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팀에서 뛰어 영광이었다.”
빅리그에 복귀하는 에릭 페디에게 손아섭(NC 다이노스)이 작별인사를 건넸다.
지난 2007년 2차 4라운드 전체 29번으로 롯데 자이언츠의 지명을 받은 뒤 2021시즌부터 NC 유니폼을 입고 있는 손아섭은 올해 유의미한 시간을 보냈다. 140경기에서 타율 0.339(551타수 187안타) 5홈런 65타점을 올리며 생애 첫 타격왕과 통산 네 번째(2012, 2013, 2017, 2022) 최다 안타왕에 오른 것.
은퇴선수가 뽑은 최고 선수의 영예를 안은 손아섭. 사진(청담)=김영구 기자올해 NC의 선전을 이끈 손아섭. 사진(청담)=김영구 기자뿐만 아니라 손아섭은 타고난 리더십을 발휘, NC의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었다. 그의 존재감에 힘입은 NC는 개막 전 최하위 후보라는 예상을 비웃듯이 최종 4위로 시즌을 마감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손아섭은 7일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호텔 리베라에서 진행된 2023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의 날 행사에서 최고의 선수 영예를 안았다.
시상식이 끝나고 취재진과 만난 손아섭은 “너무 행복한데, 내년에도 올해만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감도 공존한다”며 “내년에도 좋은 성적을 올려서 올해처럼 많은 시상식에 초대받고 싶다. 이런 자리가 저에게는 동기부여가 된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손아섭은 이날 후배들과 유쾌한 설전을 벌였다. 먼저 2024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두산 베어스의 지명을 받은 김택연(인천고)은 아마 특별상을 수상한 뒤 “(프로에서) 손아섭 선배님을 상대해 보고 싶다. (초구는) 패스트볼을 던지겠다. 제 장점인 빠른 볼을 사용해 (삼진을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도발했다.
이에 손아섭은 ”좋은 선수들에게 이름이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럽다. 저보다 좋은 타자들이 많은데 저를 지목해 줘서 기쁘다“며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경기장에서 만나면 프로라는 무대가 쉽지 않다는 걸 보여줘야 할 것 같다“고 맞받아쳤다.
올해 타율 0.298(514타수 153안타) 31홈런(1위) 101타점(1위)을 올리며 이날 최고의 타자 영예를 안은 노시환(한화 이글스)과의 케미도 빛났다. 노시환은 앞서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에서 최고 타자상을 받은 뒤 “다음 꿈은 타격왕”이라며 “손아섭 선배님이 긴장을 하셔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손아섭은 이날 반격했다. 그는 “(노)시환이가 지난 번 시상식에서 도발을 했다. 그래서 ‘이번 생에는 나를 못 이긴다’는 이야기를 해줬다”며 “노시환도 자신감 빼면 시체다. 그런 자신감은 좋지만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라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참고로 뒤이어 이를 들은 노시환은 “처음 듣는다”며 “일단 선배님이 나와 띠 동갑이시다. 12년 뒤에는 어떻게 될지 한 번 봐야 한다. 나는 아직 어리다. 그래도 선배님 24살 때보다는 내가 낫지 않나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올해 NC의 선전 비결 중 하나는 슈퍼 에이스 페디의 활약 덕분이었다. 30경기(180.1이닝)에 출전한 그는 20승(1위) 6패 209탈삼진(1위) 평균자책점 2.00(1위)을 작성하며 앞서 선동열(해태 타이거즈·1986, 1989~1991), 류현진(한화 이글스·2006년), 윤석민(KIA 타이거즈·2011년)만 달성했던 트리플크라운(다승, 탈삼진, 평균자책점 모두 1위)의 위업을 세움과 동시에 1986년 선동열(해태·24승 214탈삼진) 이후 37년 만이자 통산 5번째(1983년 장명부·삼미 슈퍼스타즈·30승 220탈삼진, 1984년 최동원·롯데 자이언츠·27승 223탈삼진, 1985년 김시진·삼성 라이온즈·25승 201탈삼진, 1986년 선동열) 한 시즌 20승-200탈삼진을 달성한 선수로도 이름을 남겼다.
시즌 후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기도 한 페디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복귀가 확정적이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가 나지는 않았지만, 최근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2년 1500만 달러(약 198억 원)에 그와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손아섭은 이에 대해 “너무 축하할 일이다. 정말 대단한 선수와 한 팀에서 팀 메이트로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이 내게는 너무 좋은 추억이다. NC를 미국에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계기도 될 것 같다”며 “팀 적으로 보면 아쉽고 타격이 크지만, 페디와 한 팀에서 뛸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서 손아섭은 페디를 적으로 상대해보지 않은 아쉬움은 없냐는 질문에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청백전 할 때 쳐보긴 했는데 제대로 경험을 해보지 못해서 궁금하긴 했다”며 “페디를 상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타격왕을 하는데 조금 더 유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좋은 투수는 우리 팀에 있는게 무조건 좋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