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FC의 플레이오프 진출로 끝난 지난 29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부천FC와의 하나원큐2023 K리그2 준플레이오프. 무승부로만 끝내도 다음 라운드 진출이 확정되는 경남이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수문장 고동민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경기 초반 상대 압박에 나온 킥 실수로 진땀을 흘려야 했던 고동민은 이내 평정심을 되찾아 팀 승리에 기여했다. 특히 골이 필요한 부천의 파상공세를 막아낸 경기 후반 활약이 대단했다. 후반 42분 닐손주니어의 프리킥을 몸을 날려 쳐냈고, 추가 시간 정희웅의 결정적인 연속 슈팅 중 하나도 막아내는 등 선방쇼를 펼쳤다. 마지막 휘슬이 울리면서, 고동민을 뚫지 못한 부천 선수들은 고개를 떨궜다.
1999년생 고동민은 대륜고 졸업한 2017년 J2리그에서 뛰는 등 크게 두드러지지 못했다. 지난해 임대로 경남 유니폼을 입은게 터닝포인트가 됐다. 고동민은 시즌 중반부터 늘어난 출장 기회서 선방을 보여주며 경남으로 완전이적했다. 2023시즌을 치르면서 고동민의 입지도 조금씩 커졌고, 이날 맹활약으로 팀을 PO까지 올려놨다.
설기현 감독은 “개인적으로 칭찬을 많이 해준다”며 지난 11월11일 김천 상무전에서 고동민이 신들린 선방으로 팀의 1-1 무승부를 지켜낸 경기를 떠올렸다. 설 감독은 “최근에 고동민이 아기가 태어난 뒤로 경기력이 더 좋아졌다. 그 전엔 약간 잘했는데, 이제는 완벽한 찬스도 막아낸다”고 웃으면서“고동민 덕분에 (정규리그를)4위로 마칠 수 있었다”고 했다. 김천전에서 고동민은 경기 MVP로 선정됐다.
이날도 경기 MVP가 된 고동민은 “어려운 경기를 이겼고, 김포FC와 PO까지 치르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가장의 책임감이 선수 생활의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지난 11월8일 첫 딸 다율이를 얻은 고동민은 “태어날 때 보고 아직 못봤다”면서 “아무래도 아내나 처가에서 응원해주고, 경기를 잘 준비할 수 있게 서포트해줘 (플레이가)잘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인어른과 장모님도 ‘최대한 더 높은 곳까지 뛰라’고 응원해주시는 만큼 사위로, 아빠로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높아진 책임감을 이야기했다.
지난해 PO에서 FC안양을 넘지 못하고 승격 꿈을 접었던 경남은 올해 부천을 다시 한 번 넘어서면서 12월2일 정규리그 3위인 김포FC와 승강PO 티켓을 놓고 PO 대결을 벌인다.
경남 입장에서 고동민의 존재감이 든든하다. 고동민은 이민기, 이강희, 이준재, 이찬욱으로 이어지는 22세 이하 선수들로만 구성된 수비라인의 리더로도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경남의 수비는 16골을 넣은 K리그2 득점 1위 루이스와 주닝요로 이어지는 김포 듀오를 봉쇄해야 한다.
시즌 상대전적에서는 1승2무로 경남이 앞섰다. PO 경험도 처음 PO에 나서는 김포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일주일에 3경기를 치르는 체력 부담 속에서 리그 최소 실점(25골) 팀인 김포의 수비도 뚫어야만 다음 라운드 진출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