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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라는 팀이 없었다면 오승환이란 선수도 없었다. 그렇기에 끝까지 좋은 그림으로 가야 하는 게 맞고, 삼성도 다시 일등을 하고 개인적으로도 나이 얘기를 없앨 수 있는 한 시즌을 꼭 보여드리고 싶다.”
‘끝판대장’ 오승환(41)은 FA(자유계약선수)라는 신분에도 팀을 떠난다는 생각조차 떠올려보지 않았다. KBO리그의 마무리 투수의 상징과도 마찬가지인 선수지만 보직에 대한 욕심도 없다. 김재윤(33)의 합류를 반기며 어떤 보직이든 맡겠다는 각오도 전했다.
오승환은 30일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동 엘리에나 호텔 임페리얼홀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스포츠서울 올해의상 시상식에서 ‘스포츠서울 올해의 기록상’을 수상했다.
삼성에서 KBO리그 최초의 400세이브란 대기록을 달성한 오승환은 팀을 떠난다는 생각조차 떠올리지 않았다. 사진=삼성 라이온즈그런만큼 역대 최초의 400세이브란 기록을 세운 오승환이 올해의 기록상을 수상하는 것에 있어서 이견이 있을 수 없었다.
오승환은 “이런 기록을 세우긴 했지만 팀적으로 너무 아쉬운 한 해였다고 생각을 해서 팬분들에게 너무 죄송한 마음밖에 없는 것 같다”며 올해 부진했던 삼성의 성적에 대해 팬들에게 미안함을 전한 이후 “이런 기록을 올릴 수 있도록 항상 나의 뒤에서 수비를 해주는 팀 선수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서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팀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시상식 종료 후 만난 오승환은 삼성과 FA 계약 진행 과정에 대해 더 상세한 이야기를 전했다.
오승환은 “이종열 단장님과 지금 얘기를 잘 하고 있다. 단장님이 워낙 바쁘셨지 않나. 오늘도 일찍 와서 단장님과 말씀을 나눴고 잘 얘기하고 있다”며 순조로운 분위기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김영구 기자오승환 또한 이적을 생각해본 적도 없다. FA 신분이라는 취재진 표현에 멋쩍은 웃음을 지은 오승환은 “이게 참 FA 하고 (내) 나이하고 지금 어울리지가 않는데(웃음) 그래도 뭐 팀이랑 잘 얘기해서 삼성 라이온즈가 없었으면 나라는 오승환이란 야구 선수가 없었잖아요.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끝까지 이제 좋은 그림으로 당연히 가야 되는 게 맞다”며 삼성과 자신의 운명적인 관계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승환은 “그렇지만 아직도 한 구석에는 욕심이 남아 있다. 좋은 성적도 다시 내고 싶고, 마지막에 한 번은 정말 삼성 라이온즈가 1등을 할 수 있는, 또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이 나이 얘기를 없앨 수 있는 한 시즌을 꼭 한 번 보여드리고 싶다”며 강한 열망을 밝혔다.
확실한 팀 전력도 보강이 됐다. 특히 앞서 삼성은 김재윤을 4년간 계약금 20억원, 연봉 합계 28억원, 인센티브 합계 10억원 등 최대 총액 58억원의 조건에 붙잡으며 현역 최강의 더블스토퍼를 구축했다.
휘문고 출신인 김재윤은 지난 2015년 KT 2차 특별 13순위로 프로에 입문했다. 프로 통산 481경기에 나서며 44승 33패 17홀드 169세이브를 기록했다. 특히 2021년 이후 3시즌 연속 30세이브 이상을 달성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클로저로 명성을 쌓았다.
사진=김영구 기자삼성은 오승환과 김재윤을 더블 스토퍼로 기용한다는 계획이다. 김재윤은 평소 우상으로 밝혀왔던 오승환과 함께 삼성의 뒷문을 책임지게 됐다.
시상식 종료 후 만난 오승환은 “일단은 김재윤이라는 좋은 선수, 좋은 마무리 투수가 와서 분명히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런 선수가 있어서 팀이 강해지고 불펜이 강해질 것”이라며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렇기에 오승환은 “우리 팀을 외부에서 보기에 항상 가장 큰 문제가 불펜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김재윤 영입이) 분명히 팀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 “나도 팀이 1승이라도 조금 더 하는데 있어서 어떤 역할이든 (하겠다고) 단장님과도 얘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승환은 “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보직은 감독님이 정해주시겠지만 몇 회가 됐든 어디에 나가든 팀이 많이 이기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보직에 대한)그런 건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단호하게 말했다.
사진=김영구 기자이제는 승리하겠다는 약속, 우승하겠다는 팬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 오승환은 “항상 매번 이제 삼성 팬들에게 조금 거짓 아닌 어떤 그런 약속을 하는 것 같다. 지금 몇 년째 그러고 있는데,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팀이 많이 이겨야 된다고 생각하기에 김재윤 선수를 통해 팀이 분명히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렇기에 보직에 대한 개인적인 욕심이나 고민은 없다.
오승환은 “(보직에 대한 고집) 그건 되게 바보 같은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고집을 피울 것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단호한 입장을 전했다.
만 41세. 예전 기준으로는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다. 하지만 후반기 보여준 모습은 전성기를 방불케 했다. 오승환 역시 지금도 자신이 있다.
오승환은 “몇 년 전부터 자꾸 나이 얘기를 들어왔고, 내 입으로 얘기하는 것도 많이 얘기를 했다. 또 자신있다고 얘기를 해도, 성적상으로 조금씩 이게 드러나는 것 같다”면서도 “부정을 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 몸 상태에 맞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어떤 큰 욕심은 내려놓고, 오늘 같은 날 기록상을 받았지만 개인적인 기록보단 팀의 기록을 더 신경써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조금 편하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며 거듭 개인 성적보단 팀 성적에 포커스를 맞추겠다는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