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마무리캠프 당시 김종국 KIA 감독은 "김선빈이 팀에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구단이 잡아줄 것을 기대하는 뉘앙스였다. KIA는 올해 김선빈(34)의 부상 당시 여러 선수들을 2루에 기용했지만 확 튀는 대안을 찾지 못한 기억이 있다. 게다가 클럽하우스의 리더 중 하나고,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기도 하다.
김선빈은 KIA의 지명을 받고 2008년 1군에 데뷔한 이래 지금까지 쭉 타이거즈의 유니폼만 입고 뛰었다. 팀 전체 역사를 통틀어서도 내야에서 비중이 적지 않은 선수다. 올해까지 1군 통산 출전 경기 수가 1509경기에 이른다. 오롯이 경력을 타이거즈를 위해 바쳤기도 했다. 기량도 나름 건재하다. 올해 119경기에 나가 타율 0.320, 134안타, 출루율 0.381을 기록했다. 아직 김선빈의 자리를 그대로 대체할 수 있는 선수는 KIA에 존재하지 않는다.
김선빈 이후를 바라본 유망주 육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사실이지만, 당장 주전 2루수를 염두에 둔 건 아니다. 김선빈은 통산 타율이 0.303에 이르는 교타자다. 장타는 떨어지지만 출루율은 높다. 수비 범위가 좁아지고 있다는 비판은 어느 정도 일리는 있으나, 어쨌든 현재 KIA 내야에서 안정적인 수비수 중 하나다. 올해 119경기에서 실책은 7개였다.
이런 김선빈은 2023년 시즌이 끝난 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다. 김선빈은 2020년부터 4년간 이어진 40억 원 계약이 올해로 모두 끝났다. 생애 두 번째 FA 자격이다. 거취를 놓고 관심을 모은다. 김종국 감독을 비롯한 현장, 심재학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 모두 결론은 동일하다. 바로 "김선빈이 필요하다"다.
협상은 이미 시작됐다. 시즌이 끝난 뒤 심재학 단장과 김선빈이 직접 만난 자리를 비롯, 계속해서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아직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업계에서는 "금액의 차이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FA 협상에서 금액 차이가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김선빈과 같은 프랜차이즈 스타는 더 그렇다. 선수는 과거를, 구단은 미래를 보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눈높이가 맞는 경우는 별로 없다. 협상을 통해 풀어가야 한다.
김선빈 측에서는 일단 시장가를 눈여겨볼 가능성이 있다. 김선빈의 동료였던 안치홍은 한화와 4+2년 총액 72억 원에 한화와 계약했다. 첫 4년 보장 금액은 47억 원이다. 최대어 중 하나로 뽑혔던 양석환은 30일 두산과 4+2년 총액 78억 원에 계약하며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빠져 나왔다. 물론 김선빈과 두 선수는 포지션과 스타일에서 다소 다르지만, 분명 4년 전과는 달리 시장 자체의 온도가 차갑지는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김선빈 측도 이 정도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후한 대접을 기대할 만하다.
반대로 KIA로서는 과거 가치의 대접은 물론 미래 가치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더 복잡한 방정식이다. 사실 4년 전 첫 FA 당시에도 양자는 합의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던 기억이 있다. 당시 KIA의 제시액이 요지부동이었고,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다만 그 중간 과정에서 2루수가 필요했던 한 구단이 참전하면서 금액이 올랐고, 결국 안치홍을 놓친 상황에서 김선빈을 잡아야 했던 KIA가 제시액을 상향해 극적인 타결에 이른 기억이 있다. 시장 상황이 외부의 바람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사례였다. 올해도 어떤 변수가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KIA는 계속된 협상으로 차이를 좁혀가겠다는 기본 구상 속에 협상전을 응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