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신분조회 요청을 받은 함덕주 ⓒ곽혜미 기자 ▲ 부상 터널을 딛고 올해 재기에 성공한 함덕주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3년 전 트레이드 대상자들이 같은 날 야구계를 놀라게 했다. 양석환(32‧두산)이 두산과 4+2년 총액 78억 원이라는 예상보다 더 큰 금액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마친 가운데, 그 트레이드 파트너였던 함덕주(28‧LG)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신분조회를 받았다.
KBO(총재 허구연)는 30일(목)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으로부터 LG 트윈스 함덕주에 대한 신분조회 요청을 받았다면서 "오늘(30일) 해당 선수는 FA 신분으로 해외 구단을 포함한 모든 구단과 계약 체결이 가능한 신분임"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올해 KBO리그 선수 중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신분조회 요청을 받은 선수는 이정후(25‧키움)와 고우석(25‧LG)에 이어 함덕주가 세 번째다.
신분조회를 했다는 게 반드시 영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신분조회는 영입을 위한 필수적인 절차다. 해당 선수의 신분에 전혀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FA 자격 행사를 1년 유예한 함덕주는 올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신청했으며, B등급 FA다. KBO리그 모든 구단은 물론, 메이저리그 및 해외 구단들과도 자유롭게 협상이 가능하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신분조회를 요청했다는 것은 적어도 1개의 메이저리그 구단이 함덕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영입에 관심도 없는 선수에 굳이 신분조회를 요청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올해 FA 시장에서 이정후 고우석 함덕주만이 이 요청을 받은 것을 봐도 그렇다.
원주고를 졸업한 함덕주는 2013년 두산의 5라운드(전체 43순위) 지명을 받고 입단했으며,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 무대에서 활약하며 두산 마운드의 마당쇠로 맹활약했다. 때로는 마무리 보직에서, 때로는 롱릴리프로, 때로는 선발까지 나서는 등 폭넓은 활용성을 자랑했다. 2017년에는 9승, 2018년에는 27세이브를 거두는 등 전천후 활약을 선보였다. 두산 왕조의 핵심 자원 중 하나였다.
그런 함덕주는 2021년 양석환과 맞트레이드돼 LG 유니폼을 입었다. 다만 부상으로 고전했다. 2021년 16경기, 2022년은 13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한때 재기가 의심스럽다는 시각이 있을 정도였다. 함덕주를 우승 청부사로 생각하고 영입한 LG도 낭패였다. 하지만 올해는 결실을 봤다. 모처럼 건강하게 정규시즌을 맞이한 함덕주는 57경기에서 4승4세이브16홀드 평균자책점 1.62로 활약하며 LG 불펜에서 중심적인 몫을 해냈다.
시즌 내내 건강했던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정규시즌 우승에 큰 공헌을 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4경기에 나가 자신의 몫을 했다. 그런 함덕주는 당당하게 FA 시장에 나가 현재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원 소속팀 LG도 함덕주를 잡는다는 기본적인 원칙 하에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 경력이 걸리지만, 적어도 건강한 함덕주는 팀 마운드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차례 증명했다.
▲ 함덕주는 건강하다면 모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불펜 자원이다 ⓒ곽혜미 기자 ▲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신분조회 요청이 함덕주 FA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곽혜미 기자 이런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깜짝 신분조회 요청은 놀랍다. 함덕주는 애당초 메이저리그 진출 후보군으로 분류된 선수까지는 아니었다. LG도 예상하지 못했던 시나리오임은 분명하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 사이에서도 함덕주를 주목하는 시선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지고 있는 기량은 뛰어나지만 부상이 워낙 잦았던 터라 저평가됐던 경향이 있다. 선수 스스로도 시즌 중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뜻을 밝힌 적은 없다.
하지만 이것이 깜짝은 아니라는 말도 있다. 함덕주 측 관계자는 "신분조회 요청이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시즌 중에는 미국 일본 구단에서 관심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선수 측에서는 갑작스럽지 않다는 이야기다. 어쨌든 신분조회 요청이 들어옴에 따라 이런 것이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열렸다.
물론 이전에도 신분조회를 받았으나 이렇다 할 구체적인 오퍼를 받지 못한 KBO리그 선수들도 있었다. 또한 오퍼를 받는다고 해도 특급 대우를 받지 못할 바에는 KBO리그에서 장기 계약을 하는 게 금전적으로나 생활의 안정적으로나 나을 수도 있다. 실제 신분조회 요청을 받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으나 생각보다 좋지 않은 대우에 그대로 국내 잔류를 선택한 선수들도 더러 있었다.
함덕주 또한 진지한 관심인지, 혹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보험적인 성격에서의 선제적인 신분조회인지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함덕주의 신분조회를 요청한 팀이 베일에 싸여있는 가운데, 함덕주의 FA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관심을 모은다. 메이저리그 신분조회 요청이 함덕주의 FA 시장 가치에 그렇게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