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 미드필더 5번의 계보는 지네딘 지단에서 잠시 끊겼다가 주드 벨링엄을 통해 다시 부활했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지단과 벨링엄을 비교하며 벨링엄의 가치를 높이평가했다.
레알은 30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나폴리와의 2023/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C조 5차전에서 난타전 끝에 4-2로 완승을 거뒀다.
이미 4전 전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던 레알은 5전 전승으로 1위까지 확정지었다. 나폴리는 이 경기 패배로 2위(2승 1무 2패·승점 7)는 유지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3위(1승 1무 3패·승점 4) 브라가를 반드시 잡아야 16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다. 이날 2선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한 벨링엄은 1-1로 팽팽하던 전반 22분 후방에서 넘어 온 다비드 알라바의 얼리 크로스를 그대로 헤더로 연결해 나폴리의 골망을 흔들었다.
벨링엄은 또 3-2로 앞서던 후반 추가시간 49분 동료 호셀루의 득점을 환상적인 아웃프런트 크로스로 도우며 4-2의 방점을 찍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벨링엄은 레알의 새로운 5번으로 지네딘 지단의 후계자로 불린다. 탁월한 운동 능력은 물론 폭넓은 활동량과 결정력까지 갖추면서 지단과 유형은 조금 다르지만 영향력 면에서는 지단과 비견되고 있다. 이날 경기가 열린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는 지단이 방문해 벨링엄의 플레이를 확인했다. 벨링엄은 특히 이날 득점으로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최초로 대회 첫 4경기 연속골을 넣은 레알 선수로 등극했다. 1955년 시작한 대회의 68년 역사상 최초다.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 페렌츠 푸스카스, 우고 산체스, 호나우두, 라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레알 득점 역사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슈퍼스타들도 달성하지 못했던 대 기록이다. 안첼로티는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도 벨링엄이 스페인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선 "벨링엄은 정말 똑똑하고 프로페셔널하고 진지하며 이미 성숙했다"라며 "그는 이런 점들 때문에 스페인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가 환상적인 선수라는 점이고 모든 축구계, 국가에서 잘 적응할 수 있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날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안첼로티는 벨링엄의 활약에 대해 "그는 매일, 매 경기 놀라게 한다. 모드를 놀라게 한다 .축구를 위한 선물"이라며 "감독과 팬들은 너무나 기쁘다 .하지만 축구계 전체가 이런 잠재력과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어린 선수에 기뻐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칭찬했다. 벨링엄과 지단을 비교해달라고 질문이 들어오자 안첼로티는 "다른 두 세대를 비교하는 건 어렵다"라면서도 "내가 봤을 때 다른 점은 벨링엄은 박스 안으로 더 잘 침투하고 지단은 더 좋은 개인 능력을 가졌다. 현대 축구에선 더 직선적이고 결정력이 있는 선수가 뛴다"라며 벨링엄을 더 높이 평가하는 듯 한 발언을 했다. 지단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을 풍미한 전설적인 미드필더다. 지단은 2001년 여름 유벤투스에서 레알로 이적해 2006년 여름 은퇴할 때까지 레알 선수로 활약했다. 당대 최고 이적료인 7750만 유로(약 1099억원)를 기록한 그는 레알 통산 227경기를 소화하며 49골 68도움을 기록했다. 레알에서 그는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라리가 우승 1회를 달성했다. 개인적으로도 지단은 많은 상을 받았다. 무엇보다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조국 프랑스의 월드컵 우승을 이끌며 같은해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 역시 3회 수상한 그는 2006 독일 월드컵 준우승을 끝으로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지단은 탁월한 기본기는 물론 환상적인 터치로 어느 상황에서도 공을 본인 쪽으로 소유하는 천부적인 능력을 가졌다. 여기에 엄청난 시야와 킥 능력으로 동료 공격수들을 적재적소에 지원해 많은 골들을 만들어냈다. 지단이 레알 시절 달았던 등번호 5번은 한동안 벨링엄이 이번 시즌 달기 전까지 제대로 된 미드필더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지단 은퇴 후 파비오 칸나바로(2006~2009), 페르난도 가고(2009~2011), 누리 사힌(2011~2012), 파비오 코엔트랑(2012~2015), 라파엘 바란(2016~2021), 헤수스 바예호(2021~2023)가 물려 받았다. 가고, 사힌이 미드필더로 5번을 받았지만, 지단에 가까운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그러다 이번 시즌 벨링엄이 5번을 달면서 넥스트 지단이란 평가를 들었다. 이를 넘어 벨링엄은 현재 최전방 공격수가 아쉬운 레알의 공격을 이끌면서 지단과는 다른 유형으로 레알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