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FA 시장에서 계약을 마친 롯데 전준우-한화 안치홍-두산 양석환(왼쪽부터). /사진=각 구단 제공주권-함덕주-임찬규(왼쪽부터). /사진=OSEN올해 KBO 리그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 타자 빅3로 꼽혔던 세 선수의 행선지가 결정됐다. 이제는 '투수의 시간'으로 넘어가게 됐다.
두산 베어스는 30일 "내야수 양석환(32)과 4+2년 최대 78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세부 조건으로는 첫 4년 계약의 총액은 최대 65억 원(계약금 20억 원, 연봉 총액 39억 원, 인센티브 6억 원)이다. 4년 계약이 끝난 뒤에는 구단과 선수의 합의로 발동되는 2년 13억 원의 뮤추얼(상호) 옵션을 포함했다.
신일고-동국대를 졸업한 양석환은 2014년 LG 트윈스에 신인 드래프트 2차 3라운드에 지명받으며 입단했다. 상무 야구단 전역 후 2021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으며 3년간 380경기에서 타율 0.267, 69홈런, 23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88로 활약했다. 통산 성적은 897경기 출장 타율 0.281, 122홈런, 499타점이다.
양석환의 세일즈 포인트는 '장타력'이었다. 프로 데뷔 후 한국에서 가장 큰 서울 잠실야구장을 계속 홈으로 사용했음에도 언제나 두 자릿수 홈런을 가동할 수 있는 선수다. 군 복무 기간이 포함된 2시즌(2019~2020년)을 제외하면 최근 4시즌에서 모두 20홈런 이상을 터트렸다. 특히 두산 이적 첫 해인 2021년에는 133경기에서 28홈런을 폭발시키며 복덩이로 거듭났다.
두산 양석환.지난해 슬럼프 속에서도 20홈런 턱걸이에 성공한 양석환은 올해 반등에 성공했다. 140경기에 출전한 그는 타율 0.281(524타수 147안타) 21홈런 89타점 OPS 0.787의 성적을 올렸다. 홈런과 타점에서 각 5위에 들면서 양의지(36)와 함께 중심타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또한 147개의 안타 역시 데뷔 후 한 시즌 개인 최다 기록이었다.
두산은 양석환의 잔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올 시즌 두산은 팀 타율 0.255로 이 부문 9위에 머물렀다. 그나마 잠실을 홈으로 사용함에도 팀 홈런 100개로 3위에 위치했지만, OPS는 0.705로 리그 평균(0.712) 아래였다. 홈런왕 출신 이승엽(47) 두산 감독은 "올 시즌 타격 지표가 굉장히 낮았다. 수치가 그러다 보니까 선수들에게 (잦은) 작전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득점력이 적다 보니까 힘들게 경기를 했다"며 "나도 타자 출신인데도 불구하고 타격적으로 많이 부진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조금 더 선수들을 독려하지 못했다는 게 사실은 실수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양석환의 잔류가 두산 입장에서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FA 계약 발표 후 두산 관계자는 "양석환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3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하는 등 타선에 꼭 필요한 선수"라며 "그라운드 위에서는 물론 덕아웃 리더로서의 역할까지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석환은 구단을 통해 "트레이드로 두산에 합류하면서 야구 인생이 다시 시작됐다. FA 자격을 행사했을 때부터 팀에 남고 싶었다. 좋은 조건으로 계약해주신 박정원 구단주님께 감사드린다. FA 계약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책임감을 갖고 중심타자로서, 좋은 선배로서 두산 베어스만의 문화를 이어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양석환(오른쪽)과 김태룡 단장. /사진=두산 베어스
이번 양석환의 재계약 확정으로 인해 올해 FA 시장에서 타자 3대장으로 꼽히던 전준우(37), 안치홍(33), 양석환의 다음 시즌 소속팀이 모두 결정됐다. 앞서 전준우는 지난 20일 오전 원소속팀 롯데 자이언츠와 4년 최대 47억 원(보장 금액 40억 원, 인센티브 총액 7억 원)에 잔류를 선언했다. 지난 2019년 이후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전준우는 공시 이틀 만에 올해 스토브리그 1호 계약자가 됐다.
경주고-건국대 졸업 후 2008년 롯데에 입단한 전준우는 올 시즌까지 통산 1616경기에 출전, 타율 0.300(6039타수 1812안타), 196홈런 888타점 996득점, 133도루, OPS 0.829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첫 번째 FA(4년 34억 원)에서 본인도 "조금 아쉬운 계약이었다"고 할 정도로 적은 금액을 받았지만,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계약 기간 54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1 61홈런 333타점 336득점 OPS 0.839의 성적을 올렸다. 같은 기간 150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 중 타율 5위, 안타 공동 2위, OPS 6위, 홈런 12위 등 리그 상위권의 성과를 거뒀다.
롯데 전준우가 FA 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계약 후 전준우는 스타뉴스와 만나 "항상 롯데 선수라는 마음이라 떠난다는 생각을 안했다. 팬들의 진심어린 이야기가 많이 있어서 큰 고민 없이 남았다"고 밝혔다. 타 팀의 FA 계약 제안이 있었다고 인정한 그는 "오퍼는 있었는데, 그거보다는 롯데에 남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롯데가 좋았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같은 날 오후에는 전준우의 팀 동료인 안치홍이 롯데에서 한화 이글스로 전격 이적했다. 안치홍은 한화와 4+2년 최대 72억 원(4년 총액 55억 원, 뮤추얼 옵션 2년 17억 원)의 조건에 FA 계약을 맺었다. 2020년 롯데로 이적한 후 4년 만에 3번째 소속팀을 찾아 떠나게 됐다.
