원해주시면 가장 큰 힘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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