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의 내야수 신민재(27)는 올 시즌 개막전까지만 해도 주전이 아니었다. 4월 개막 엔트리에는 들었지만, 2루수 경쟁에서 밀려 벤치에서 동료들의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선발 출전의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4월 한 달간 18경기에 뛰었지만, 모두 대수비나 대주자로만 나간 ‘조커’ 출장이 전부였다. 배트를 잡기까지는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처음 타석에 들어선 날은 개막 후 3주 넘게 지난 4월 28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생각지 못한 반전이 찾아왔다. 올해 처음 선발로 나선 5월 21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잠재력을 발휘했다. 이를 눈여겨본 염경엽 감독은 신민재에게 점차 기회를 주기 시작했고, 신민재는 이 찬스를 낚아챘다. 신민재는 LG의 오랜 고민이었던 2루수 공백을 메우면서 통합우승의 디딤돌을 놓았다.
최근 양준혁 자선 야구대회에서 만난 신민재는 “얼마 전 선수들끼리 일본 벳푸로 회복훈련을 다녀왔다. 온천도 하고, 쇼핑도 하면서 즐겁게 지냈다. 처음에는 4박5일이 길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금세 흘렀다”고 했다.올 시즌 신민재가 돋보이는 이유는 스스로 운명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끈질긴 노력과 투혼으로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대수비 요원에서 붙박이 2루수로 거듭났다. 타석에선 어떻게든 출루를 하기 위해 끈질기게 상대 투수를 괴롭혔고, 누상에선 센스 넘치는 주루 플레이로 LG의 뛰는 야구를 이끌었다. 2015년 데뷔 후 단 한 번도 100경기 이상 출전한 시즌이 없었지만, 올해는 122게임에 나가 타율 0.277 28타점 47득점 37도루를 기록했다.신민재의 플레이 스타일은 꾸준한 거북이를 연상시킨다. 화려하기보다는 성실한 쪽에 가깝다. 신민재는 “감독님께서 나를 내보내신 것 자체가 모험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2루수로서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내게 기회를 주신 것 아닌가. 그래서 더 독하게 마음먹고 달려들었다.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주전선수가 될 수 없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섰다”고 했다.
인천고를 나온 신민재는 2015년 두산 베어스의 육성 선수로 입단했다. 그러나 내야층이 두터운 두산에선 자리를 잡지 못했고, 2017년 11월 열린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로 이적했다.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에도 대주자 요원으로만 뛰다가 올해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붙박이 2루수로 자리매김했다.
데뷔 후 첫 번째 한국시리즈에 나섰던 신민재는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더라. 냉정히 말하면 내가 뛰지 못할 수도 있었던 무대 아닌가. 그런 한국시리즈에 선발로 나가 우승의 기쁨까지 맛볼 수 있던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풀타임 주전으로 1년을 보낸 신민재는 시야가 더 넓어진 듯했다. 체력 보강의 필요성도 느꼈고, 부상 관리의 중요성도 체감했다고 했다. 크지 않은 체구(키 1m71㎝·몸무게 67㎏)로 정규 시즌 122경기와 한국시리즈 5경기까지 소화하면서 얻은 소중한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