안치홍(왼쪽)이 20일 한화 이글스와 FA 계약을 체결하고 손혁 단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안치홍 역시 꾸준함이 강점인 타자다. 2009년 KIA 타이거즈에서 프로 데뷔한 그는 통산 14시즌 동안 1620경기에서 타율 0.297(5677타수 1687안타), 140홈런 843타점, OPS 0.800의 성적을 올렸다. 올 시즌에도 타율 0.292 8홈런 63타점 57득점 출루율 0.374, 장타율 0.400, OPS 0.774로 준수한 기록을 뽐냈다. 안정적인 타격과 1루수-2루수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KIA와 롯데 모두에서 주장 완장을 찼을 정도의 '조용한 리더십'이 매력적이었다.
이에 세 선수는 FA 시장 개장과 함께 타자 최대어 자원으로 떠올랐고, 좋은 조건의 계약이 확정적이었다. 그리고 이 예상이 빗나가지 않으며 전준우와 안치홍, 양석환은 도합 197억 원의 계약을 따내며 따뜻한 겨울을 보내게 됐다.
김재윤(왼쪽)이 22일 삼성과 FA 계약을 한 뒤 이종열 단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아직 시장에는 B등급의 김민성(LG), 김선빈(KIA), C등급의 김민식(SSG) 등 타 팀에서 노릴 만한 타자 자원이 있다. 하지만 대박계약을 맺기는 어려운 선수들이다. 이제 관심은 투수 쪽으로 옮겨가게 됐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계약에 성공한 투수는 지난 22일 KT 위즈에서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한 김재윤(33) 한 명뿐이다.
김재윤은 삼성과 4년 최대 58억 원의 조건에 합의했다. 2015년 KBO 리그 입성 이후 프로 통산 481경기에 나서며 44승 33패 17홀드 169세이브 평균자책점 3.58를 기록했다. 특히 2021년 이후 3시즌 연속 30세이브 이상을 달성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클로저로 명성을 쌓았다. 삼성은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마운드에서도 승리를 굳건히 지켜줄 최적의 선수로 기대를 모은다"고 밝혔다.
두산 홍건희. /사진=뉴시스아직도 시장에는 준수한 선수들이 있다. A급으로는 KT 주권(27)과 두산 홍건희(31) 두 선수가 있다. 2015시즌 KT에 우선 지명으로 입단한 주권은 올 시즌 42경기에 등판해 1승 2패 5홀드 평균자책점 4.40을 기록했다. 2020년에는 31개의 홀드를 따내며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프로 12년 차인 홍건희는 2020년 두산 이적 후 이듬해부터 필승조로 활약했다. 올해는 64경기에서 1승 5패 22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3.06의 성적을 올렸다. 비록 후반기 구위 저하로 마무리 자리를 내놓았지만, 여전히 준수한 성과를 냈다.
B등급 중에서는 LG 트윈스에서 나온 좌완 함덕주(28)와 우완 임찬규(31)가 돋보인다. 2021시즌 종료 후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함덕주는 올 시즌 완벽하게 부활하며 4승 무패 4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1.62의 좋은 성적을 올렸고, 팀이 29년 만에 통합우승을 차지하는 데 힘을 보탰다. 함덕주는 30일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으로부터 신분조회 요청을 받았다. 지난해 FA 자격을 얻고도 '재수'를 택한 임찬규는 올해 14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3.42로 커리어 하이시즌을 보냈다. KBO 리그 전체 다승 부문 단독 3위, 토종 투수로는 1위였다.
과연 아직 행선지를 찾지 못하고 있는 투수 자원들은 어느 팀이 품게 될까. 아직은 계약자(5명)보다 미계약자(14명)가 더 많은 상황이다.
2024 프로야구 FA 계약 현황 및 미계약 선수 현황 (11월 30일 기준, 총 19명 중 5명 계약)
◆ 계약 현황(5명)
▷ 롯데 자이언츠
- 전준우(37·재계약·B등급) : 4년 총액 47억 원(보장액 40억 원, 인센티브 7억 원)
▷ 한화 이글스
- 안치홍(33·롯데→한화·B등급) : 4+2년 총액 72억 원
(4년 보장액 47억 원, 인센티브 8억 원 / 추가 2년 뮤추얼 옵션: 보장 13억 원, 인센티브 4억 원)
▷ KIA 타이거즈
-고종욱(34·재계약·C등급) : 2년 총액 5억 원(계약금 1억 원, 연봉 1억5000만 원, 인센티브 1억 원)
▷ 삼성 라이온즈
- 김재윤(33·KT→삼성·B등급) : 4년 총액 58억 원(계약금 20억 원, 연봉 합계 28억 원, 인센티브 합계 10억 원)
▷ 두산 베어스
- 양석환(32·잔류·A등급) : 4+2년 총액 78억 원
(4년 보장액 65억 원 / 추가 2년 뮤추얼 옵션: 13억 원)
◆ 미계약자(14명)
▷ LG 트윈스(4명)
임찬규(31) 함덕주(28) 김민성(35) 오지환(33·이상 B등급)
▷ KT 위즈(1명)
주권(28·A등급)
▷ SSG 랜더스(1명)
김민식(34·C등급)
▷ 두산 베어스(1명)
홍건희(31·A등급)
▷ KIA 타이거즈(1명)
김선빈(34·B등급)
▷ 삼성 라이온즈(3명)
오승환(41) 김대우(35) 강한울(32·이상 C등급)
▷ 한화 이글스(1명)
장민재(33·C등급)
▷ 키움 히어로즈(2명)
임창민(38·C등급) 이지영(37·B등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