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마무리 투수 자리에 고집을 부리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죠."
내년 시즌 삼성 라이온즈에는 마무리 투수 자원이 둘이나 있다.
기존에 뒷문을 지키던 '끝판왕' 오승환(41)과 2023시즌 뒤 프리에이전트(FA·자유계약선수)가 돼 삼성과 4년, 최대 58억원에 계약한 김재윤(33)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뒷문 불안에 시달리던 삼성은 외부 수혈로 약점을 메웠다.
2015년 KT 위즈에 입단해 2016년부터 마무리 투수를 맡은 김재윤은 2021년부터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올라섰다. 2021~2023년 3년 연속 30세이브 이상을 수확했다.
2021년 4승 3패 32세이브 평균자책점 2.42로 활약해 KT의 통합 우승에 힘을 더했고, 올해에도 5승 5패 32세이브 평균자책점 2.60의 성적을 거뒀다. 프로에서 뛴 9시즌 동안 통산 성적은 44승 33패 169세이브 17홀드 평균자책점 3.58이다.
기존에 삼성의 뒷문을 지키던 투수는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로 손꼽히는 오승환이다.
2005년 시즌 중반부터 마무리 보직을 맡은 오승환은 일본, 미국에서 뒨 2014~2019년을 제외하곤 계속 삼성의 뒷문을 지켰다. 올해까지 KBO리그에서만 통산 400세이브를 거뒀다.
시즌 초반 세월을 거스르지 못하는 모습을 보냈던 오승환은 시즌 막판에는 제 모습을 되찾았다. 8월에 13경기에서 10세이브를 거뒀고, 9월에는 13경기에서 1승 1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0.63으로 활약했다.
김재윤이 삼성 유니폼을 입으면서 '삼성 마무리 투수 = 오승환'이라는 공식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오승환은 자신의 보직에는 큰 관심이 없다. 오로지 팀이 더 많이 이겨야한다는 생각뿐이다.
[서울=뉴시스] 삼성은 22일 김재윤과 4년 최대 58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김재윤과 이종열 단장. (사진 = 삼성 라이온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지난 달 30일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호텔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만난 오승환은 "마무리 투수에 고집을 피울 필요는 전혀 없다. 바보같은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팀이 1승이라도 더 할 수 있도록 어떤 역할이든 할 생각이다. 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보직은 감독님이 결정하실 문제다. 몇 회에 나가든 팀이 많이 이기는 것이 목표라 보직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오승환은 "외부에서 보기에 우리 팀의 가장 큰 문제는 불펜이었다. 김재윤이라는 좋은 마무리 투수가 왔고, 팀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29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한 LG 트윈스를 보면서 팀 승리에 대한 욕심은 더욱 커졌다.
"다른 팀이 우승한 것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시상식에 와서 LG가 상을 많이 받는 것을 보니 샘이 많이 나더라"며 "우리 팀 선수들도 시상식에 와서 경험을 해보면 좋은 선수가 더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좋은 선수가 많이 나와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오승환이 우상이라고 밝혀온 김재윤은 삼성과 계약 후 설레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오승환은 "미국에 있을 때 개인적으로 김재윤과 연락을 했었다. 굉장히 좋은 선수다. 김재윤의 합류로 우리 팀이 굉장히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려고 한다. 그게 내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2023시즌 뒤 FA가 된 오승환은 삼성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미 잔류로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고,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오승환은 "삼성이라는 팀이 없었다면 오승환이라는 야구 선수도 없었다. 이종열 단장님과 이야기를 잘 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