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에런 트리피어(뉴캐슬유나이티드). 게티이미지코리아뉴캐슬유나이티드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강호로 복귀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선수 키에런 트리피어가 에버턴전에서 실점 빌미를 두 번이나 내줬다. 하지만 최근 출전기록을 보면 실수를 이해할 만하다.
8일(한국시간) 2023-2024 EPL 15라운드 원정 경기를 가진 뉴캐슬이 에버턴에 0-3 대패를 당했다. 상위권 뉴캐슬이 강등권 에버턴에 완패를 당한 건 뜻밖이었다.
하지만 경기 양상을 보면 막판까지 꽤 팽팽하다가, 후반 34분부터 뉴캐슬 라이트백 트리피어가 연달아 황당한 실수를 범하며 패배를 자초한 것에 가까웠다. 선제실점을 내줄 때 실수는 특히 눈에 띄었다. 공을 잡아 놓은 트리피어는 상대 윙어 드와이트 맥닐의 압박을 받자 심하게 허둥댔는데, 가벼운 페인팅을 하고 방향을 바꾼다는 게 공은 제자리에 두고 몸만 돌려 가버리는 시트콤 같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 공을 주운 맥닐이 문전까지 드리블해 그대로 마무리했다.
후반 41분 추가실점도 트리피어의 실수에서 나왔다. 트리피어가 머뭇거리다가 중앙으로 패스한다는 것이 앞을 가로막은 잭 해리슨에게 정확히 주는 꼴이 되어버렸다. 해리슨이 문전까지 공을 끌고 간 뒤 내준 공을 압둘라유 두쿠레가 마무리했다.
키에런 트리피어(잉글랜드). 게티이미지코리아후반 추가시간 반격이 급했던 뉴캐슬의 수비 배후를 에버턴 스트라이커 베투가 파고들어 마무리하면서 승부는 완전히 끝나고 말았다.
에디 하우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키에런은 우리 팀으로 이적한 뒤 분명 환상적인 선수였으며, 팀 성공의 기폭제였다. 오늘 우리 팀 전체가 좋지 않았다"라며 선수 개인에 대한 비판은 거부했다.
트리피어는 하우 감독의 말대로 뉴캐슬에서 가장 공이 큰 선수다. 잉글랜드 대표 측면 수비수 트리피어는 토트넘홋스퍼를 거쳐 아틀레티코마드리드에서 뛰다 2022년 1월 뉴캐슬로 합류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에 인수된 뒤 처음 영입된 스타 선수였다. 이후 오른쪽 측면에서 시작되는 지능적인 패스 연결로 팀의 중추 역할을 하며 지난 시즌 EPL 4강 진입에 큰 공을 세웠다.
에디 하우 뉴캐슬유나이티드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이번 시즌도 에버턴전 외에는 경기력이 준수한 편이었는데, 갑자기 실수가 늘어난 건 체력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트리피어는 33세다. 시즌 초 EPL 15경기에 모두 선발 출장했으며 교체 아웃된 경우도 적었기 때문에, 뛸 수 있었던 총 출장시간보다 고작 41분 휴식을 취한 것이 전부였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는 5경기 풀타임이었다. 그나마 카라바오컵(리그컵)은 2경기 중 1경기만 후반 교체투입하는 데 그쳤다. 모든 대회를 통틀어 볼 때 센터백 파비안 셰어와 더불어 팀내 가장 많이 뛴 선수다.
원래 그다지 두껍지 못한 뉴캐슬 선수단에 부상자가 대거 발생했다. 트리피어는 쉴 수 없었다. 티노 리브라멘토는 레프트백 줄부상을 메우느라 왼쪽으로 옮겨가 뛰고 있다. 라이트백 대체 요원인 에밀 크라프트는 1년간 장기 결장한 뒤 1군 전력으로 복귀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중이며, 하비에르 만퀴요는 전력 외로 취급받는 듯 보인다.
하지만 뉴캐슬의 바쁜 일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 가장 회복시간이 적다. 11일 EPL 토트넘홋스퍼 원정, 14일 UCL AC밀란전 홈 경기, 17일 EPL 풀럼전 홈 경기, 20일 카라바오컵 첼시 원정까지 모두 3일 간격이다. 4일도 아니고 3일 간격이라 회복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 뒤로도 24일 EPL 루턴타운 원정, 26일 EPL 노팅엄포레스트전 홈 경기까지 계속 버겁다.
트리피어의 컨디션 하락은 토트넘이 공략해 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트리피어 옆에는 주장이지만 주전은 아닌 자말 라셀스가 뛴다. 주전 센터백 스벤 보트만의 부상 공백을 라셀스가 메우고 있는데, 최선을 다해주고 있긴 하지만 지친 노장과 빌드업이 약한 라셀스가 나란히 서는 곳이 뉴캐슬의 약점이 될 수 있다. 왼쪽으로 빠지면서 자주 플레이하는 손흥민이 노릴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