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김재환.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손아섭(35·NC 다이노스)의 부활을 도운 강정호(은퇴)가 김재환(35·두산 베어스)까지 살릴 수 있을까.
김재환은 지난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팬 행사 '곰들의 모임'에 참석한 뒤 바로 개인 훈련을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 LA에서 야구 아카데미를 운영 중인 강정호를 만나기 위해서다.
2023 KBO 시상식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NC 손아섭이 KBO 타율, 안타상을 수상하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MVP와 신인상 수상자는 정규시즌 종료 후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언론사 기자 및 각 지역 언론 담당 기자들의 사전 온라인 투표로 정해졌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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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의 코칭은 올 시즌 KBO리그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화제가 됐다. 지난겨울 강정호로부터 레슨을 받은 손아섭이 완벽하게 부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타율 0.277로 자존심을 구겼던 손아섭은 올해 타율 0.339로 생애 첫 타격왕에 올랐다.
손아섭만큼 부활이 절실한 타자가 바로 김재환이다. 2021시즌 종료 후 4년 총액 115억원 계약으로 두산에 잔류한 그는 지난해 타율 0.248 24홈런을 기록하더니 올해는 타율 0.220 15홈런에 그쳤다. 통산 장타율 0.510에 이르는 그가 올 시즌에는 0.331에 그쳤다. 1군에 출전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장타율이었다.
2023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지난 7월 25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김재환이 3회말 우월 2점 홈런을 날리고 선행주자 허경민과 기뻐하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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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한 '원거리 코칭'으로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강정호는 영상을 통해 한동희(롯데 자이언츠) 등 부진한 타자들의 스윙을 분석했는데, 그중 하나가 김재환이었다.
강정호는 "김재환의 스윙을 보면 얼굴과 방망이가 굉장히 멀다. 힘을 잘 못 쓰고 있다. 타격 시 중심이 너무 뒤에 있다. (임팩트 때) 눈과 타격 포인트가 너무 떨어져 있다"며 "그가 가장 좋았던 2016~2017년에는 배트가 몸에 붙어서 나왔다. 얼굴이 방망이와 굉장히 가까이 있었다. 또 지면 반력(지면에 힘을 가했을 때 반작용력)을 잘 이용했다"고 비교했다. 강정호는 이어 "(훈련 때) 김재환이 자꾸 (공을) 깎아 치고 있다. 그는 타구 스피드가 가장 빠른 타자다. 발사각을 30~35도까지 높여도 된다. 훈련 때부터 다운스윙하는데, 방법부터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강정호에게 김재환의 타격 영상을 보낸 건 강정호의 광주 동향 친구이자 김재환의 선배인 양의지로 알려졌다. 양의지는 지난 27일 KBO 시상식에서 수비상을 탄 후 인터뷰 중 김재환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재환이가 내 친구(강정호)에게 갔다. (내년 부활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기대했다. 김재환은 손아섭과도 절친한 사이다. 두 사람이 강정호에게 보여준 믿음이 김재환의 결심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은 김재환의 부활이 간절하다. 올 시즌 양의지를 4+2년 최대 152억원에 영입하며 타선 보강을 꿈꾼 두산은 김재환의 부진 탓에 득점력이 저조했다. 선수 시절 최고의 홈런타자였던 이승엽 두산 감독은 이례적으로 마무리 훈련에 김재환을 불러 맨투맨으로 '지옥 훈련'을 시켰다.
김재환이 부활한다면 팀이 얻을 '리턴'도 크다. 2018년 44홈런을 터뜨리며 '잠실 홈런왕'이 돼 MVP(최우수선수)까지 수상한 그는 올 시즌에도 타구 속도(평균 141.6㎞/h·리그 3위) 만큼은 리그 최상급이었다. 올해 두산은 5위를 하고도 팬들에게 사과문까지 올렸다. 김재환이 '왕조 부활'을 위한 키 플레이어라는 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