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 두려워할 것 없이 즐겨라! 만루홈런 맞아도 안 죽는다."
'기세'는 2023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야구를 대표하는 단어다.
비록 가을야구 진출에는 6년 연속 실패했지만, '기세'를 내세운 롯데 야구는 역대 최고의 봄을 보낸데 이어 시즌 막판까지 5강 경쟁을 펼쳤다.
그 중심에 18년차 베테랑 김상수가 있었다. 시즌 4승2패 1세이브18홀드, 평균자책점 3.12의 훌륭한 성적.
서른을 넘긴 2019년에 홀드왕(40홀드)을 거머쥐었던 그다. 지난해 SSG 랜더스에서 방출될 때만 해도 은퇴를 고려했다. 하지만 롯데 입단 후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구승민-김원중과 함께 시즌 내내 사실상 필승조 역할을 수행했다. 무려 66경기에 등판하며 생애 최다경기(67경기, 2016 2019)와 비슷하게 소화했다. 2006년 데뷔한 18년차, 36세 베테랑답지 않은 투혼이었다. 힘이 살아있는 직구 외에도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여유, 그리고 불꽃 같은 파이팅이 돋보였다.
데뷔 초에는 직구와 슬라이더 중심의 큰 특징 없는 투수였다. 지금 김상수의 입지는 포크볼과 체인지업을 연마하고, 서른을 넘긴 나이에 직구 구속을 끌어올리는 등 피나는 노력의 결과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그래서 야구선수인 자신에 대해 자부심이 있다. 준비만 잘하면 언제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올해 성적으로 보여줬다. 시즌 내내 "나는 노장이 아니다. '노익장' 같은 말은 쓰지 말아달라"고 했던 그다.
삼성에서 히어로즈, SSG를 거쳐 롯데는 그에겐 4번째 유니폼이다. 하지만 언제나 더그아웃 리더십의 중심에 있고, 가는 곳마다 필요한 선수로 호평받는 이유다.
'기세'는 김상수가 롯데 유튜브와의 인터뷰 도중 꺼낸 단어다.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긴장감을 어떻게 컨트롤하나'라는 신인의 질문에 "기세"라고 답한 것. 그는 "두려워할 것 없이 경기를 즐겨라. 야구는 스포츠"라고 강조했고, 이를 지켜보던 팬들의 마음에도 깊은 울림을 줬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납회식날 자체 시상식에서도 '재기상'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김상수는 "기분좋은 상"이라며 만족감과 동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프로 입문 시기만 보면 김상수는 대졸인 전준우(2008년 입단)보다도 빠르다. 진해수가 합류하기 전까지 커리어상 팀내 최고참이었다.
그는 자신을 지켜보는 수많은 후배들을 격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가 온다. 꼭 하고 싶은 말"이라며 송년 인사를 전했다.
롯데는 이렇다할 전력 보강 없이 오히려 안치홍이 빠져나가며 타선이 약화된 상황. 불펜 분위기를 주도할 김상수의 어깨가 한층 더 무거워졌다. 새롭게 롯데 유니폼을 입을 한살 위 진해수에게도 유효한 이야기다.