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최민우 기자] “KBO리그를 평정했기 때문이다.”
에릭 페디(30)는 올해 가장 주목 받는 투수였다. NC 다이노스 소속으로 30경기에서 180⅓이닝을 소화했고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0 209탈삼진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 투구)를 21차례 달성해내며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페디는 평균자책점과 승리, 탈삼진 부문 1위에 올랐고, 수비상과 MVP까지 석권했다.
페디의 활약상은 태평양 건너 미국에까지 전해졌고,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손을 내밀었다. NC도 에이스의 잔류를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메이저리그의 자본력을 이길 수 없었다. 페디는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로 떠나게 됐다.
사실 페디는 여느 외국인 선수들이 그렇듯 메이저리그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2014년 1라운드 전체 18순위로 워싱턴 내셔널스에 지명된 페디는 2017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구단도 페디에게 꾸준히 기회를 부여했지만,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페디는 102경기 21승 33패 평균자책점 5.41의 성적표를 남기고 방출통보를 받았다.
▲ 워싱턴 내셔널스 시절 에릭 페디▲에릭 페디 ⓒ곽혜미 기자그럼에도 화이트삭스는 페디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워싱턴에서 방출됐을 때 페디와 한국 무대를 경험한 페디는 다른 선수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MLB.com은 9일(한국시간) “페디가 화이트삭스에 합류하게 된 주된 이유로 2023년 KBO리그를 평정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크리스 게츠 화이트삭스 단장은 “페디의 스터프에는 실질적인, 물질적인 차이가 분명히 있다. 페디는 스위퍼를 장착했고, 싱커는 이전보다 더 좋아졌다. 또 타자를 상대하는 계획도 바꿨다. KBO리그에서 지배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는 KBO리그 타자들과 이야기도 나눴는데, 페디가 리그에서 가장 까다로운 투수라고 했다”며 페디를 영입한 배경을 설명했다.
KBO리그에서 성공했다고 해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을 보장할 수 없다. 하지만 화이트삭스는 자신감이 오를 대로 오른 페디가 미국에서도 기세를 이어갈 것이라 믿고 있다. 실제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메릴 켈리도 KBO리그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뛰었고, KBO리그 경험을 발판 삼아 메이저리그에서도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화이트삭스가 페디에게 바라는 모습이기도 하다.
▲ 에릭 페디 ⓒ곽혜미 기자▲ 에릭 페디 ⓒ곽혜미 기자게츠 단장은 “외국인 선수로 다른 리그로 가는 건 쉽지 않다. 환경이 다르다. 페디는 이전과 달리 자신감과 훌륭한 투구 능력을 갖추고 메이저리그에 돌아올 것이다. 화이트삭스가 페디가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할 수 있길 기대한다”며 페디가 활약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페디는 화이트삭스에서 마이클 소로카, 마이클 코펙, 재러드 슈스터 등과 함께 선발 로테이션을 돌 것으로 예상된다. 페디가 또 다른 역수출 신화를 쓰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