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이 창단 최다 연패 위기에 다가섰다. 세터 황승빈(31)과 주포 안드레스 비예나(30)가 더 끈끈한 호흡을 보여줘야 한다.
KB손해보험(KB손보)는 지난 29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도드람 V리그 남자부 OK금융그룹과의 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1-3(21-25, 15-25, 25-18, 22-25)으로 완패를 당했다. 비예나가 30득점 했지만, 다른 선수의 지원이 부족했다. 팀 범실 27개를 쏟아내며 자멸했다.
KB손보는 올 시즌 첫 경기였던 10월 17일 한국전력전에서 3-2로 신승을 거둔 뒤 내리 11연패를 당했다. 총 6차례 풀세트(5세트) 경기에서 1승만 거두며 승점 7에 머물고 있다. 당연히 리그 최하위다. KB손보는 2019~20시즌 1라운드 2차전(10월 19일 삼성화재전)부터 3라운드 1차전(11월 30일 삼성화재전)까지 12연패를 당하며 팀 최다 연패를 늘린 바 있다. 그때도 한국전력과의 개막전만 승리한 뒤 수렁에 빠졌다. 올 시즌 흡사한 행보다.
KB손보는 오프시즌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나경복을 영입했다. 하지만 그는 군 복무를 소화한 뒤 계약이 시작한다. 올 시즌은 지난 7시즌 동안 팀 주전 세터였던 황택의마저 병역 의무를 위해 팀을 떠난 상태다.
아무리 리빌딩 체제에 돌입했더라도, 이토록 긴 연패에 빠질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 개막 전 약점이었던 미들블로커(센터)진 보강을 위해 내부 선수(한국민) 포지션 전환을 유도하는 등 준비 태세에 소홀하지 않았고, 트레이드를 통해 주전급 세터 황승빈까지 영입했다. 외국인 선수 비예나는 2019~20시즌 대한항공 소속으로 득점과 공격 성공률 부문 1위에 올랐던 선수다.
현재 KB손보의 가장 큰 문제는 새 주전 세터 황승빈과 비예나 사이 호흡이다. 당장 29일 KB손보전에서도 손발이 전혀 맞지 않는 장면이 종종 있었다. 그러다 보니, 공격수가 높은 타점에서 내리 꽂는 스파이크를 좀처럼 구사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 표현으로 '밀어서 때리는' 공격, 즉 터치아웃 득점을 유도하는 스파이크가 더 많다.
비예나와 황승빈이 얘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후인정 KB손보 감독도 인정했다. 29일 OK금융그룹전 완패 뒤 "(두 선수 사이 공격을 만드는) 높이가 안 맞는 게 사실"이라면서 "비단 세터만의 문제는 아니다. 가장 적합한 (공격 시도) 높이를 찾아야 하는 데 그게 안 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후 감독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황승빈에게 높은 토스를 지시했다. 공격수가 공을 보고 스스로 타이밍을 잡을 수 있도록 설정하자는 의미였다. 하지만 높은 토스는 상대 블로커들이 자리를 잡을 시간을 준다. 서브 리시브가 흔들리면, 애초에 높은 토스를 하기가 어렵다.
세터-에이스 사이 호흡뿐 아니라 얇은 선수층(뎁스)도 문제다. 비예나가 아무리 좋은 공격력을 갖췄다고 해도, 상대 블로커가 대비하고 있으면 득점 성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후인정 감독도 "비예나에게 (공격 기회가) 너무 많이 쏠린다. 점프력이 아무리 좋아도 공격수 기준으로 키(1m 93㎝)가 큰 편이 아니기 때문에 득점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후인정 감독은 일방적으로 밀린 OK금융그룹전에서 세터 교체 없이 황승빈에게 지휘를 맡겼다. 현 시점에서 세터를 바꾸는 것으로 분위기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결국 현재 연패를 감수하더라도 실전을 통해 황승빈과 공격수들의 호흡이 더 좋아지길 기다리고 있다.
KB손보는 내달 2일 1라운드에서 승리했던 한국전력과 3라운드 1차전을 치른다. 최근 5연승을 거두며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기세를 보여주고 있는 팀을 하필 팀 최다 연패 타이기록 불명예를 안을 수 있는 기로에서 상대한다. 황승빈과 비예나의 호흡에 승리가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